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차현우는 신호에 걸릴 때마다 백미러를 봤다.

아홉 해째 붙은 버릇이다. 브레이크를 밟는 몇 초, 그 틈에 뒷유리 위쪽 하늘을 살폈다. 어릴 때 할머니가 그랬다. 추석 밤 보름달을 보며 빌면 소원이 곧장 하늘로 올라간다고. 뒷자리에 앉아 있던 꼬마는 이제 운전석에서, 신호가 걸릴 때만 그 하늘을 훔쳐보는 어른이 됐다.

전야 밤 열 시 반, 물류센터를 나섰다. 오늘 물량 삼백 개, 세 바퀴. 건물에 들어서면 뛰었다. 계단을 두 칸씩 오를 때마다 무릎에서 소리가 났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버튼부터 눌러뒀다. 한 집에 오 분, 화장실은 상차 시간에 맞춰서만 갔다. 손끝은 박스 모서리에 쓸려 늘 시렸다.

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다들 이미 고향에 닿아 있었다. 신호도 거의 걸리지 않았다. 빈 도로 위로 초록불만 길게 이어졌다.

새벽 여섯 시 사십 분,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았다. 트럭에 오르고서야 알았다. 오늘 밤 백미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식은 믹스커피 냄새 사이로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가 보낸 사진 한 장. 마당에서 찍은 보름달, 새벽 두 시 전송. “여기는 잘 보인다.” 그 시각 그는 열두 번째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차현우는 사진을 오래 들여다봤다. 창밖 하늘은 이미 허옇게 밝아 있었다. 사진 속 달은,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로 이미 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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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화장실도 ‘초 단위’…9년차 택배기사, 2만보 추석 전쟁 — 재경일보, 2026-09-23

한 줄 요약: 추석 연휴를 앞둔 심야, 9년차 택배기사가 밤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하루 300개 물량을 3회전으로 배송하며 2만 보 넘게 걸은 이야기.


작가의 말

기사는 그가 얼마나 걸었고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는 자세히 전했지만, 그 밤 그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기사 속 그 밤은 추석을 사흘 앞둔 물량 급증기였습니다. 저는 추석의 보름달과 겹쳐 쓰고 싶어서, 소설 속에서만 그 밤을 추석 전야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속 시점과 달의 모양은 실제 기사의 밤과 다릅니다. 백미러의 습관과 어머니의 문자는 제 상상이고, 인물의 이름도 사생활을 위해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