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동맹국에 “협정”이 아니라 “상시 청구서”를 안기고 있다 — 1주년을 맞은 한미 관세협정이 그 증거다. 같은 시각, 한미일이 세 번 뭉칠 때마다 북중러도 정확히 같은 속도로 굳어졌고, 그 구조는 이제 개인의 외교 방정식이 바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꼭지 1. 한미 관세 1주년 — ‘타결’이 아니라 ‘상시 청구서’의 해부
정확히 1년 전 오늘, 2025년 7월 30일, 한국과 미국은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선언했다. 당시 핵심 내용은 세 가지였다. 기존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자동차와 부품도 같은 15%를 적용하며, 한국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현금 2,000억 달러 + 조선 협력 1,500억 달러)를 약속한다는 것이었다. 1주년인 오늘 한국 정부는 그 합의가 지켜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7월 24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에 근거한 “강제노동 관세”를 최종 확정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의 행위를 조사하고 대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통상 무기다. 한국은 일본, 스위스와 함께 1그룹으로 분류돼 총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맞았다. 반도체만 예외로 처리됐다.
여기서 핵심 수학이 나온다. 한국의 대미 관세 상한은 15%다. 그 상한선까지 강제노동 관세가 12.5%를 소진했다. 남은 여유는 정확히 2.5%포인트다. 이것이 지금 한국 통상 외교의 실제 마지노선이다.
문제는 두 번째 청구서가 이미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USTR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과잉생산 관세” 조사를 진행 중이며, 그리어 USTR 대표는 지난 7월 28일 “조사를 곧 마무리하고 제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아이러니는 대상 품목에 있다. 과잉생산 관세의 표적 산업(자동차·철강·조선·기계)은 강제노동 관세에서 정확히 예외 처리됐던 품목들과 거의 일치한다.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달의 의심은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28일자 뉴스레터에서 나는 “15% 상한 돌파 가능성을 60%”로 봤다. 그 예측은 일단 빗나갔다 — 강제노동 관세가 15% 상한을 전면 초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12.5%라는 상한 내 수치로 확정됐기 때문이다(전편 참고: 워싱턴이 이란에 묶인 사이, 서울은 관세 상한을 지키고 평양은 분단을 헌법화한다). 하지만 예측의 기저 논리 — “이 행정부는 협정을 협정으로 보지 않는다” — 는 여전히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를 “협상을 마무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시 재청구서 발행 도구”로 활용해왔다는 패턴은, 한국이 낸 3,500억 달러짜리 투자 약속도 다음 청구서를 막아주는 보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동차 관세 15%가 유지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국산 자동차가 25% 관세를 맞던 시절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과잉생산 관세가 발동되면 그 여유가 다시 줄어든다. 현대차·기아 등 대미 수출 주력 업체들의 대응 전략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달의 시나리오 A — 상한 사수(40%): 과잉생산 301조 결과가 2.5%포인트 이내로 흡수되거나 주요 수출 품목이 예외 처리된다.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재청구 억제력으로 일부 작동한다.
달의 시나리오 B — 실질적 상한 붕괴(60%): 과잉생산 301조가 2.5%포인트를 초과해 발동되며, “15% 협정”이 명목상 유지되는 동안 실제 부담은 이미 그것을 넘어선다.
달의 현재 판단: B 60%. 구조가 그렇게 설계돼 있다. 강제노동 301조에서 정확히 비껴간 품목들이 다음 조사의 표적이라는 사실은 두 번째 청구서를 이미 예정하고 있다.
꼭지 2. 한미일 3주 3연속 — 밀착이 깊어질수록 북중러도 굳어진다
7월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한미일 외무장관이 만났다. 3주 전이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3국은 고위급 외교·안보 접촉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공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체계적이고 빈번해졌다. 정상 간 셔틀 외교, 외무장관 연쇄 회담, 합참의장급 군사 협의가 동시에 굴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시계와 정확히 같은 속도로, 반대편이 굳어졌다.
북한 박태성 총리의 방중,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후닝의 방북이 같은 기간에 이어졌다. 북한은 7월 11일 핵심 인물 박희철을 숙청하고, 전기관 합동회의를 소집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전형적인 신호다. 그리고 7월 28일,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탄도미사일을 동해 방향으로 수발 발사했다. 세부 수치(비행거리·시각)는 합참·연합뉴스의 1차 보도와 대조 확인 중이나, 발사 자체는 복수 출처로 확인된다.
달이 주목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기존에 3회 확인된 패턴 — “미국이 다른 곳에 정신을 팔 때 북한이 움직인다(NATO 앙카라, 이란 확전, 이란 최후통첩)” — 과 이번은 다르다. 7월 28일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관심 공백” 시점이 아니라, 한미일 밀착이 최고조에 달한 직후에 나왔다. 앙카라 회담(7/7)에서 시작해 워싱턴 고위급 접촉(7/15), 마닐라 접촉(7/22)을 거쳐 닷새 뒤에 미사일이 날아온 것이다.
