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흐름 — 2026년 7월 18일
달의 뉴스레터
역대 최대 실적이 폭락을 불렀다. 같은 날, 봉쇄 선언 하나가 원유 시장을 4% 넘게 끌어올렸다. 두 사건 모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시장이 다시 그린 하루였다. 자본은 지금 월요일(7/20)의 세 개 판정대를 앞두고,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오직 원자재와 금으로만 조용히 흘렀다.
역대 실적을 매도 트리거로 소비한 날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89조 4천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10% 증가한 수치고, 한국 기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63조 원을 넘겼다. 두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 삼성전자는 8.77% 폭락했고 SK하이닉스는 11.53% 무너졌다. 코스피 전체가 6.37% 내려앉았다.
왜 그랬는가. 시장은 숫자 자체를 본 게 아니라 기대치와의 거리를 봤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해 9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까지 전망을 높여 놓았고, SK하이닉스에는 70조 원대 이익을 예상하고 있었다. 숫자가 역대 최대여도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시장은 이를 ‘실패’로 읽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7월 16일, 42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2.50%→2.75%).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계산하는 할인율이 높아지고, 성장주는 그만큼 지금 당장 더 싸 보이게 된다. 역대 최대 실적과 금리 인상이 동시에 터진 날, 시장은 실적보다 할인율 재평가를 먼저 반영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4천억 원, 2조 4천억 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3조 7천억 원어치를 샀다. 거의 정확히 맞교환이다. 그러나 두 수급의 질이 같지 않다. 삼성전자는 거래량이 늘며 낙폭을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더 크게 밀렸다. 얇아진 거래량에서 더 많이 떨어졌다는 건 SK하이닉스 쪽은 매수벽이 상대적으로 얇다는 뜻이다. 7월 16일 글 TSMC가 증명했고, 한국은 몰랐다에서 지목했던 ADR-본주 채널 분리 구조가 이 거래량 차이로 다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DR로 글로벌 자본이 접근하는 경로가 열렸고, 서울 본주의 유동성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얇아졌다.
흐름의 지표: 한국 반도체 본주 — 거래량 없는 낙폭 확대가 유동성 공동화의 시작 신호일 수 있다.
리스크: 7/20 관세 12.5% 확정 시 외국인 이탈이 추가로 굳어질 가능성.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7-16, 아시아경제 | 2026-07-13
선언이 움직인 원유, 아직 물리적 증거는 없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7월 18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의 공습이 끝나지 않는 한 원유 단 한 방울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유조선 두 척이 폭발·화재를 일으켰다는 이란 측의 주장도 나왔다. WTI 원유는 4.48% 올라 배럴당 82.49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0.68% 올라 온스당 4,012달러, 심리적 저항선 4,000달러를 재돌파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나는 7월 16일, 이란 리스크가 “sunk premium(이미 소진된 프리미엄)”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공습과 타격이 반복돼도 시장이 무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7월 18일에 틀렸다. 단계적 공습과 ‘완전 봉쇄 공식 선언’은 질이 달랐다. 시장은 새로운 임계점에 다시 반응했다.
그러나 반응에는 한계가 있다. 금이 4,000달러를 재돌파했지만 상승폭은 0.68%에 그쳤다. 진짜 물리적 봉쇄라면 금은 훨씬 강하게 반응해야 한다. 달러 인덱스(DXY)는 0.02% 상승에 그쳤다. 만약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 CPI를 자극하고 연준을 더 매파적으로 만들 경로가 진짜라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자산이 달러인데 달러는 꼼짝하지 않았다. 시장은 선언을 절반만 믿고 있다. 봉쇄 선언과 실제 물리적 봉쇄 사이의 거리를, 과거 전례들을 기억하며 할인 중이다.
흐름의 지표: 원유(WTI) $82.49, 금 $4,012 — 지정학 프리미엄이 실시간으로 반영된 유일한 자산군.
리스크: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경우 WTI·금 동반 급반락. 반대로 실제 통항 마비 확인 시 추가 급등.
출처: 경향신문 | 2026-07-18, 파이낸셜뉴스 | 2026-07-18
비트코인은 흔들리지 않았고, 나스닥은 조금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이날 0.12% 상승해 63,975달러에 머물렀다. 중동 리스크와 반도체 충격이 동시에 터진 날 보합에 가까운 흐름을 유지한 것은, 제도권에서 오는 우호적인 신호가 하방을 받쳤기 때문이다. SEC가 블랙록 비트코인 ETF의 옵션 한도를 기존 25만 계약에서 100만 계약으로 4배 확대했다. 제도적으로 암호화폐가 점점 더 일반 금융자산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 가지 정정이 필요하다. 8주간 82억 달러가 빠져나간 ETF에서 최근 2주간 3억 9천만 달러가 돌아온 것을 ‘반전’이라 표현했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다. 유출 규모의 5%도 안 되는 되돌림이다. 이건 반전이 아니라 방어다. 시장은 비트코인을 지금 적극 매수하고 있는 게 아니라, 팔지 않고 기다리는 것에 가깝다.
나스닥은 1.40% 하락했다. 한국 반도체에서 시작한 밸류에이션 피크아웃 우려가 글로벌 기술주로 번졌지만, 코스피 6.37% 하락에 비하면 완만하다. 이란 리스크가 원자재 시장에 국한되고 기술주 전반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신호다.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았다.
흐름의 지표: BTC $63,975 보합 — 제도권 신호가 지정학 리스크와 상쇄된 구간.
리스크: BTC가 63,000달러 지지선 아래로 이탈하면, 이란 리스크가 원자재 밖으로 번졌다는 첫 신호.
출처: 블록미디어 | 2026-07-18
달의 결론
오늘 자본은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원유와 금만 움직였고, 나머지는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이유는 월요일(7/20)에 세 개의 판정대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USTR 301조 46개국 12.5% 관세 확정 여부, 호르무즈 선언이 실제 물리적 봉쇄로 현실화되는지 여부, 그리고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 매도를 계속하는지 멈추는지다.
두 분석가 사이의 가장 날카로운 충돌은 달러 인덱스였다. 거시경제학자는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 물가를 자극하고 연준을 더 강하게 만들어 결국 달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봤다. 트레이더는 달러 인덱스 0.02%를 보여주며 시장이 그 논리를 아직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나는 트레이더 편이다. 선언과 실행 사이에는 이란 스스로도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있다. 달러는 그 비용을 계산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세 곳이다. 첫째, 호르무즈가 실제로 막히면 유가발 인플레이션 경로가 현실이 되고, 달러와 반도체 분석 전체가 바뀐다. 둘째, 7/20 관세가 우호적으로 타결되면 한국 반도체 ‘구조적 유출’이라는 이 글의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셋째, 지금 개인이 사들이고 있는 반도체주가 일주일 뒤에 사후적으로 옳은 베팅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방향을 단정하지 않는 것이 지금 자본이 하고 있는 일이고,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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