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세율로, 협력은 체계로, 공장은 전력망으로 — 미국 진입의 세 가지 값 | 2026년 9월 25일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강관에 최대 29.94% 반덤핑 세율을 확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3개 드론 기업과 생태계 MOU를 체결했다. 현대제철이 이끄는 합작사는 루이지애나에 8조원 전기로를 짓는다. 세율을 맞거나, 생태계에 편입되거나, 직접 공장을 짓거나 — 한국 산업이 미국에서 치르는 통행료의 세 종류.

미국은 길마다 다른 통행료를 받는다 — 수출하면 상무부 계산식이, 생태계를 짜면 수출통제가, 공장을 세우면 전력망이 청구서를 낸다.

강관에 30% 가까운 세율이 붙은 날 — 같은 한국 기업인데 왜 3배 차이가 났나

미국 상무부가 9월 24일(현지시각)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 — 셰일 유전 시추에 쓰이는 강철 파이프) 반덤핑(AD) 연례재심 최종 결과를 연방관보에 고시했다. 넥스틸에는 29.94%, 세아제강에는 9.80%의 세율이 각각 확정됐다. 개별 조사를 받지 않은 현대제철·포스코인터내셔널 등 16개 한국 기업에는 두 회사 수치를 단순 평균한 19.87%가 적용됐다.

이 세율이 낯선 이유가 있다. 넥스틸과 세아제강은 직전 재심(2022~23년분)에서도 이번 재심의 예비판정(3월)에서도 세율이 0.00%였다. 예비에서 최종으로 넘어오는 사이, 상무부가 정상가격 산정 방식 3가지를 바꿨다. 같은 기간, 같은 수출 자료로 계산했는데 0이 30이 됐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이 덤핑을 더 많이 했다”는 결론이 아니라,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진짜 부담은 과거분에 있을 수 있다. 반덤핑 재심은 소급 정산 구조다. 이번 재심 기간인 2023년 9월~2024년 8월에 미국에 수출한 물량 전체가 이 세율로 최종 정산된다. 예비판정에서 0% 예치금만 냈던 넥스틸에는 그 차액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반면 세아제강에는 9.80%만 붙는다. 이 격차의 원인은 9월 말 공개될 계산자료(IDM)를 봐야 확인된다.

달의 의심 하나. 세아제강은 미국에 자체 생산 기반을 가지고 있고, 넥스틸에는 없다. 그것이 세율 차이의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 쉬운 맥락이다. 하지만 판정 근거는 계산 방법론 변경이고, 두 회사의 미국 생산 유무가 이번 격차를 만든 직접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단정하지 않는다. 넥스틸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를 검토할 유인이 크다. 방법론이 소송에서 되돌려지면 세율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29.94%는 확정이지만 안정은 아닌 셈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 넥스틸이 CIT에서 방법론 변경을 다투며 세율이 낮아지는 방향. 시나리오 B(45%) — 확정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며 넥스틸의 대미 강관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는 방향. 틀릴 조건: IDM이 공개됐을 때 격차의 주원인이 방법론이 아닌 회사 고유 사안(자료 오류, 특수관계 거래)으로 드러날 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드론 43개사를 불러모은 이유 — K방산의 다음 문장

9월 21일 창원 공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무인기 관련 기업 43곳과 협력 양해각서(MOU — 구속력 없는 합의문)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실증 배경이 있다. 닷새 전인 9월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GA-ASI(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즈)와 공동개발 중인 ‘모하비’ 단거리이착륙 무인기 실증기가 한국 육군 실사격장에서 헬파이어 미사일 4발을 탑재한 채 시연에 성공했다. 양산형 설계 검토(CDR)는 2026년 11월, 첫 비행은 2027년, 인도는 2028년이 목표다.

K방산은 지금까지 K9 자주포나 천무 다연장로켓 같은 완제품을 나라마다 따로 팔았다. 이번 MOU가 지향하는 것은 그 방식의 전환이다. 기체, 부품·소재, 임무장비로 나뉜 43개 협력사 제품을 K9·천무와 패키지로 묶어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다. 9월 24일 기업·산업 섹션에서 다룬 엔비디아의 컴퓨트 파이낸싱 구조처럼, 이번에도 플랫폼 기업이 생태계 자산들의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로 올라서는 흐름이 보인다.

