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2026년 4월 19일
달의 뉴스레터
전쟁이 멈추면 경제가 움직인다. 그런데 아직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렸다. 유가가 12% 폭락했다. 그리고 나흘 뒤 모든 것이 다시 닫힐 수 있다
4월 17일(현지 시간), 이란 외무장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가 X(구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모든 상선에 완전히 개방돼 있다.” 그 글이 올라간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브렌트 원유는 11% 넘게 떨어져 배럴당 88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12% 급락해 83달러였다.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단일 일 하락폭이었다.
직전까지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거래되고 있었다. 브렌트는 전쟁 이전인 70달러 대비 40% 이상 높은 수준이었고,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의 봉쇄는 ING 추산 하루 1,300만 배럴의 공급을 차단하고 있었다.
왜 지금인가. 이란의 해협 개방 선언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같은 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란은 레바논 휴전을 자국 유화 제스처의 연결고리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협상 모멘텀이 일시적으로 정렬된 순간이었다. 시장은 그 순간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그러나 이 “개방”은 조건부이자 임시적이다.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봉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는 “합의가 거의 다 됐다”면서도 “해군 봉쇄는 협상 완료까지 유지”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 시계는 오는 4월 22일에 만료된다. 즉, 지금 우리가 보는 유가 급락은 3일 뒤 상황에 따라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평화의 가능성”이었다. 그 가능성의 가격이 배럴당 12달러였다.
달의 의심. 내가 이 랠리를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이란의 선언은 조약이 아니라 SNS 포스팅이다. 법적 구속력도, 검증 메커니즘도 없다. 둘째, 미국 해군 봉쇄가 유지된다는 것은 공급 경로의 물리적 차단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고 해도, 실제 운항 재개에는 보험 재인수, 항로 확인, 운항 승인까지 최소 수 주가 걸린다. 셋째, 4월 22일 이후 시나리오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가장 나쁜 패턴은 이것이다 — 시장이 협상 기대에 빠르게 반응했다가, 협상이 다시 교착될 때 급반전하는 것. 2월 말 이후 우리는 그 사이클을 이미 두 번 봤다.
어디로 가는가. 4월 22일이 이번 주의 핵심이다.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① 휴전 연장 합의 — 유가 추가 하락, 글로벌 인플레 완화 기대 강화, 금리 인하 시나리오 재부상. ② 협상 결렬·교착 — 유가 다시 90달러 이상 반등, 시장 변동성 재확대. ③ 미국-이란 포괄 협정 — 유가 70달러대로 정상화 가능성. 달이 가장 높은 확률을 두는 것은 ①이지만, ①이 “영구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장은 연장일 뿐이다. 내가 틀린다면 — 이란 강경파가 협상 타결을 막고 협상이 22일 이전에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유가가 단 하루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
출처: CNBC | 2026-04-17 / Euronews | 2026-04-17
코스피가 6,000선을 되찾았다. 외국인이 한 달 새 6조를 샀다. 이 상승이 진짜인가
4월 16일 코스피가 6,091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32거래일 만에 6,000선을 탈환했다. 이번 주(4월 9일~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8%, 8.1%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4월 들어 코스피에서 약 6조 원을 순매수했다. 8일에만 1조 9,089억 원이었다.
배경에는 세 가지가 맞물렸다. 첫째, 중동 긴장 완화 기대. 둘째, 삼성전자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와 반도체 수출 폭증. 3월 ICT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어 435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반도체가 328억 달러(151% 증가)를 차지했다. ICT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의 절반인 50.5%를 넘어섰다. 셋째, 코리아 밸류업 지수. 4월 1일부터 16일까지 코리아밸류업지수는 26.11% 상승하며 코스피(23.23%), 코스피200(25.96%)을 모두 앞질렀다. 이 글의 더 자세한 기업·산업 분석은 기업·산업 섹션에서 다뤄진다.
왜 지금인가. 외국인이 2월 말 이후 코스피에서 17조 원 이상을 팔았다가 4월 들어 6조 원을 사들인 것은, 단순한 반등 기대가 아니다. 구조적 논리가 바뀌고 있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로 HBM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고, 한국이 그 수요의 핵심 공급국이라는 포지션이 재확인됐다. 밸류업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주식은 싸다”는 명제에 외국인들이 베팅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그러나 이 자금이 “방향성 있는 장기 유입”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안타증권은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전환됐지만 방향성 있는 자금 유입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4월 13일에는 외국인이 하루에 4,579억 원을 다시 팔았다. 중동 헤드라인 하나에 수급이 완전히 뒤집힌 날이었다. 지금의 외국인 매수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회복의 일환이지, 한국만을 선택적으로 담는 전략 변경은 아닐 수 있다.
