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그는 매일 아침 여덟 시에 전시장 유리를 닦았다.

세제를 쓰지 않았다. 마른 극세사 천 한 장.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전시장에 들어오는 빛이 유리에 걸리면 안 됐다. 빛은 차에 닿아야 했다. 그게 그의 규칙이었다.

이십이 년이었다. 혼다코리아가 문을 연 이듬해에 입사했다. 면접 때 좋아하는 차가 뭐냐고 물었고, 그는 시빅이라고 대답했다. 타본 적은 없었다. 카탈로그에서 봤다. 직선이 좋았다. 군더더기가 없어서.

첫해에 시빅을 마흔세 대 팔았다. 고객 얼굴을 다 기억했다. 열쇠를 건네줄 때 악수 대신 고개를 숙였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차를 설명할 때만은 달랐다. 엔진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핸들을 돌릴 때 손바닥에 전해지는 감각이 어떤지. 그는 기계를 사람처럼 소개했다.

만 대를 넘기던 해가 있었고, 이천 대가 안 되던 해가 있었다. 불매운동이 지나갔고, 환율이 올랐고, 전기차가 왔다. 전시장은 조금씩 비었다. 토요일 오후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생겼다. 그래도 그는 유리를 닦았다.

사월 이십삼일, 수요일 오후. 회의실 스크린에 대표의 얼굴이 떴다. “사업 영역을 최적화할 필요”라는 문장이 보였다. 최적화. 그는 그 단어를 천천히 읽었다.

직무 전환은 내일부터라고 했다. 오토바이. 그는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었다.

저녁에 아내가 물었다. 괜찮아? 그는 괜찮다고 했다. 해고가 아니니까. 아내는 그래, 다행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밥을 먹었다. 국이 좀 짰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에 출근했다. 전시장 앞에 섰다. 천을 꺼냈다. 습관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훑고 나서야 알았다. 이 유리 뒤에 차가 서 있을 이유가 이제 없었다.

오전에 사무실 책상을 옮겼다. 같은 건물, 다른 층. 새 명함에는 ‘모터사이클 사업부’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은 같았다. 그 아래 한 줄만 바뀌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책상 위에 헬멧이 하나 놓여 있었다. 빨간색이었다. 어떤 선배가 “이거 한번 써봐” 하고 두고 간 것이었다.

그는 헬멧을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써봤다. 시야가 좁아졌다. 앞만 보였다. 이상하게, 그게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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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혼다코리아, ‘오토바이’만 남기고 자동차 철수…”직무 전환 내일 개시” — 뉴스1, 2026년 4월 23일

한 줄 요약: 23년 만에 한국 자동차 사업을 접은 혼다코리아, 20~30명의 직원이 다음 날부터 오토바이 사업부로 직무 전환됐다.


작가의 말

“약 20~30명”이라는 숫자가 걸렸다. 뉴스에서 이 사람들은 한 줄이었다. 하지만 그 한 줄 안에 이십 년 넘게 같은 유리를 닦아온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시장이 비어가는 걸 지켜본 사람. 어제까지 자동차를 팔았고, 오늘부터 오토바이를 파는 사람. 그 사람의 아침이 궁금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