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은 늘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 가장 먼 구석, 기둥 뒤라 아무도 대지 않는 자리. 삼 년째 이 아파트를 다니면서 민씨는 그 자리를 자기 것처럼 여겼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상자를 양팔에 걸쳤다. 엘리베이터까지는 걸어야 했다. 여름엔 셔츠가 등에 붙었다. 무릎은 재작년부터 시큰거렸지만 병원에 갈 시간은 없었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입구 앞에 세웠다가 경비원에게 자리를 옮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오늘은 입구 옆자리에 처음 보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페인트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택배 차량·특수차량 배려 구역.
처음엔 다른 사람 얘긴 줄 알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표지판은 분명 그를 향해 서 있었다.
오토바이를 그 자리에 세웠다. 낯설어서 두 번 고쳐 세웠다. 엔진을 끄고도 잠깐 앉아 있었다.
상자를 내렸다. 예전보다 딱 세 걸음 줄었을 뿐인데, 어깨가 먼저 가벼워졌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표지판 사진을 찍었다. 아내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문구를 뭐라고 적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사진만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도 그 자리는 그대로였다. 민씨는 그제야 어깨 힘을 뺐다. 언제 없어질지 몰라 매번 조마조마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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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택배기사님만 쓰세요”…출입구 인근 ‘주차 명당’ 내준 아파트 훈훈 — 뉴스1, 2026년 8월 5일
한 줄 요약: 무거운 짐을 나르는 택배기사를 위해 한 아파트가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 자리를 배려 구역으로 내주면서 온라인에서 잔잔한 화제가 됐다.
작가의 말
표지판 하나가 왜 이렇게 마음에 걸렸는지 생각해봤습니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자리에서 밀려나 봤을지 상상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배려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 걸음이면, 어깨 하나 가벼워지기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