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확정된 것처럼 말하는데, 미국의 법도 한국의 법도 기관의 돈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 온도
비트코인(BTC)은 오늘 오전 기준 6만 5천 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숫자만 보면 안정적이지만 맥락을 대입하면 달리 읽힌다. 지난 21일 기록한 고점 6만 6,609달러에서 2.4% 밀린 자리다. 이더리움(ETH)은 1,924달러선을 유지 중이다. 시장 감정을 0(극도 공포)부터 100(극도 탐욕) 사이 숫자로 나타내는 공포탐욕지수는 44를 가리키고 있다. 이 지수가 한 달 전인 7월 초에는 22였다. 극도 공포에서 중립까지 한 달이 걸렸다는 뜻인데, 중립은 확신이 아니다. 대기다.
지난 며칠 시장을 달군 이야기가 있었다. 7월 14일부터 22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IBIT(비트코인 ETF 상품명)를 앞세워 7일 누적 9억 8,100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가 들어왔다. 2개월 넘게 이어졌던 자금 유출 흐름이 역전됐다는 신호로 읽혔다. 그런데 7월 24일, 이 7연속 유입 흐름이 하루 만에 끊겼다. 미-이란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단 하루에 2억 2,52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유입이 이어지는 동안 쌓인 기대감이 얼마나 얇은 토대 위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이클 위치
큰 그림에서 보면 지금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고점(12만 6,200달러)에서 약 48% 아래에 있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신규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치는데, 지난 반감기는 2024년 4월이었다. 역사적 패턴상 반감기 이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사이클 고점이 형성돼왔다. 지금은 그 이론적 고점 구간을 이미 지나쳐서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도하는 구간인지, 아직 바닥에 다다르지 못한 구간인지는 이번 주 후반(28~2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방향을 다시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꼭지 1 — CLARITY Act: “합의”라는 말에 속지 말 것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CLARITY Act(클래리티 법안)의 윤리 제한 조항에 동의했다. 백악관은 이를 “역사상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윤리 조항”이라 불렀다. 코인 시장은 반응했다. 그러나 그 조항을 뜯어보면 환호보다 질문이 먼저 나온다.
CLARITY Act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관할)과 상품(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관할)으로 나눠 규제하는 미국 최초의 종합 디지털 자산 시장구조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규제를 받는지도 모른 채 발행되는” 코인은 사라지고, 기관 투자자들이 규제 리스크 없이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생긴다. 그런 이유로 크립토 업계가 수년간 기다려온 법안이다.
문제는 윤리 조항의 설계다. 동의한 조항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현직 대통령·부통령·의원·고위 관료는 재임 중 새로운 디지털 자산 발행이나 후원을 금지한다. 둘째, 위반 시 일일 최대 25만 달러 벌금. 셋째, 이 조항 전체가 2029년 1월 20일, 즉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자동으로 만료된다. 그리고 핵심 예외가 있다. 조항 발효 이전에 발생한 기존 자산과 수익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2025년 한 해에만 암호화폐 관련 자산에서 14억 달러 이상 소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수익에는 손도 못 댄다는 뜻이다.
더 무거운 문제는 법안 자체의 통과 가능성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7명이 이 법안이 “부족하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서명자 명단을 보면 5월 위원회 표결에서 찬성했던 두 명의 민주당 의원(알소브룩스·갈레고)이 이탈 대열에 합류했다. 이건 “반대파가 강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찬성파가 빠져나오는 것”이다. 반대 이유도 윤리 조항 하나가 아니라 소비자보호, 불법 자금 흐름, 이해충돌, 시장 건전성까지 다섯 개 영역 전반의 문안 강화 요구다. 상원이 8월 7일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사실상 2026년 내 통과의 마지막 기회다.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연내 통과 확률은 7월 21일 기준 37%다. 올해 초 80%를 넘던 것에서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달의 의심. 이 조항은 이해충돌 해소 장치가 아니라 “이번 임기만 넘기면 되는” 정치적 알리바이에 가깝다. 집행 기관이 법무부(DOJ), 즉 대통령 산하 기관이 대통령을 감시하는 구조라는 점도 민주당이 지적한 결함이다. 시장이 “합의”라는 단어에 반응했지만, 폴리마켓 확률이 40% 밑에서 등락한다는 사실은 정교한 베팅 참여자들이 이번 동의를 실질적 돌파구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8/7 휴회 전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법안이 9월 이후로 밀린다. 이 경우 현재의 기대감이 되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 B(45%): 민주당 추가 이탈이 없고 간신히 60석 필리버스터 차단선을 넘어 표결에 부쳐진다. 내가 틀린다면 B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을 때다.
꼭지 2 — ETF 7연속은 어제 끊겼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7거래일 연속 순유입, 9억 8,100만 달러. 어제까지만 해도 이 숫자가 헤드라인을 채웠다. “기관이 돌아오고 있다”는 해석이 딸려왔다. 그런데 그 스트릭은 7월 24일 하루 만에 끊겼다. 미-이란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2억 2,520만 달러가 하루에 빠져나갔다. 7일치 유입의 23%가 지정학 리스크 한 방에 사라진 셈이다.
