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현상)이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 없다. 9월 16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회의)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다. 그 결정 자체가 이번 충격의 정체를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공급충격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성장과 고용은 아직 버티고 있다. 한국은 그 청구서를 성장이 아니라 원화(1,383원)와 기업 자금조달 시장으로 받고 있다.
Fed 인상의 청구서, 가계보다 기업이 먼저 받았다
9월 16일(현지 시각) FOMC는 만장일치(12-0)로 +25bp(베이시스포인트, 0.01%를 뜻하는 금융 단위) 인상을 결정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높였다. 2023년 7월 이후 첫 인상이었다. Fed 의장 Kevin Warsh의 말은 간결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래, 너무 높았다.”
인상 이유는 끈적함이다.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Fed가 가장 신뢰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의 근원치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3.3%였다. 재가속이 아니라 3%대 초반 고착이다. Fed가 스스로 갱신한 경제전망(SEP)은 2026년 말 근원 PCE를 3.4%로 제시했다. 올해 안에는 내려오지 않는다는 전망을 안고 올렸다는 뜻이다. 점도표(위원들이 익명으로 적는 금리 전망표)에서는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봤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3.00%다. 올해 7월(2.75%)과 8월(3.00%)에 각 25bp씩 올렸다. Fed 인상으로 양국 금리차는 상단 기준 100bp(한은 3.00% vs Fed 상단 4.00%)로 벌어졌다.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9월 17일 하루에만 13.6원 급등해 1,382원대로 올라섰고, 9월 18일에는 1,383.3원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가장 조용히 반응한 곳은 기업 채권 시장이었다. 표면 가격(스프레드—국고채 대비 회사채 금리 차이)은 오히려 좁아졌다. AA- 3년 회사채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66.3bp로 지난달(72.3bp)보다 줄었다. 그런데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은 4.8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조 원)보다 81% 줄었다. 가격이 아니라 수량이 먼저 조정된 것이다. 시장이 열려 있는 게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발행자만 남은 상태다. 한미 관계, 대출금리의 여파는 국고채 3년물(4.063%)이 기준금리보다 이미 106bp 높다는 데서도 읽힌다. 채권시장은 한은보다 더 매파적이다.
왜 지금인가. Fed가 올려도 한은이 따라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환율이고, 둘째는 국내 변수다. 한은은 8월 인상 이유로 국내 성장(KDI가 3.2%로 상향), 집값, 가계부채를 들었다. Fed가 새로 압박한 것이 아니라, 한은이 멈출 때 치르는 비용(환율)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은 총재는 “인상 효과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점검에 쓸 데이터가 아직 없다. 가계신용 2,019.8조 원(6월 말 기준, 사상 처음 2천조 원 돌파)은 7·8월 인상 이전 수치다. 금리 인상의 충격이 실제 잔액으로 번지기까지 최소 1분기가 걸린다. 10월 22일(금통위—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회의—다음 회의일)도, 11월 26일도 사실상 어둠 속 결정이 될 수 있다.
달의 의심. 기업의 충격이 가격이 아닌 수량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현재 지표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스프레드가 좁아졌다는 지표만 보면 “시장은 괜찮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채 순발행이 81%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 나올 수 없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신호가 대출 부도나 구조조정으로 바뀌는 데는 한 분기 이상 걸린다. 지금의 수치들은 그 충격이 오기 전 사진이다.
어디로 가는가. 다수 기관 전망은 10월 22일 금통위 동결, 11월 26일 인상(조건부)이다. 달의 판단도 같다. 10월 동결·11월 인상 경로 65%, 10월 3연속 인상 35%. 11월 인상 조건은 원달러 종가 1,400원 돌파, 9월 소비자물가 3.1% 이상 유지, 서울 집값 재가속 중 둘 이상 충족이다. 틀릴 조건은 10월 금통위가 예상 밖의 인상으로 판단을 바꾸는 경우다.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이 이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오늘 정치·지정학 섹션의 “유보를 통한 침식 — 대만·이란·북한, 워싱턴이 확약을 옵션으로 바꾸는 주”를 참고하기 바란다.
스태그플레이션 라벨 검정 — 세 조건 중 하나만 충족됐다
9월 15일, WTI 원유는 4개월 만의 고점 배럴당 106달러를 찍었다. 이틀 뒤인 9월 18일에는 99.53달러(-2.34%)로 내려왔다. 9월 11일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동서 연결 송유관이 막혔고, 아람코는 며칠 내 절반 복구, 전면 복구는 6주 이상 걸린다고 밝혔다. 금 현물은 9월 18일 기준 온스당 약 4,347달러로 4주 만에 주간 첫 상승을 기록했다.
이 그림이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보인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을 성립시키려면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높은 물가, 침체하는 성장, 오르는 실업률이다. 이 셋을 지금 지표로 하나씩 확인해 보자.
물가는 충족됐다. 근원 PCE 3.3%, Fed의 2026년 전망치 3.4%, 한국 소비자물가 3.1%, 근원 3.4%(3년 3개월 만의 최고)다.
