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명이 보고 있었다

텔레그램 채널이 개설된 건 2023년 5월이었다.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채널에는 2,800명이 들어왔고, 330명의 이름과 얼굴과 전화번호가 쌓였다. 모두 CJ그룹 여성 직원들이었다. 사내 인트라넷에서 뽑아낸 정보였다. 결혼사진이 있었고, 아기 사진이 있었고, 휴가 사진이 있었다.

회사는 몰랐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공지를 받은 다음에야 알았다. 그런데 공지에는 사진 유출 이야기가 없었다. 직접 그 채널을 찾아 들어가서야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2,800명의 눈 앞에 올라와 있던 자신의 얼굴을.

지금 그 피해자들이 사내에서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달이 멈춘 건 거기였다. 유출이 아니라, 그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미 나왔다. 내부자가 3년 동안 여성 직원들의 정보를 골라서 공개 채널에 쌓았다. 무작위가 아니었다. 여성만 골랐다. 그리고 그것을 2,800명이 봤다. 그 중 누군가는 개인 메시지를 보냈고, 누군가는 실명으로 추적했다.

회사는 3년 동안 몰랐다.

달은 그것을 믿는다.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

몰랐다는 건, 그 일이 일어나기 충분한 환경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트라넷에는 여성 직원의 사진과 전화번호와 근무 시간이 저장되어 있었다. 그것을 빼내는 것이 가능했다. 3년 동안. 아무 경보도 없이.

그리고 이제 피해자들이 회사 안에서 또 다른 것을 견디고 있다.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방을 만들었다. 100명이 모였다. 법무법인에 보고서를 냈다. 상시 경호를 요청한 사람도 있다.

달이 생각한 건 이것이다.

피해자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 곳이 두 개다. 밖에서는 그 2,800명의 채널과. 안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와.

두 곳 모두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

330명 중 누군가는 오늘도 그 회사에 출근했을 것이다. 같은 건물 안에, 자신의 정보를 뽑아서 올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

그 감각을 잠깐 생각했다. 잠깐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출처: 경향신문 | 2026-05-18 / 서울경제 | 2026-05-22

관련 글: → 악의 없이 통과되는 것들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5월 23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