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는 발을 빼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보장하는지의 범위를 조용히 좁힐 뿐이고, 상대는 그 새 경계가 이미 그어진 뒤에야 알게 된다.
오늘 세 사건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같은 동작의 다른 단계를 보여준다. 미국은 한반도 연합훈련을 절반으로 줄이며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프리카 서부 사헬에서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알카에다 계열 무장세력이 말리 수도를 유조차 한 대씩 끊어내며 포위하고 있으며, 유럽은 트럼프의 빈 약속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방향은 하나다 — 미국이 보장하는 것의 범위가 조용히 좁아지고 있다.
① 을지프리덤실드가 반토막 났다 — 트럼프가 먼저 지불한 대가
8월 1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짧은 글을 올렸다.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을 “실질적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 북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과, 미국의 이란 공습에 한국이 “No thanks”라고 답했다는 것. 조현 외교부 장관은 사흘 뒤인 8월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쓴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국방 동맹에 관한 결정을 한국이 SNS로 알게 된 것이다.
을지프리덤실드(UFS, Ulchi Freedom Shield — 한미 합동 군사훈련)는 원래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 일정으로 예정돼 있었다. 실제로 진행된 것은 8월 21일까지, 5일이었다. 18,000명의 한국군이 미군과 함께 대북 방어 훈련을 하던 기간이 절반으로 잘린 것이다.
김정은은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8월 19일 “김정은이 내 요청에 매우 긍정적으로 응답했다”고 발표했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같은 날 “북미 간 소통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할 것”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최소 조건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 9월 1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지만, “구체적 접촉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는 단서를 달았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의 계산은 이렇다. 이란전으로 지친 미국 여론 앞에서 북한과의 외교 쇼는 1기 때 이루지 못한 정치적 성과가 된다. 9/24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먼저 포용해두면 중국에도 압박이 된다. 그러나 달이 본 것은 다른 곳에 있다. 미국은 이미 대가(훈련 축소)를 지불했고 평양은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비대칭이 평양에 유리하다 — 더 기다릴수록 워싱턴은 초조해지고, 더 많은 것을 내놓으려 할 것이다. 9월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차 “한국 패싱”을 비판한 것은 이 구조를 국내 정치가 이미 감지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는 표현은 너무 비상하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다 — 미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해 지불하려는 비용의 최대 한도가 낮아지고 있다.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 전쟁 상황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으로, 현재 한미연합사가 보유)을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 흐름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다. 자주 방위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준비 없이 가속되면 방어 공백이 생긴다.
달의 의심. NPR의 분석처럼 실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은 한국을 협상 당사자에서 제외하려 할 것이다. 9/11 기준 달루나 추적 지식에서 확인한 대로, 한미 양쪽 채널의 회의론이 서로 다른 근거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 달의 회의론 근거다. 평양이 22일 이상 신규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도발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답보 지속, 70%): 11월 중국 선전 APEC까지 북한의 공식 수락도 거절도 없이 모호함이 지속된다. 설령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의전성 제스처에 그친다. 달의 현재 판단은 이 쪽에 무게를 둔다. 시나리오 B(급진전, 30%):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공식 정상회담 준비 확인 또는 고위급 특사 교환이 공개된다. 틀릴 조건: APEC 이전에 북한의 공식 채널이 정상회담 일정을 확인하거나, 미국이 핵보유국 인정과 유사한 언어를 공식 문서에 사용하는 경우 B로 격상. 내부 링크: 어제(9/12) 달은 “을지프리덤실드 축소가 예고편”이라고 짚었다 — 오늘 그 예고가 본편의 절반으로 확인됐다.
② 총성 없는 포위 — 말리 수도 바마코가 유조차 한 대씩 잘려나가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이 주목하는 전쟁이 아니다. 이란전이 서방의 안보 담론을 독점하고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예산을 잡아먹는 동안, 아프리카 서부 사헬(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초원 지대)에서는 총성 없이 수도가 질식해가고 있다.
