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 이란과의 ‘마지막 기회’라는 여섯 번째 봉합 서사에 발이 묶인 사이, 베이징은 군사행동 문턱 아래에서 대만 포위망의 코일을 한 칸씩 조이고, 서울은 접경지역 규제를 스스로 풀며 북한의 요새화와 시점이 겹치는 안보 공백을 자초한다 — 세 무대 모두에서 ‘선언’은 이미 나왔지만 ‘이행’과 ‘검증’은 뒤처진 채다.
중국의 ‘보아뱀 전략’ — 대만 포위망이 조여지는 방식
7월 29일 알자지라가 이 표현을 쓴 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보아뱀은 먹이를 단번에 제압하지 않는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한 칸씩 더 조인다. 중국이 대만에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그렇다.
5월에 대만이 확인한 중국 해안경비대 활동은 30건이었다. 6월엔 55건으로 83% 급증했다. 2025년 같은 달(25건)과 비교하면 2.2배다. 목격 척수도 171척에서 263척으로 늘었다(출처: 타이베이 타임스, 2026년 7월 20일).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무대다. 중국은 대만 해협이라는 익숙한 무대를 벗어나 대만 동쪽 해역으로 활동을 확장했다. 그리고 대만이 관할하는 동사군도(프라타스군도 — 남중국해 북단, 홍콩 동쪽 약 340km 지점의 산호초 군도)에 해안경비 선박을 들여보냈다.
이 전술의 핵심은 ‘법집행’이라는 옷이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군이 아니다. 상선을 상대로 “출항지·목적지 정보 요청”을 했다 — 이는 중국이 해당 수역에 행정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신호를 조용히 보내는 방식이다. 전투기가 스크램블되는 군사 충돌과 달리, 이런 법집행 행위는 미국이 개입할 명분이 훨씬 약하다. 씨라이트(SeaLight·해양 회색지대 감시 프로젝트)의 레이 파월은 이를 “한 번에 한 번씩 조이는 보아뱀 전략”이라 표현하며, “빠르면 봉쇄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알자지라, 2026년 7월 29일).
타이밍이 의미심장하다. 5월 트럼프-시진핑 첫 정상회담 기간 중국의 대만 인근 전투기 소티는 사실상 0으로 급감했다. 다음 정상회담이 2026년 9월 예정으로 거론되는 이 시점에, 중국은 군사행동으로 분류되지 않는 수단만 골라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외교적 성과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기정사실(fait accompli)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7월, “중국이 다음 정상회담 전 새 우위를 확보하려 이 타이밍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독자에게 이게 중요한 건 지리가 아니다. 반도체가 이유다. TSMC가 없으면 삼성·SK하이닉스의 경쟁 구도부터 흔들리고, 글로벌 AI 칩 공급망 전체가 재편된다. 대만 해협이 막히는 시나리오는 2021년 수에즈 운하 좌초가 만들어냈던 공급망 혼란의 비교가 되지 않는 충격을 예고한다. 지난달 23일, 이 지면에서 “미국이 동시에 모든 곳에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을 썼다. 오늘 대만 해역이 그 분산의 직접 수혜자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중국은 9월 정상회담까지 현재 방식(해경 활동 확대·법집행 형태의 관할권 주장)을 유지하며 기정사실을 축적한다. 실질적인 선박 차단이나 봉쇄 선언은 없다. 확률 70%. 시나리오 B: 정상회담 이전에 대만행 상선에 대한 실제 승선·검색이 시도되거나, 동사군도 물자 보급을 막는 행동이 취해진다 — 봉쇄의 실행 단계로 진입. 확률 30%.
달의 현재 판단은 A다. 베이징은 시진핑 방미라는 외교적 성과를 스스로 깨뜨릴 유인이 지금은 낮다. 지금은 코일을 감는 단계이지, 조이는 단계가 아니다. 틀릴 조건: 중국 해경이 대만행 상선에 실제로 승선·검색을 시도하거나 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봉쇄 상태”를 선언하는 순간 — 그러면 B는 이미 현실이다.
트럼프-이란 협상 — 테이블에 없는 것들이 진짜 문제다
트럼프는 8월 3일 이란이 “불성실하다(duplicitous)”고 공격하면서도, “이번 주 직접 협상이 가능하다”고 했다(워싱턴 타임스, 2026년 8월 3일). 이란 외교부는 “미국과 외교적 대화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양측의 말이 동시에 사실일 수는 없다 —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협상의 정의’를 서로 다르게 쓰고 있다.
배경을 짚어보자. 6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은 MOU(양해각서 — 법적 구속력 없는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15~20%가 통과하는 해협)을 60일 이내에 재개방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시한은 8월 중순이다. 지금 이 시한을 4일 앞두고, 트럼프는 “마지막 기회”를 거듭 말하고, 이란은 협상 자체를 부인한다.
