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는 모래에 반쯤 묻힌 슬리퍼 한 짝을 주웠다. 파란색이었다. 자기 것도, 동생 것도, 아빠 것도 아니었다.
한 시간 전, 동우는 물속에서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걸 느꼈다. 파도가 두 번 그를 끌어당겼다. 세 번째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굵고 단단한 손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모래 위였다. 아빠가 동생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동생도, 동우도 살아 있었다.
살아 있지 않은 건 그를 붙잡았던 두 사람이었다.
동우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팔을 붙잡던 손의 온도와, 젖은 셔츠에서 나던 짠물 냄새만 남았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들이 군인이었다고 했다. 이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동생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다. 구급차가 떠난 자리에서 동생이 물었다. “형, 우리 이제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돼?” 아빠는 대답 대신 동생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동우는 파란 슬리퍼를 뒤집어봤다. 안쪽에 이름이 있을까 해서였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동우는 슬리퍼를 무릎에 올려두고 있었다. 아빠는 백미러로 몇 번 동우를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여름 이후 동우는 신발장 맨 아래 칸, 아무도 신지 않는 자리에 슬리퍼 한 짝을 두었다. 짝이 없어도 버리지 않았다.
이름을 모르니 부를 수 없었다. 대신 자리 하나를 남겨두는 것. 동우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다에 빠진 10대 형제 구하러 뛰어든 50대 군인 2명…사망 — 이데일리, 2026.07.26
한 줄 요약: 낯선 아이들을 구하려 바다에 뛰어든 군인 두 명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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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름 없는 두 사람이 아이들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으며, 정작 구조된 아이는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의 죽음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 그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이 무엇일지 상상하다가, 짝 잃은 신발 한 짝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