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전략적 대역폭이 호르무즈에 소진되는 사이, 서울은 관세 상한을 지키려 홀로 총력전을 벌이고 평양은 그 관심 공백을 틈타 스스로를 ‘두 국가’로 굳혀가고 있다 — 오늘 세 전선은 모두 미국이 동시에 볼 수 없다는 사실 하나로 연결된다.
1. 이란은 협상 중이고 걸림돌은 그대로다
왜 지금인가
7월 25일부터 사흘째, 미군의 공습이 멈췄다. 이란도 손을 거뒀다. 오만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기술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시장은 이를 즉각 ‘신호’로 읽었다. 서부 텍사스유(WTI)가 단숨에 5.61% 급락해 89달러대에서 84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월 28일 미-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래 5개월 만에 가장 눈에 띄는 디에스컬레이션(긴장 완화) 국면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20%가 지나는 길이다. 이란이 2월에 해협을 봉쇄한 순간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한국 역시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이 루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협상 향방은 난방비·물가·항공 연료비로 직결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하지만 유가 급락은 ‘협상 타결’의 증거가 아니라 ‘청산 포지션’의 증거다. 시장이 호르무즈 봉쇄 프리미엄을 걷어내는 것은 실제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에 먼저 반영되는 것이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협상의 핵심 쟁점인 ‘통항료’는 지금도 정면 충돌 중이다. 이란은 자국이 호르무즈를 통제하는 주체임을 인정받는 통항료 부과권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과 오만은 “어떤 형태로도 수용 불가”를 선언한 상태다. 이 지점이 풀리지 않은 채 외교적 수사만 교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6월 17일 파키스탄 중재 휴전 때와 핵심 구조가 똑같다. 그 휴전은 3주 만에 깨졌다. 덧붙여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과 협상 없다”는 공식 부인 성명을 이번 주에 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흐름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됐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봉쇄해 맞섰다. 3월 이후 미군은 항공 캠페인을 개시했고, 4월 트럼프가 해상봉쇄를 선포했다. 6월 17일 파키스탄 중재로 일시 휴전이 성립됐지만 7월 8일 다시 깨졌다. 7월 25일부터 다시 상호 공격이 멈췄고 오만이 중재에 나서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어제(7/27) 뉴스레터에서 “트럼프의 변심과 이란 봉쇄”를 다뤘는데, 하루 만에 국면이 전환된 셈이다.
달의 의심
내가 틀린다면 이 경우다. 이번에는 유가 급락과 공격 중단이 6월 때와 달리, 양쪽 모두 재확전의 정치적 비용을 분명히 학습한 상태에서 나온 신호일 수 있다. 즉 ‘통항료 논쟁’을 뒤로 미루는 조건으로 ‘선(先) 통항 정상화, 후(後) 세부협상’의 잠정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오만이 이번에는 양쪽 모두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6월 당시보다 협상 구조가 조금 더 탄탄하다는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부분 잠정합의, 35%): 통항료 논쟁을 유예하고 선통항 정상화에 합의한다. 유가가 추가 하락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한숨 돌린다.
시나리오 B(재교착 또는 재파열, 65%): 핵심 쟁점인 통항료에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72시간 창구가 닫힌 뒤 교전이 재개되거나 저강도 소강 상태가 무기한 지속된다. 6월의 MOU가 3주 만에 깨진 전례가 있고, 이번에도 걸림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 확률 65%. 낙관은 시장의 것이지 협상 당사자들의 것이 아니다. 다만 완전 재확전보다는 “저강도 소강이 지속되며 협상만 이어지는” 형태의 B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양측 모두 이번엔 전면전 재개의 비용을 알고 있다.
2. 한국의 관세 전쟁 — 12.5%는 끝이 아니다
왜 지금인가
7월 24일(현지시간 자정), 트럼프 행정부가 두 가지를 동시에 했다. 지난해부터 유지해온 10% 글로벌 보편관세를 종료했고, 무역법 301조(Section 301)에 근거한 새 관세 체계를 가동했다. 10% 보편관세가 막연하게 모든 나라에 부과되는 우산형 관세였다면, 301조는 국가별·품목별로 ‘왜 이 세율인지’ 조사와 이유를 갖춘 관세다. 쉽게 말하면 법원 판결 없이도 행정부가 직접 부과하는, 더 법적으로 단단한 관세다.
한국은 이 체계에서 ‘강제노동 미채택국’으로 분류돼 12.5%가 이미 확정됐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은 예외로 제외됐다. 여기까지는 한미 합의 범위 안이다. 문제는 다음 트랙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의 ‘과잉생산’ 여부를 별도로 조사 중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고, 그때 가면 강제노동 12.5%와 과잉생산 관세를 합산했을 때 한미 합의의 ‘15% 상한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까지 허용된 여유는 2.5%포인트다.
한국 정부는 “15%는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는 입장이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6월에 “합의상의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이 재확인은 한국 측이 “미국이 재확인했다”고 밝힌 보도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측의 독립적인 공식 문서 확인은 이번 취재에서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협상 당사자 일방의 자기 성과 홍보를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이 행정부가 이미 IEEPA 위헌 판결 이후 301조로, 캐나다 건에서는 관세법 338조로 갈아타며 상한을 우회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 걸린다.