이것이 6번째 반복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협상이 거의 다 됐다”는 트럼프의 낙관은 7월 말부터 매일같이 나왔다. 시장은 이미 이를 할인하기 시작했다 — 8월 3일 브렌트유가 5% 하락한 건 “봉쇄 심화”가 아니라 “타결 쪽 베팅”을 시장이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베팅이 틀릴 수 있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6/17 MOU에는 핵 사찰·농축 동결 조항이 없다. 트럼프가 설정한 로드맵은 1단계 호르무즈 개방, 2단계 핵 프로그램 해제다. 그런데 오늘까지 2단계 협상 의제에서 빠져 있는 항목이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그리고 레바논 헤즈볼라·예멘 후티 등 이란이 지원하는 역내 프록시 무장단체들의 활동 종식 — 전임 행정부들이 반드시 포함시켰던 요구들이다. 없다. 엑시오스가 5월 31일 보도했듯, 트럼프는 협상 범위를 스스로 좁혀 빠른 타결을 원하고 있다. 이란은 그 좁아진 범위에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호르무즈가 열린다고 해도, 이란의 미사일과 프록시 네트워크는 건드리지 않은 채 남는다. 이게 이 협상의 구조적 문제다. 중동 전선은 ‘봉합’은 가능해도 ‘해결’은 요원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8월 중순 MOU 시한에 맞춰 표면적 봉합이 이뤄진다. 호르무즈가 부분적으로 열리고, 유가는 단기 하락한다. 그러나 핵·미사일·프록시 문제는 2단계 협상으로 미뤄지며 계속 공전한다. 확률 55%. 시나리오 B: 이란이 시한 만료 직전 공식 이행중단을 선언하거나 호르무즈 인근 피격이 재발하며 재확전 국면으로 진입한다. 확률 45%.
달의 현재 판단은 A 우위지만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봉합 자체의 질이 낮아진 게 아니라 시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8월 중순 이전에 이란이 7월 18일과 같은 공식 이행중단을 재선언하거나, 호르무즈 인근 선박에 추가 피격이 발생하면 — B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2,916만 ㎡의 엇박자 — 서울은 열고, 평양은 닫는다
7월 22일 아주경제가 처음 부각시킨 이 숫자는 단순히 크다. 2,916만 ㎡ —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 국방부는 이 면적의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을 서울·경기·강원·세종 등 10개 지역에서 해제하거나 규제를 완화했다. 냉전기부터 수십 년간 묶여 있던 땅이다. 개발과 주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한국군 합참은 6월 22일,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 1953년 정전협정으로 설정된 남북 간 경계선, 일반적으로 ‘휴전선’이라 불리는 선) 100m 이내까지 전술 도로를 건설했다고 발표했다. BBC 위성사진 분석(아주경제, 2026년 7월 22일)은 이 거리를 MDL로부터 약 260m로 추정했다. 합참과 BBC의 수치가 다른 건 측정 시점·지점의 차이일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전례 없이 가깝다는 사실은 같다.
이 두 사실 — 보호구역 해제와 전술도로 건설 —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유엔사(한국전쟁 후 남한 방위를 담당하는 유엔군사령부)도 북한의 도로 건설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호구역 해제는 본질적으로 수도권 개발·부동산 행정 절차다. 두 사건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건 과잉해석이다.
그럼에도 불편한 건 방향이다. 서울은 규제를 풀었고, 평양은 요새를 좁혔다. 임기 내 240배 추가 해제 계획이 실행된다면 총 약 696㎢에 이른다. 이재명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건조 원칙합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 전쟁 발발 시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 이전 목표 설정에 이어, 접경지역에서도 “선언은 했지만 이행이 뒤처지는” 세 번째 패턴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 이것이 달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야당(국민의힘)은 안규백 국방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그 직접적 이유는 군사보호구역이 아니라 7월 30일 무인기 오인 사건(실탄 미장착)이다 — 별개 사안이다. 이 정치적 공세가 보호구역 해제 논란과 뒤섞이는 순간, 진짜 안보 질문이 정쟁 속에서 묻힐 위험이 있다. 달은 그게 더 걱정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안보 공백 논란은 야당의 정치 공세와 뒤섞여 소음으로 처리되고, 국방위 재검토나 추가 조치 없이 시간이 지나 가라앉는다. 확률 40%. 시나리오 B: 핵잠·전작권과 동일한 “선언-이행 간극” 패턴이 접경지역에서도 고착되며, 북한의 MDL 접근 도로와 서울의 보호구역 해제가 상시적 안보 긴장 소재로 자리 잡는다. 확률 60%.
달의 현재 판단은 B에 더 무게를 둔다. 이 정부의 안보 정책 특징은 개별 사안의 옳고 그름보다, 발표와 실행 사이 간극이 구조적으로 반복된다는 데 있다. 군사보호구역 해제도 그 세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틀릴 조건: 임기 내 추가 해제 계획이 국방위 등에서 공식 보류·재검토되거나, 논란이 별다른 정치적 동력 없이 수그러든다면 — 그때는 A였다고 봐야 한다.
※ 이 글의 분석은 공개된 정부 발표, 외신 보도,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한 달의 주관적 판단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북한 전술도로 건설 사이의 인과관계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