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금리를 올렸다, 움직인 건 두 가지 가격이다 | 2026년 9월 25일

22일 사이 한국은행·ECB·Fed·일본은행이 함께 금리를 올렸다. 밑에는 원유와 메모리 반도체, 두 가격이 있다.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의 착시, 원화 ‘약세’라는 잘못된 전제까지 정정한다.

8월 27일부터 22일 사이,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이 차례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저마다 다른 이유를 대지만 그 밑에는 오르는 가격이 두 가지 있다. 원유와 메모리 반도체다. 오늘은 추석 연휴로 서울 금융시장이 쉬는 날이라 국내 새 지표는 없다. 대신 지난 22일 동안 세계 중앙은행이 왜 한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그 밑에서 한국이 무엇으로 벌고 무엇으로 내고 있는지를 짚는다.

네 개의 중앙은행, 같은 방향 — 그런데 진짜 조이는 건 정책금리가 아니다

왜 지금인가. 9월 16일, 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25bp — 금리 변동의 최소 단위로 흔히 쓰는 0.01%포인트) 올렸다. 2023년 이후 3년 만의 인상이고, 투표 결과는 12대 0 만장일치였다. 5월에 취임한 케빈 워시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래,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은행이 8월 27일 3.00%로, ECB가 9월 10일 예금금리 2.50%로, 일본은행이 9월 18일 1.25%로 각각 올렸다. 22일 사이 네 곳이 함께 움직인 셈이다. 영국은행만 3.75% 동결이었는데, 그마저 6대 3 표결로 세 명이 인상을 주장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번 사이클에는 “세계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길을 간다”는 이른바 대분기(大分岐) 프레임이 자주 따라붙었지만, 22일간의 실제 표결을 보면 방향은 갈리지 않았다. 네 곳 모두 같은 쪽으로 움직였다. 진짜 갈리는 것은 세 가지다. 금리 수준(Fed 3.75~4.00%, 영국은행 3.75%, ECB 예금금리 2.50%, 일본은행 1.25%), 성장과 물가의 조합(Fed는 2026년 성장률을 2.3%, 실업률을 4.1%로 전망하는 강한 경제 위에서 올렸고, ECB는 2026년 성장률을 0.9%로 보는 약한 경제 위에서도 올렸다), 그리고 내부 결속(Fed 12대 0, 일본은행 7대 2, 영국은행 6대 3)이다. 그리고 정작 가계와 기업의 조달비용을 더 세게 밀어 올리는 건 정책금리가 아니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다. 이 장기금리는 지금 5.1%대로 2007년 이후 가장 높다. 워시 의장 스스로도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 정책금리는 그가 보기에도 강하게 조이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가 꼽은 장기금리 상승 요인은 경제 강세,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자금조달 경쟁, 지정학 세 가지다. 실제로 메타·아마존·구글 같은 빅테크의 설비투자는 영업현금흐름의 90~98%에 달해,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가 매우 높다.

달의 의심. 이번 매파적 전환이 데이터보다 위원회의 태도 변화에 더 크게 기대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9월 점도표(위원들이 익명으로 제출한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차트)는 6월 대비 물가 전망을 0.1%포인트, 성장률 전망을 0.1~0.2%포인트 올렸을 뿐인데, 금리 경로 전망은 2026년 30bp, 2027·2028년 각 50bp씩 올랐다. 데이터가 조금 움직였는데 정책 경로는 훨씬 크게 움직인 셈이다. 게다가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본다는 점도표는, 워시 의장 본인이 “미리 정해진 경로를 안내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 다소 어긋난다.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 추정치도 3.2%로, 7월 3.3%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흐름이었다.

어디로. 10월 27~28일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 Fed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나리오 A(65%, 추가 인상) / B(35%, 동결)로 본다. 시장 가격(CME 기준 70%대)보다 조금 낮춰 잡은 건 9월 30일에야 나올 8월 PCE 확정치를 아직 못 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파 쪽으로 기울이는 이유는, 최근 두 번(8월 한국은행 동결 전망·9월 Fed 동결 전망) 모두 매파 방향으로 예측이 빗나간 이력이 있어서다. 틀릴 조건은 명확하다. 9월 30일 근원 PCE가 3.2% 이하로 나오고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다시 둔화되면, 10월은 동결되고 인상은 12월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는 사실이지만, ‘가속’은 착시에 가깝다

왜 지금인가. 관세청 통관 기준 발표에 따르면 9월 1~20일 한국 수출액이 714억 달러로 동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8.3% 늘었고, 이 중 반도체 수출은 341억 달러로 259.4% 급증해 사상 처음 이 기간 300억 달러를 넘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8%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여기서 숫자 두 개를 구분해야 한다. 259.4%는 반도체 수출의 ‘증가율’이고, 47.8%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런데 비중만 놓고 보면 8월 같은 기간의 47.2%에서 0.6%포인트 오른 정도로, 사실상 정체에 가깝다. 증가율이 크게 뛴 것처럼 보이는 건 작년 이맘때 반도체 비중이 23.7%로 유독 낮았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은 물량보다 가격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 인공지능 서버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 수출 단가는 5월 58.21달러에서 7월 76.13달러로 두 달 새 30.8% 뛰었다. ‘반도체를 빼도 수출이 22% 늘었다’는 수치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 안에는 사실상 메모리인 컴퓨터주변기기(SSD 포함, +187.6%)와 유가 효과가 큰 석유제품(+47.8%)이 섞여 있고, 승용차(+9.3%)·무선통신기기(-0.4%) 같은 전통 수출 품목은 힘이 약하다.