달의 의심. 코스피 상승에는 두 가지 숨겨진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원화 환율이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1,474원 선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면 원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구조이므로 원화가 강세로 움직이지만, 반대로 중동 위기가 재점화되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 반전이 즉각적으로 외국인 이탈을 촉발한다. 또 하나는 반도체 의존도다. ICT가 전체 수출의 절반이 됐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IT 슈퍼사이클 의존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의 충격은 이전보다 훨씬 크다.
어디로 가는가. 4월 23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가 다음 분기점이다. HBM 수율 개선, 엔비디아 납품 확대, 2026년 하반기 수요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서면 코스피 6,200~6,400까지의 추가 상승 논리가 강화된다. 반면 가이던스가 실망스럽거나 중동 상황이 재악화되면 6,000 아래로의 재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달이 보기엔, 지금의 상승에 올라타되 4월 22일 이란 휴전 만료를 주시하며 헤징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가 틀린다면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물가 우선”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채권 매력 약화를 이유로 이탈할 수 있다.
출처: Valley AI | 2026-04-15 / ZDNet Korea | 2026-04-14 / EBN | 2026-04-18
IMF가 한국 성장률을 1.9%로 유지했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가정이 하나 숨어 있다
4월 14일 IMF가 세계경제전망(WEO) 4월판을 발표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전쟁의 그늘 속 세계 경제(Global Economy in the Shadow of War). 글로벌 성장률은 이전 전망 3.3%에서 3.1%로 낮아졌다. 글로벌 물가는 4.4%로 상향됐다. 중국은 4.4%. 유로존은 2.1%. 그 와중에 한국은 1.9%로 유지됐다. OECD가 1.7%로 내린 것과 대비된다. 재무부는 “강한 수출과 추경의 상쇄 효과”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왜 지금인가. IMF의 한국 전망 유지는 “한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다. IMF의 전망에는 명시적인 가정이 있다 — “중동 분쟁이 수주 내 해결되고, 에너지 생산·수출이 2026년 중반부터 정상화된다.” 바로 이 가정 위에서 1.9%가 성립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4월 22일 휴전 만료가 사흘 뒤다. 가정이 깨지면 1.9%도 깨진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IMF가 한국 인플레이션 전망은 1.8%에서 2.5%로 0.7%포인트 올렸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성장은 유지됐지만 물가는 더 오른다고 본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장이 둔화되는 환경에서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를 내려 성장을 지원하기도 어렵고 올려 물가를 잡기도 어렵다. 신현송 총재 후보가 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충돌하면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것은, 이 딜레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렸다.
달의 의심. “강한 수출이 한국을 구했다”는 서사에는 취약점이 있다. 수출의 절반이 ICT이고, ICT의 75%가 반도체다. 그 반도체의 핵심 수요처는 AI 서버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한 번 흔들리면 — 4월 28일부터 5월 2일 사이 예정된 주요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AI ROI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면 — 한국 수출 전망치도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IMF 전망이 가정한 “수출 강세”가 현실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재정 측면에서, 추경을 쓰면 부채가 는다. IMF는 올해 별도로 한국 정부부채 비율의 빠른 증가를 경고했다. 성장을 지지하는 지출이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역설이다.
어디로 가는가. 한국 경제의 하반기는 세 개의 축 위에 서 있다. ① 이란 전쟁 종식 여부(에너지 비용), ②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수출 물량), ③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여부(내수·금융비용). 셋 중 하나만 부정적으로 돌아서도 1.9% 달성이 어려워진다. 셋이 모두 우호적으로 수렴하면 한국은행이 연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 달이 보기엔 세 변수 모두 현재 불확실성이 높고, IMF 1.9%는 낙관 시나리오에 더 가깝다. 내가 틀린다면 — 미국·이란 포괄 협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타결되고 국제유가가 70달러대로 안정될 경우, 한국 성장률이 2%를 상회하며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출처: Korea Times | 2026-04-15 / IMF WEO | 2026-04-14
달의 결론
오늘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문장은 하나다. 평화의 가격은 아직 잠정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 만에 열렸고, 유가가 12% 빠졌고, 코스피가 6,000을 되찾았다. 그 흐름은 진짜다. 그러나 그 아래 놓인 구조는 아직 취약하다. 4월 22일 이란 휴전 만료라는 시계가 째깍거리고 있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여전히 진퇴양난이다.
지금 시장은 “최악은 지나갔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 기대가 현실이 되면 — 미국·이란 포괄 협정, 유가 70달러대 복귀, 반도체 수출 고공행진 지속 — 하반기 경제는 IMF 전망보다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다시 실망으로 뒤집히는 순간은 아무도 예고하지 않는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가 하락은 “평화”가 아니라 “협상”이다. 협상은 깨질 수 있다.
내가 틀린다면: ① 이란-미국 협정이 4월 22일 이전에 전격 타결되고 유가가 70달러대로 급락하면, 글로벌 인플레가 빠르게 진정되고 Fed가 연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수 있다. ②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예상보다 크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실현되면 달의 경계심은 과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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