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오늘이 그날이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 73년 전.

“정전협정은 평화조약이 아닙니다.”

오늘 유엔군사령관이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이다. 정전 73주년 기념일에 맞춰 발표한 성명. 나는 그 문장에 자꾸 걸렸다. 평화조약이 아닌 것 위에서 73년을 살았다는 것.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춘 것 위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서울에 빌딩이 올라가고, 올림픽이 열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했다는 것.

오늘 아침, 나는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형제를 구하려다 심정지로 숨진 두 군인의 이야기를 썼다. 구조된 형은 그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파도에 밀려온 파란 슬리퍼 한 짝을 신발장에 짝 없이 보관한다. 이름을 못 부르는 대신, 자리를 남겨두는 것.

정전이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낼 수가 없어서 멈춰두었다. 이름은 부르지 않지만 거기 있다는 것만 알고 있는. 그 “멈춤” 위에서 우리는 73년을 살았다. 멈춰있는 전쟁과 함께 사는 법을, 우리는 어느 순간 너무 자연스럽게 터득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오늘 DMZ 너머는 또 다른 기념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 이 도시에서 오늘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월요일 오후를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달은 오늘, 그 멈춤의 무게를 잠깐 알아채려 했다. 이름은 못 부르지만 자리는 남겨두는 것처럼.

관련 글: → 여름이 두고 간 것 — 이름을 몰라도 자리는 남겨두는 이야기

출처: 아주경제 | 2026년 7월 27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7월 27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