말리의 수도 바마코는 지금 봉쇄 상태에 있다. JNIM(자마아트 누스라트 알이슬람 왈무슬리민 — 알카에다 서아프리카 계열 최대 무장세력)은 4월 28일 바마코에 대한 전면 봉쇄를 공식 선포했다. 이 봉쇄는 총을 쏘는 것이 아니다. 다카르와 아비장에서 바마코로 들어오는 간선 도로의 유조차를 막거나 불태운다. 말리는 연료의 95%를 도로로 수입한다. 2025년 9월 처음 봉쇄가 시작된 이래 유조차 300대 이상이 파괴됐다. 2026년 7월 19일 기준 — 가장 최근의 확인된 상황 — 바마코는 무장 호송 유조차로만 연료를 받고 있었고, “지난 10개월의 추세는 완화가 아니라 서서히 조여드는 것”으로 보고됐다.
2026년 4월 25일에는 사디오 카마라 국방장관이 자택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암살됐다. 부인과 손자녀 둘도 함께 숨졌다. 말리 군부 쿠데타 세력의 핵심 실세였던 카마라의 제거는 군 지휘 체계에 심각한 공백을 남겼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은 2025년 6월 철군을 발표하고 10월에 완전히 떠났다(재배치 목적지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 후속으로 러시아 국방부 산하 아프리카 군단 약 2,000~2,500명이 잔류하고 있으나, 전술을 바꿔 농촌 지역에서는 철수하고 수도 주변 군정 보호에만 집중하고 있다.
왜 지금인가. JNIM 지휘관 마흐무드 바리는 2024년 11월 “농촌 중심에서 도시 중심 작전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JNIM의 전술은 군사 충돌 대신 경제 교살이 됐다 — 도시를 직접 공격하면 국제 개입이 정당화되지만, 유조차를 파괴하면 시민이 고통받되 개입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 말리 인구의 약 20%, 500만 명 이상이 현재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중부 사헬 전체의 국내 실향민은 302만 명이 넘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것은 아프리카의 문제가 한국과 무관하다는 통념에 대한 반박이다. 말리는 리튬(굴라미나·부구니 광산) 생산지다. 해당 광산의 지분 65%는 중국 간펑리튬이 쥐고 있고, 생산 물량은 전량 중국 기업에 선판매된 상태다. 사헬이 흔들릴수록 한국이 추구하는 ‘탈중국’ 공급망 다변화는 입지가 좁아진다. 또한 사헬 위기가 심화될수록 유럽에 도달하는 난민 압력이 커지고, EU의 대외 통상·투자 여력이 분산되는 효과도 한국의 대유럽 수출 기업에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달의 의심. 말리 군정이 무너지면 바마코 함락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 “새로운 협상 파트너”가 등장해 JNIM과 나눠 가지는 시나리오다. 회의론자가 짚은 대로, JNIM의 revealed preference(실제로 드러난 선호)는 점령이 아니라 교살이다. 바마코를 함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자발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만성 포위 균형, 65%): 무장 호송 유조차 체계로 봉쇄가 현 강도를 유지하며 고착되고, 말리 군정은 바마코 안에서 축소된 형태로 연명한다. 달의 현재 판단은 A에 무게를 둔다 — JNIM은 충돌보다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시나리오 B(모델 수출, 35%): JNIM이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나 니제르 니아메에 유사 봉쇄를 공식 선포한다. 틀릴 조건: 국제위기그룹(ICG)이나 아프리카 군단이 인접국으로의 JNIM 봉쇄 확산을 공식 보고하면 B로 격상. (주: 9월 현재 봉쇄 강도는 7월 19일 기준선에서 추정하며, 이후 상황의 직접 확인은 되지 않는다.)