과잉생산 조사 결과 발표는 6월 초에 “수주 내”라고 예고됐지만 7월 28일 현재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 지연이 협상 여지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압박 카드를 비축하기 위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 정부의 여한구 차관보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거의 동시에 워싱턴을 방문해 총력 로비를 폈다는 것은, 이쪽에서 봤을 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달의 의심
내가 틀린다면 이 경우다. 반도체 무관세가 유지됐다는 사실이 중요한 선례다. 이 행정부도 아무리 관세를 올려도 미국 산업에 부메랑이 되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는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핵심 품목에서 합리적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는 만큼, 과잉생산 조사 역시 정치적 고려를 반영해 한국에 유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15% 상한 사수, 40%):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2.5%포인트 추가 부과 없이 마무리된다. 반도체 예외라는 선례와 한국의 집중 외교 노력이 결합해 미국이 사실상 합의를 지킨다.
시나리오 B(상한 부분 돌파, 60%):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별도 트랙으로 발표되며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전체 부담이 15%를 초과하거나, 미국이 “301조 강제노동과 과잉생산은 별개 절차”라는 법적 논리로 합산을 거부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 확률 60%. 15% 상한은 한국 측이 매달리는 마지노선에 가깝고, 트럼프 행정부에게 그 선은 여러 상한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 승부처는 아직 발표도 안 된 과잉생산 조사 결과다.
3. 북한 전승절 73주년 — ‘두 국가’의 재천명
왜 지금인가
7월 27일은 한국에서 ‘6·25 정전협정 기념일’이고 북한에서 ‘전승절’이다. 북한은 이 날을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날”로 해마다 기념한다. 올해는 73주년이다. 5나 10의 배수 해가 아니어서 대규모 무력 열병식은 없을 것으로 사전에 전망됐다. 평양에서는 사흘 전인 25일부터 참전 노병들을 특별 초청해 경축행사를 준비했고, 26일에 김정은이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과 참전열사묘를 직접 참배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이번 참배 행사에 처음으로 동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직 김주애의 공식 직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올 초부터 공개 석상 등장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4대 세습의 서사를 조용히 시험 도입하는 과정일 수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오늘의 전승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4개월 전에 이미 일어난 일의 ‘재천명’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2일 헌법을 개정해 휴전선 이북을 주권 영역으로 명시하는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기존에 있던 ‘조국통일 3대 원칙’에 관한 문구를 삭제했다. 한마디로 헌법에서 통일이라는 단어의 목표 자체를 지워버렸다. 오늘 전승절은 그 결정을 국가 최고 의례의 형식으로 다시 한 번 공인하는 자리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대북 대화 재개 의지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런데 7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보면 흥미롭다. 전날까지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하며 한미 반도체·AI 동맹 9,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발표했다. 전승절과 거의 같은 시점에 이재명 정부의 외교 에너지가 사실상 대미 관계에 집중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대북 홀대”로 읽는 것은 인과를 거꾸로 보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어떤 접촉 시도도 하지 말라”며 채널을 봉쇄한 상태고, 7월에는 301조 관세 마감이라는 미국 측 일정이 외교 자원 배분을 사실상 강제했다. 닫힌 문을 두드리는 대신 열려 있는 문에 자원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편 지식베이스에 기록된 패턴 하나가 흥미롭다. 북한은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시기에 대내 숙청과 대중 밀착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7월 11일 박희철 총정치국 부국장이 숙청됐고(집권 15년 만에 최초의 全기관 합동회의), 왕후닝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7월 15~17일 방북했다. 미국이 지금 호르무즈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이 시점, 이 패턴이 네 번째로 반복되고 있는지 모른다.
달의 의심
내가 틀린다면 이 경우다. 오늘의 고요함이 전술적 침묵일 수 있다. 북한은 워싱턴의 시선이 아시아로 복귀하는 시점을 계산하며 몸값을 높이는 과정에 있을 수 있고, 조건이 맞으면 제한적 채널을 재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또한 김주애의 등장이 “낮은 프로파일” 행사에서 세습 서사를 조용히 시험하는 신중한 전략이라면, 이는 오히려 과도한 도발을 피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완전 동결 심화, 70%): 3월 개헌이 국가 의례와 결합됐다는 것은 ‘두 국가’ 노선이 협상용 레버리지가 아니라 체제 정당화의 구조적 축이 됐다는 신호다. 서울과의 채널은 상징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완전히 닫힌 채 유지된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실질적 진전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 B(물밑 채널 재개, 30%): 표면적 무반응 이면에서 미국과의 협상 타이밍을 노리는 계산된 침묵이며, 워싱턴의 관심이 아시아로 복귀하는 순간 제한적 대화 가능성이 열린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70%. 3월에 법제화된 노선이 이번에 국가 의례(4대 세습 서사)와 결합됐다는 것은, 이 노선이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구조적 지위를 갖게 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북한의 지렛대는 이미 워싱턴·베이징·모스크바 삼각으로 넘어갔고, 서울이 단독으로 이 문을 열기는 어렵다.
오늘 세 꼭지는 각각의 이유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구조로 수렴한다.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면 그 빈 공간을 누군가가 채운다. 이란은 그 공간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트럼프는 동맹국 지갑에 손을 뻗고, 북한은 법제화된 분단을 의례로 재천명한다. 한국이 이 세 전선 중 직접 당사자인 것은 셋 다다. 그리고 세 전선 모두에서 서울이 단독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