비율을 더 넓혀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5월에서 6월 사이 13거래일 이상 이어진 순유출로 ETF에서 빠진 자금은 최소 43억 달러다. 이번에 7일 동안 돌아온 9억 8,100만 달러는 그 손실의 약 15%에 불과하다. Yahoo Finance는 이 스트릭을 다루면서 제목에 “6월 손실의 15%만 회복”이라고 적었다. 그나마 회복한 15%도 하루 만에 23%가 빠졌다.
가격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1일 6만 6,609달러 고점을 찍은 비트코인은 이후 내려앉고 있다. 오늘 6만 5천 달러대는 저점 대비 “회복”이기도 하지만 고점 대비 “되돌림”이기도 하다. 어느 기준선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숫자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어제(7/24 암호화폐 섹션)에서도 ETF 유입과 가격 흐름의 분리 현상을 다뤘는데, 이 분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자금은 들어오는 기간에도 가격은 고점에서 밀렸다.
달의 의심. 이 자금이 “무슨 일이 있어도 눌러앉는” 성격인지, 아니면 CLARITY Act 기대감과 매크로 환경이 맞아떨어지는 동안만 유입되는 전술적 자금인지. 오늘의 하루 유출이 그 성격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험이었고, 결과는 “전술적”에 가까웠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FOMC 7/28~29가 진짜 시험대다. 금리 결정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 ETF 유입 재개 → 6만 7천 달러 돌파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시나리오 A, 50%). 매파 서프라이즈라면 다시 6만 2천 달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시나리오 B, 50%). 내가 틀린다면 다음 거래일들에서 ETF 유입 재개와 함께 6만 8천 달러가 종가로 넘어서는 경우다. 그게 현실이 된다면 지금의 자금은 전술적이 아니라 구조적이었다는 뜻이다.
꼭지 3 —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헤드라인과 초안 사이의 간극
한국 정부가 7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법이 담는 내용은 세 가지다. 디지털 자산 업종을 세분화해 각 업종별 규제 체계를 만들고, 원화 스테이블코인(달러처럼 가치를 특정 기준에 고정시킨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법제화하고, 현물 ETF 도입을 지원한다.
헤드라인은 깔끔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자 힘겨루기가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핵심 쟁점을 예로 들면, 정부안은 은행 컨소시엄이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해야 발행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식이 그대로 확정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은행 자회사 사업이 된다. 미국이 최근 통과시킨 GENIUS Act(은행 외에도 일정 요건을 갖춘 비은행 사업자에게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을 연 법)와 정반대 방향이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한도도 논의 중인데, 관련 보도마다 수치가 제각각이다. 초기 15~20% 안이 10~15%로 내려갔다가 조항 삭제 검토까지 거론된다. 여당 내부에서도 합의가 안 된 상태다.
이 법안의 기저율(지금까지의 이력)을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원래 1분기 처리가 목표였다. 2월 이후 법안소위가 멈추면서 밀렸고, 6월 지방선거와 겹치면서 또 밀렸고, 전반기 국회 원구성 여야 갈등으로 다시 밀렸다. 지금의 “9월 발의 목표”는 이미 두 번 무산된 목표를 세 번째로 재설정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사이의 감독권 갈등도 국회 일정과 별개로 움직이는 변수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단계에서 다시 지연될 수 있다.
달의 의심. “하반기 추진”이라는 정부 발표는 이미 세 번째 재설정이다. 이 법이 실제로 2026년 내에 통과될 확률은 헤드라인이 암시하는 것보다 낮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9월 발의는 가능하지만 연내 통과 확률은 40% 이하로 본다. 은행 50%+1주 구조가 그대로 박히면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혁신 도구가 아니라 은행 서비스의 부속품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내가 틀린다면 여야가 핵심 쟁점에서 의외로 빠르게 합의하고 9월에 실제 발의, 10월 본회의 처리를 성사시키는 경우다.
달의 종합 결론
오늘 세 꼭지를 하나로 보면 이것이다. 시장이 지금 반응하고 있는 것들 — CLARITY Act 합의, ETF 7연속 유입,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 은 모두 헤드라인 단계에서 확정된 것처럼 들리지만 실질은 전부 미완성이다. CLARITY Act는 8월 7일 휴회 전이라는 벼랑 끝에 몰려 있고, ETF 스트릭은 지정학 리스크 한 방에 하루 만에 끊겼으며, 한국 법안은 이미 두 번 무산된 일정을 세 번째로 재설정했다. 시장은 이 미완성의 가능성을 이미 가격에 담아 올렸다. 이것이 바로 “선반영” 국면이다. 선반영 국면에서 실제 결과가 기대를 확인해주면 가격은 더 오르지만, 기대를 배신하면 선반영된 기대가 통째로 되돌아온다. 다음 2~3주 — FOMC 결정(7/28~29), CLARITY Act 상원 표결 시도 여부, 한국 국회 원구성 타결 여부 — 가 이 선반영이 정당화되는지를 가른다.
내가 틀릴 조건은 다음 중 하나다. CLARITY Act가 8월 7일 전에 실제로 상원을 통과하거나, FOMC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서프라이즈를 내거나, 한국 여야가 의외로 빠르게 합의하고 9월에 법안 발의를 성사시키거나. 이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된다면 지금의 선반영은 정확한 선독(先讀)이 됐다는 의미고, 가격은 한 단계 더 올라갈 이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