쉰 원

경사진 골목이었다. 리어카 바퀴가 아스팔트에 눌려 삐걱거렸다.

그녀는 놀이터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종이 상자 더미가 쌓여 있었다.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고 상자를 쪼갰다.

여섯 시였다. 그런데도 등이 젖었다. 요즘은 아침에만 나온다. 정오가 지나면 골목도 그녀도 버티지 못했다.

리어카 손잡이엔 낡은 목장갑 한 짝이 감겨 있었다. 몇 해 전 겨울, 누군가 버린 것을 주워 묶어둔 것이었다. 맨손으로 쇠를 잡으면 겨울엔 손이 얼고 여름엔 데었다.

상자 더미 사이에 신문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눅눅한 종이 냄새가 났다. 그녀는 펼쳐 보지 않고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돋보기는 집에 두고 왔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었다.

그 신문 한 귀퉁이에는 이 골목에서 폐지를 줍는 여든셋 노인의 사연이 실려 있었다. 이름 없이 그저 A라고만 쓰여 있었다.

리어카가 가득 찼다. 앞바퀴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낮추고 힘껏 밀었다.

고물상 저울이 숫자를 뱉었다. 킬로그램당 쉰 원.

구석 텔레비전에서 폭염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인이 화면을 흘끗 보며 “오늘도 할머니 얘기가 나오네” 하고 던졌다. 그녀는 동전을 세지 않고 주머니에 넣으며 웃었다. “요즘은 다 할머니 얘기지 뭐.”

그녀는 오늘 자신이 그 신문에 실렸다는 걸 끝내 몰랐다. 안다 해도, 그 종이 역시 한 장에 쉰 원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폐지 줍고, 장사하고… 폭염 속 밖으로 나온 노인들 — 국민일보, 2026.07.28

한 줄 요약: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여든셋 할머니가 폭염 속에서도 새벽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다. 전국 폐지 수집 노인은 1만 4831명, 킬로그램당 값은 쉰 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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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리어카 앞바퀴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문장 하나가 오래 붙잡았다. 그 무게를 돈으로 바꾸면 하루 몇천 원, 어쩌면 그보다 적다. 이 소설은 이 할머니가 자신이 실린 신문조차 읽지 못한 채 리어카에 싣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세상이 누군가를 기사로 남기는 순간에도, 그 사람의 하루는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