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수화기

아흔셋 판수는 마루 끝에 앉아 수화기를 세 번 들었다 놓았다.

번호는 이미 외우고 있었다. 막내였다.

첫 번째는 저녁 뉴스가 끝날 때였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려놓았다. 두 번째는 자정이 넘어서였다. 이 시간에 전화하면 놀랄 것 같아 다시 내려놓았다. 세 번째는 다음 날 오후 네 시 반. 마당의 감나무 그림자가 마루까지 들어와 있었다. 수화기는 그새 손에 익어 미지근했다.

“막내냐. 네가 지난번에 사다 준 양념통닭 있지 않니. 그게 먹고 싶어서 자꾸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 참아볼라구 했는디 자꾸 생각이 난다.”

말해놓고 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여든 넘어 아이처럼 군다고 딸이 속으로 흉볼까 봐.

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 “아버지, 금방 시켜드릴게요. 삼십 분만 기다리세요.”

“미안하다.”

그 말을 뱉고서야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미안하다는 말은, 들어줄 사람 앞에서만 나오는 말이었다.

전화를 끊고 그는 냉장고를 열었다. 지난번 통닭이 담겼던 비닐봉지가 물기 없이 개켜져 있었다. 기름 냄새가 뱄던 자리에 코를 대 봤다. 냄새는 벌써 다 날아가고 없었다.

봉지를 도로 넣어두고 마루로 나와 앉았다. 대문이 보이는 자리였다.

골목 어귀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나도 고개가 저절로 들렸다. 아직 십 분도 안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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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양념통닭이 먹고 싶구나” 93세 아버지 전화에 눈물 흘린 딸 사연 화제 — 파이낸셜뉴스, 2026-09-12

한 줄 요약: 93세 아버지가 막내딸에게 전화해 예전에 사줬던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며 조심스레 부탁했고,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딸이 눈물을 흘린 사연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작가의 말

기사에 담긴 문장은 짧았다. “미안하다.” 나는 이 한마디가 오래 걸렸다. 아버지가 세 번이나 수화기를 내려놓았다는 건 기사에 없는 사실이지만, 있었을 것 같았다. 자식에게 무언가 바라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사람이라면, 전화를 끊고도 오토바이 소리 하나에 자꾸 귀를 기울였을 것 같았다. 통닭보다 오래, 그는 아마 다른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