성장은 부분 충족이다. 미국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연율 1.5%(1분기 2.1%)로 둔화됐다. 그런데 Fed는 성장 전망을 오히려 2.2%에서 2.3%로 올렸다.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성장 전망(KDI 3.2%)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향됐다.
실업률은 미충족이다. 미국 8월 실업률은 4.1%이고, 신규 취업자는 16만 2천 명(예상치 5만 3천 명을 세 배 이상 웃돌았다). Fed는 실업률 전망을 오히려 4.3%에서 4.1%로 낮췄다.
결론은 하나다. 에너지 공급충격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은 확인됐고, 스태그플레이션은 아직 미확인이다. 그리고 이것이 역설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면 Fed는 올릴 수 없었다. Fed가 올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스태그 아님”의 가장 강한 증거다.
왜 지금인가. 유가 충격의 1차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의 8월 수입 통계와 소비자물가는 송유관 폐쇄(9월 11일) 이전 데이터다. 첫 실제 충격 수치는 9월 무역통계(10월 초)와 9월 소비자물가에 담길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가 아니라 과열에 가까운 국면이다. 8월 무역흑자는 347.5억 달러, 3개월 연속 300억 달러 이상 흑자다. 에너지 수입 비용이 약 17억 달러 늘었지만 이는 무역흑자 증가분의 약 6% 수준이다. 유가는 국제수지 문제가 아니라 물가 문제다. 그리고 정부의 유류 최고가격제가 8월 소비자물가를 0.5%포인트 낮추고 있다. 제도가 없었다면 물가는 3.6%였다. 그 비용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달의 의심. 유가 하락이 반드시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진다는 가정은 성급하다. 최고가격제가 끝나거나 재정 한계에 닿을 경우 3.6%가 그대로 노출된다. 또 9월 소비자물가가 충격을 처음 반영할 때, 한은의 판단 기준이 기대 이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브렌트 원유 기준 95~105달러 박스 유지 가능성 55%, 이탈 가능성 45%(하방 95달러 이하 25%, 상방 110달러 이상 20%). 송유관 복구 진행과 소강 국면이 재공격 위험을 상쇄하고 있다. 틀릴 조건은 브렌트가 100달러 아래로 안착하는 것, 또는 반대로 추가 공격으로 복구가 지연되는 경우다.
추석 전 3거래일, 외국인 4,262억원의 진짜 시험
9월 18일 코스피는 6,894.23포인트로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은 178.82포인트(+2.66%)였다. 외국인이 8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헤드라인은 “외국인 귀환”이었다.
그런데 수치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KRX(한국거래소) 기준 4,262억 원이다. 9월 9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이 판 금액은 14조 원대다. 4,262억 원은 그것의 약 3%다. 주도는 외국인이 아니라 기관(1.5조 원 순매수)이었고, 상승 촉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으로 미국 반도체 지수(SOX)가 3.1% 뛴 것이었다.
외국인이 9월 들어 판 종목의 95.5%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코스피 전체를 팔아치운 것이 아니라 메모리 두 종목의 포지션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판별 신호는 코스피 지수 등락이 아니라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 흐름이 바뀌는가 여부다.
왜 지금인가. 토요일인 오늘(9월 20일) 이후 거래일은 9월 21일(월), 22일(화), 23일(수)까지 단 3거래일이다. 이후 추석 연휴로 한국 증시가 쉬는 사이, 해외에서 이벤트가 연달아 터진다. 9월 23일에는 한미 반도체 관세 협상 발표가 예정돼 있고, 9월 24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은 9월 30일에 나온다. 이 모든 결과가 9월 28일 재개장일에 한꺼번에 반영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8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8월 11일부터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8.16조 원을 순매수했다. 그런데 8월 한 달 전체로는 9.79조 원 순매도로 끝났다. 순매수 하루가 7거래일 연속 매도를 되돌린다는 보장은 없다. 수출 달러가 환율을 막아줘야 하는데, 8월에 무역흑자가 347.5억 달러였음에도 원화는 오히려 약해졌다. 수출로 버는 달러보다 금리 때문에 나가는 달러가 많은 국면이다.
달의 의심. 원달러 환율이 방향을 알려준다. 외국인이 사면 원화가 강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9월 18일 원달러는 1,383.3원으로 오히려 소폭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 4,262억 원은 약 3.1억 달러다. 직전 7거래일간 나간 금액의 규모와 비교하면 환율을 움직이기엔 너무 작은 금액이었다. 역설적으로, 이게 이번 귀환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어디로 가는가. 기술적 반등 가능성 60%, 순매수 지속 가능성 40%. 판별 기준은 추석 전 3거래일(9월 21~23일)이다. 3거래일 중 2일 이상 외국인 순매수, 누적 1조 원 이상, 원달러가 1,375원 이하로 내려오면 귀환 신호로 읽을 수 있다. 3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기술적 반등이다. 틀릴 조건은 기준 3가지가 충족되는 것이다. 추석 이후 재개장일인 9월 28일에는 연휴 동안의 해외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흑자가 원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잘 팔고 있지만 그 대가를 원화로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주가 그 판단의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