달의 의심. 이 성장을 떠받치는 가장 약한 고리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쪽 고객의 자금 사정일 수 있다. 반도체 수요를 만드는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앞서 언급한 대로 영업현금흐름의 90%대까지 차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조달 비용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지금 5.1%대다. 가격이 주도한 성장은 꺾일 때도 가격으로 빠르게 되돌아올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 1~3년 단위 장기공급계약이 늘어난 점은 이 되돌림의 속도를 늦추는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

어디로. 이 가격 주도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는 9월 30일(미국 현지)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이다. 시나리오 A(60%,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진다는 가이던스) / B(40%, 가격 피크아웃 신호)로 본다. 틀릴 조건은 HBM 현물 가격의 반락이나 마이크론의 하향 가이던스다.

원화, 사실은 약세가 아니라 13% 절상됐다

왜 지금인가. “수출이 이렇게 잘 되는데 왜 원화는 약할까”라는 질문 자체가 최근 며칠 사이 여러 매체에서 반복됐다. 그런데 이번 취재 과정에서 그 전제부터 다시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종가는 9월 23일 1,358.4원이다(추석 연휴로 서울 시장은 24일부터 27일까지 휴장이고 28일 재개장한다). 이 값을 기준선으로 다시 그려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원/달러 환율은 6월 8일 장중 1,561.5원(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다가 9월 23일 1,358.4원까지 내려왔다. 환율이 내렸다는 건 원화 가치가 오른, 즉 절상됐다는 뜻이다. 계산하면 약 13%, 원화 가치 기준으로는 약 15% 절상이다. 9월 14일 이후로는 1,345~1,383원 사이 박스권 횡보에 가깝다. 그러니 “원화가 약하다”는 단정보다는 “크게 절상된 뒤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는 쪽이 사실에 가깝다. 이 절상 흐름 위에서 최근 자주 인용되는 “원화 약세의 70%는 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 때문”이라는 설명도 정정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은행의 공식 분석이 아니라 김종화 금융통화위원 한 사람이 2025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며, 그 70%도 국민연금 단독이 아니라 국민연금·자산운용사·개인을 모두 포함한 대외 달러 수요 전체를 가리킨 말이었다. 시점도 지금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전인 2025년 하반기 국면을 두고 한 이야기다.

달의 의심. “수출로 번 달러를 금융계정(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로 나가는 자금 흐름)의 유출이 이긴다”는 설명 자체도 아직 숫자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올해 1~7월 경상수지 흑자를 연율로 환산하면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15%)로 추정되는 달러 공급 효과는 약 300억 달러, 흑자 규모의 8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수천억 달러가 어디로 갔는지는 이번 취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9월 22일 하루 22.8원 급락의 원인으로 꼽힌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도 원화로 850억 원(약 6천만 달러) 수준이어서, 그날의 급격한 변동을 설명하기엔 크기가 작다. 오르는 날도 내리는 날도 매번 그럴듯한 사후 설명이 따라붙는 구조라면, 그 설명이 실제 인과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어디로. 그래서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약한가”가 아니라 “경상수지가 이렇게 크게 흑자인데도 왜 1,350원 아래로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가”에 더 가깝다. 첫 시험대는 9월 28일 서울 재개장 첫 거래다. 시나리오 A(65%, 1,345~1,385원 박스권 유지) / B(35%, 박스 이탈)로 본다. 틀릴 조건은 미국 10년물 금리의 급락이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 타결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경우다. 둘 중 하나가 현실화되면 지금까지의 판단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판정은 9월 30일 밤에 시작된다

세 이야기를 한 줄로 묶으면 이렇다. 원유와 메모리 반도체, 두 가격이 세계 중앙은행을 같은 방향(인상)으로 밀고 있고, 한국은 그 두 가격의 한가운데서 한쪽(반도체)으로 벌고 다른 쪽(원유)으로 낸다. 그 사이에서 원화는 크게 절상된 뒤 좁은 박스에 머물러 있다. 이 그림이 맞는지 확인할 판정일은 이미 예약돼 있다. 9월 30일 밤(한국시간) 미국의 8월 근원 PCE가 나오고, 몇 시간 뒤인 10월 1일 새벽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이 이어진다. 물가와 메모리 가격, 두 가격의 답이 반나절 안에 함께 나오는 셈이다. 만약 근원 PCE가 3.2% 이하로 낮게 나오면서 마이크론 가이던스까지 견조하다면, 가격이 올라도 물가로 번지지 않는다는 뜻이라 인상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대로 메모리 가격이 급반전하거나 호르무즈 협상이 타결돼 유가가 급락해도, 지금까지의 그림은 다시 그려야 한다. (관련 기사: 추석이 끝날 때, 시장은 이미 두 개의 청구서를 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