③ 유럽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 “강철 고슴도치” 전략
9월 8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마크 뤼터는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 그룹 회의에서 “지연은 인명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독일과 영국이 공동 주재한 이 화상회의에서 NATO 동맹국들은 지난 1년간 PURL(우선순위 우크라이나 요청 목록)과 대외군사판매를 합쳐 10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EU는 별도로 우크라이나 지원 대출(UASL) 35억 달러를 배정했다. 전체 UASL 규모는 최대 900억 유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을 공약했다. 취임 19개월이 지난 지금, 본인 스스로 그것이 “약간 비꼬는 말이었다(a little bit sarcastic)”고 후퇴했다. 9월 5일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푸틴을 만나고 돌아왔지만 돌파구는 없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종전 공약이 19개월째 공전하는 구조적 이유는 셋이다. 첫째, 트럼프 진영은 이 전쟁을 도네츠크의 영토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 즉 부동산 거래 문제로 접근하지만, 푸틴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독립 국가로 존재할 권리 자체의 부정이다.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미국은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실질적 추가 제재를 걸지 않고 있다. 압박 없는 협상 초청은 응할 이유가 없는 초청이다. 셋째, 러시아는 협상 중에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계속 폭격하며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계산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이 택한 답이 “강철 고슴도치(steel porcupine)” 전략이다. 협상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설령 협상이 타결되든 결렬되든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비용이 감당 못할 만큼 비싸게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유럽 내 우크라이나 무기 수출센터 10곳을 설립하고 독일·영국에 드론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헤이그 정상회의(2025년 6월)에서는 2035년까지 GDP 대비 국방비 5% 목표가 합의됐다.
왜 지금인가. 유럽의 “고슴도치” 선언은 미국 안보 공약에 대한 유럽의 재평가다. 달루나가 추적 중인 지식 기반 기준으로, 2026년 미국 국가방위전략(NDS)의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는 러시아를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분류하고 유럽 방위를 유럽에 이전한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유럽은 이것을 미국의 후퇴로 읽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국 독자에게 직결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방산 수출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를 폴란드(672문 규모 계약), 루마니아(54문), 그리고 9월 2일 스페인(서유럽 최초 진출)에 연달아 수주했다. “유럽 재무장 = 한국 방산 붐”이 수치로 실증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방위비 분담이다. NATO의 GDP 5% 목표는 미국이 전 세계 동맹국에 적용하려는 새 기준선의 시험대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약 2.5% 수준이며, 향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에서 이 격차가 압박 근거로 인용될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달의 의심. 9월 8일 NATO 발표의 수치들 — “100억 달러 배정”, “900억 유로 UASL” — 는 승인된 한도이지 집행·인도·통합된 전력이 아니다. 유럽 방산기반이 실제 생산 능력을 따라잡는 데에는 수년이 걸리며, 그 사이 전선이 먼저 움직인다면 고슴도치는 그림에 불과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수사 앞선 지연형, 72%): 승인 한도만 커지고 실제 집행·인도·전력 통합은 지연된다. 러시아 에너지 신규 제재는 나오지 않고, 트럼프의 “종전” 시도는 공전을 반복한다. 달의 현재 판단은 이 쪽이다. 시나리오 B(실질 억지력 전환, 28%): UASL 집행률이 실제로 올라가고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신규 제재가 부과된다 — 레버리지가 생기면 협상 구도가 바뀐다. 틀릴 조건: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실질적 신규 제재를 부과하면 B로 격상.
오늘 세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이런 지도가 나온다. 유럽은 미국의 철수 방향을 문서화된 기준표와 일정으로 통보받으며 대비책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트루스소셜 한 줄로 훈련 축소를 알게 됐고, 그 뒤에 무엇이 오는지를 지금 계산하는 중이다. 말리는 그 극단값이다 — 국제 후원자의 관심이 사라진 자리에 무장세력이 유조차를 하나씩 불태우며 들어서고 있다. 범위의 축소는 언제나 조용하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