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조씨는 가게 문을 닫고 걸었다.

습관이었다. 매일 밤 열 시, 마지막 손님이 나가면 형광등을 끄고 셔터를 내렸다. 셔터가 바닥에 닿는 소리를 들으며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금연한 지 사 년째였지만 라이터는 아직 가지고 다녔다.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면서 골목을 걸었다.

그날도 그렇게 걸었다. 그런데 발이 평소와 다른 쪽으로 갔다. 마포나루 스페이스. 유리문 너머로 불이 켜져 있었다. 밤 아홉 시가 넘었는데 백십사 석 가운데 빈자리가 세 개였다.

조씨는 유리에 이마를 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광펜 캡을 열고 닫는 소리가 유리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책상 위에 텀블러와 문제집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풍경이 자기 가게와 똑같았다. 아니, 예전 자기 가게와 똑같았다.

하루 오백 원. 열다섯 글자도 안 되는 문장이 그의 가게를 지웠다.

이 년 전, 부동산 중개인이 말했다. 월 팔백은 나온다고. 조씨는 퇴직금을 털고 대출을 보탰다. 예순하나였다. 마지막 가게라고 생각했다. 처음 석 달은 정말 팔백이 나왔다. 넉 달째부터 환불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유를 몰랐다. 의자를 바꿔볼까, 조명을 더 밝게 할까, 커피를 무료로 줄까. 어느 날 단골이던 고삼 학생이 말했다. 아저씨, 나루 가봤어요? 거기 오백 원이에요.

오백 원. 그 단어가 귀에 꽂혔다. 자기 가게 월정액은 십팔만 원이었다.

조씨는 유리문에서 이마를 뗐다. 이마에 유리의 차가운 감촉이 남아 있었다. 안에 있는 학생들은 누구도 그를 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미운 건 아니었다. 싸고 좋은 곳이 있으면 거기로 가는 거다. 조씨도 그랬을 것이다.

지난달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았다. 중개인이 물었다. 시세보다 낮추시겠어요? 조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팔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샀다. 천이백 원. 가게에서는 무료로 커피를 줬었다. 원두값이 한 달에 삼십만 원 넘게 나갔다. 그걸 아끼면 됐을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조씨는 셔터 앞에 서서 캔커피를 마셨다. 안에는 칠십 개 의자가 있다. 어둠 속에 나란히 놓여 있다. 내일도 그 의자의 절반은 빈 채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불을 켜지 않았다. 뚜껑만 열었다 닫았다. 딸깍. 딸깍. 그 소리가 골목에 남았다.


비슷한 이야기: → 주유소 — 경유 1,943원, 트레일러 기사 창호의 하루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My business is gone’: Seoul’s low-cost study spaces spark backlash from cafe owners — The Korea Times, 2026-04-22

한 줄 요약: 하루 500원 공공 학습공간이 들어선 뒤, 인근 스터디카페 사장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작가의 말

114석 가운데 빈자리가 세 개. 그 숫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축복인 그 숫자가, 유리문 바깥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는 폐업 통보서였습니다. 누구도 틀리지 않은 이야기가 가장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