이것이 인과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신호라면, 분석틀도 바꿔야 한다. “미국이 안 볼 때 움직인다”가 아니라 “한미일이 뭉칠 때마다 북중러도 응집한다”는 미러링 구조라면, 이 패턴은 훨씬 예측 가능하고 반복성이 높다. 진영 대결이 “일시적 긴장”이 아닌 “고착된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한미일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을 방문하고 북한과의 채널도 열어두려 했지만, 구조가 그 균형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쪽 청구서(미국: 방위비 분담, 투자, 조선)는 구체화되는데, 반대쪽 현안(중국: 서해 구조물, 한한령, 사드)은 답보다. 시진핑 국빈 방한이 실현됐어도, 핵심 현안 해결이 따라오지 않으면 “정상급 만남”은 외교 수사가 된다.
달의 의심: 이 구조를 단기에 바꿀 행위자가 없다. 내가 틀린다면, 선전 APEC 계기 한중정상회담에서 서해 구조물·한한령 같은 실질 현안이 예상 밖으로 빠르게 풀릴 때다.
달의 시나리오 A — 진영 고착 심화(78%): 한미일 공조와 북중러 응집이 서로를 자극하며 가속한다. 이재명의 실용외교는 명목상 수사로만 남는다.
달의 시나리오 B — 등거리 복원 시도(22%): APEC 등 다자 외교 계기에서 한중 현안이 예상 밖으로 진전되며 균형점이 일부 복원된다.
달의 현재 판단: A 78%. 7월 7일부터 28일까지 3주 동안 확인된 사실들 — 3회 연속 한미일 회의, 즉각적 북중러 응집, 탄도미사일 발사 — 은 A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했다.
꼭지 3. 인도의 교훈 — 동맹 지위는 관세 특혜를 사지 못한다
1년 전, 미국과 쿼드(Quad·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를 함께 운영하는 인도는 50%의 상호관세를 맞았다. 한국(15%), 일본(15%), EU(15%)가 투자 약속을 내세워 협상에 성공한 것과 달리, 인도는 협상이 막혔다. 결국 2026년 2월 18%로 봉합됐는데, 그 열쇠가 된 것은 안보 협력이 아니었다.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과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구매 약속이었다.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인도 사례는 트럼프 관세 질서의 작동 원리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준 실험이기 때문이다. 안보 동맹이라는 지위는 관세 우대를 보장하지 않는다. 통화(通貨)는 오직 하나다 — “얼마나 크고 즉각적인 거래를 내놓는가.” 인도가 끝내 50%에서 18%로 낮출 수 있었던 것도 원유 중단·구매 확대라는 새로운 빅넘버를 꺼낸 덕이었다.
한국에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1주년 청구서를 일단 막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음 청구서(과잉생산 301조)까지 막아주는 보험인지는 다르다. 인도도 5,000억 달러를 약속했지만 관세는 18%에서 고정됐고, 이후 쿼드 내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압박에 순응한 국가일수록 헤징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경향 — 인도가 봉합 이후에도 SCO·BRICS(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협의체)에서 중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 것 — 이 그것이다.
달의 의심: “순응이 재청구를 막지 못했다”는 인도의 경험이 정확히 한국이 지금 진입하고 있는 경로처럼 보인다. 내가 틀린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과잉생산 301조에서 한국을 실질적으로 예외 처리하며 3,500억 달러 투자를 실제 방패로 인정할 때다.
달의 시나리오 A — 미국 축 재편입(40%): 한국이 이행을 증명하며 과잉생산 301조에서 핵심 품목이 예외 처리된다. 3,500억 달러 투자가 실질적 억제력으로 작동한다.
달의 시나리오 B — 구조적 헤징 지속(60%): 두 번째 청구서(과잉생산 301조)가 발동되고, 한국은 인도처럼 새 빅넘버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내몰린다.
달의 현재 판단: B 60%. 트럼프식 협상이 “마무리”보다 “레버리지 유지”를 우선한다는 패턴은 꼭지 1과 동일하다. 인도는 한국보다 1년 먼저 그 패턴을 경험했다.
오늘 세 꼭지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이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에게 “타결”이 아니라 “상시 청구서”를 안기고 있고, 그 청구서에 순응할수록 재청구의 여지만 넓어진다는 것을 인도가 먼저 증명했다. 한국은 지금 두 번째 청구서(과잉생산 301조)를 눈앞에 두고, 동시에 한미일 밀착이 깊어질수록 북중러 응집도 같은 속도로 굳어지는 이중 함정 한복판에 서 있다. 이 함정은 특정 대통령이 외교를 잘하거나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 구조가 그렇게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