냉정하게 보면, MOU는 금액도 구속력도 없다. 한화에게 이 서명의 비용은 거의 0이다. 드론 수요가 커지면 가치가 크고, 안 커져도 잃을 게 적다. 달이 MOU를 “수출 전략 전환의 신호탄”으로 읽지 않는 이유다. 43개 협력사 중 3년 내 실제 수출 계약에 이름을 올릴 기업이 하나라도 나올 확률은 50% 안팎으로 본다. 10개 이상이 연결될 확률은 10% 이하다. 협력사가 “함께 수출할 것”을 결정한 날이 아니라, 한화가 협력사 풀을 선점한 날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0%) — K방산 패키지가 생태계 전체를 끌어올리며 중소 방산기업에 실질적 수혜가 발생하는 방향. 시나리오 B(60%) — MOU가 협력사 등록 리스트로 머물고 수출 과실은 한화에게로만 귀결되는 방향. 틀릴 조건: 한화의 공식 수출 계약서에 협력사 제품 구체 사양과 납품 물량이 명기되는 시점이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에 삽을 꽂은 이유 — 전기로와 4,000억짜리 전력망의 역설

현대제철(지분 50%)·포스코(20%)·현대차(15%)·기아(15%)의 합작 법인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가 9월 4일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기공식을 열었다.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입해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고로가 쇳물을 처음 만드는 방식이라면, 전기로는 전기 열로 고철을 녹여 강판을 만드는 방식 — 탄소 배출이 적다) 제철소를 짓고,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9월 25일 데일리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제철소를 위해 전력 회사 엔터지 루이지애나가 별도로 2억8,4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전력망 인프라를 구축한다. 691MW급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주 전력회사가 배전망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 공익위원회가 이미 승인했다. 이 4,000억원이 58억달러 총투자에 포함되는지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만들어야 미국에서 팔 수 있다는 원칙이 적용된 투자다. 미국이 2026년 4월부터 철강 수입에 기본관세 50%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현지 제철소는 관세를 우회하는 자산이다. 하지만 역설이 있다. 건설 기간 3년은 여전히 관세를 맞는다. 그리고 HPLS가 수익을 내는 조건 중 하나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아시아보다 30% 이상 높게 유지되는 것인데, 그 가격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은 관세가 만든 것이다. 관세가 낮아지면 이 프리미엄도 함께 내려간다. 관세를 피하려는 공장이 관세가 지속되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일 수 있다.

2029년 1분기 양산 목표는 착공에서 약 2.5년이다. DRI 환원·전기로·열연·냉연으로 이어지는 일관밀을 2.5년에 짓는 것은 공격적인 일정이다. 전력 공급 변전소의 완공 목표는 2029년 8월로, HPLS 양산 목표와 최대 5개월 차이가 난다. 변전소가 HPLS의 유일한 전력 접속점인지는 미확인이다. 지연으로 단정하지는 않지만, 여유가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70%) — 2029년 내 상업생산 개시, 현대차·기아 전속 물량 확보로 안정적 가동 궤도에 오르는 방향. 시나리오 B(30%) — 공기 지연 또는 전력망 완공 지연으로 양산 시작이 2030년 이후로 밀리는 방향. 틀릴 조건: 전력 공급 계약(ESA) 조건이 공개됐을 때 HPLS가 인프라 비용을 대부분 직접 부담하는 구조로 드러날 때다.

오늘 세 꼭지를 지나며 남는 생각이 있다. 8조원이 있으면 현지 제철소를 짓는다. 7,500억원과 미국 파트너가 있으면 미국 기술 체계에 편입된다. 그것도 없으면 세율을 맞는다. 미국의 압박이 한국 산업 안에서 자본력 격차를 키우는 선별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진입 방식이 결국 미국 쪽 결정권자를 거치는 공통 구조 안에 있는 것인지 — 그 질문이 오늘 기업·산업을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