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산부인과 10곳 중 9곳은 분만을 하지 않는다 — 반등 착시·임금공시·의료 공백 | 2026년 7월 25일

합계출산율 0.99가 반등을 선언하는 동안 서울 분만기관의 90%는 이미 문을 닫았다. 출산율 착시, 고용평등공시제의 이빨 논란, 고령임신 44%와 분만 공백 —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세 겹의 구조.

서울은 아이를 가장 늦게 낳고, 가장 낳을 곳이 없으며, 낳고 나면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는 도시다 — 전국 최저 출산율 0.63은 그 세 문장의 합계일 뿐이다.

2026년 1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9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월별 집계를 시작한 2024년 이후 최고치다. 언론은 “반등”을 썼고, 정치권은 “희망”을 말했다. 하지만 달은 지난 7월 20일 예측에서 이 숫자가 오기 전에 이미 물었다 — 이 반등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이번 주 세 꼭지는 그 질문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 반등은 착시의 가면을 쓰고 있고, 정책은 이빨을 갖추지 못했으며, 의료 현장은 수요와 공급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0.99의 착시 — 반등이라 부르기 전에

합계출산율 0.99라는 숫자부터 짚어야 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다. 1.0에 근접한 숫자가 “좋은”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2.1이 필요하다. 0.99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왜 오른 것일까.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동했다. 첫째, 199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에코붐 세대 — 연간 약 69만~73만 명 규모의 코호트 — 가 지금 출산의 주력 연령대인 30대 초반에 진입해 있다. 이 세대가 많은 것이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의 회복이 아니라, 인구 구조상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기간 미뤘던 결혼이 2023년부터 한꺼번에 실현됐다. 혼인 건수가 2022년 19만 2천 건에서 2025년 24만 건으로 4년 연속 늘었고, 통상 혼인 후 1~2년 내 이뤄지는 첫 아이 출산으로 이어졌다(국가데이터처, 2026년 2월).

이 두 요인의 공통점은 한시성이다. 에코붐 세대의 모수 효과는 2027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고 감소 전환한다. 그다음 세대인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연간 40만 명대 규모다 — 에코붐보다 30~40% 적다. 결혼 지연 해소 효과도 소진되면 사라진다.

왜 지금인가: 숫자가 좋을 때 이 구조를 짚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책 긴장이 풀리는 타이밍이 정확히 지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0.99는 출산 의지의 회복이 아니라 두 가지 한시적 효과의 우연한 중첩이다. 서울 합계출산율 0.63은 이 반등조차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회복”이라는 단어는 서울이라는 개별 도시에서도, 전국 평균에서도 성립하지 않는다(국가데이터처, 2026년 2월).

달의 의심: 7월 20일 취재에서 이미 지적했지만, 혼인 증가의 일부는 신혼부부 주거지원·출산장려금 등 정책 효과가 실제로 결혼 타이밍을 당긴 결과일 수 있다. 완전한 착시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달이 더 경계하는 것은 이 면죄부다 —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서사가 강해질수록 2027년 이후 대비가 약해진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 — 2026~2027년이 정책 대응의 마지막 창이다. 이 창을 반등 서사로 소비하면 2028년 이후 재급락은 구조적으로 예정돼 있다. 시나리오 A(65%): 반등을 회복으로 오독한 정책 긴장 이완 → 2028년 이후 30~34세 모수 급감과 함께 출산율 0.7대 재급락. 시나리오 B(35%): 서울 등 지역 격차에 대한 대응이 지금 강화됨 → 급락 속도는 완화되나 반등 자체를 되돌리진 못함.

고용평등공시제, 이번엔 이빨이 달릴 것인가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부처합동 업무보고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고용평등공시제’ 연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금 격차 공시는 대선 공약으로, 연내 통과를 목표로 적극 드라이브를 걸라”고 독려했다(뉴스핌, 2026년 7월 16일).

제도의 내용은 이렇다.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성별 임금과 고용 조건을 의무 공시해야 한다. 임원 성별 비율, 육아휴직 사용 현황도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 13건이 계류 중이며, 9월 상임위 통과 후 올 안에 처리, 2027년 3월 시행이 목표다. 동시에 디지털성범죄 불법 사이트에 대해 성평등부 장관이 직접 차단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된다.

이 제도가 왜 지금인지를 이해하려면 숫자 하나를 알아야 한다. 2024년 기준 한국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약 29% 낮다.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71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다. 이 숫자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공시제의 출발점이다.

왜 지금인가: 이 제도의 뼈대는 이미 7월 20일 취재에서 소개했다. 오늘의 뉴스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 대통령이 직접 업무보고 자리에서 연내 통과를 언급하며 정치적 무게와 마감이 처음으로 실렸다는 것이다. 선언에서 집행으로 넘어가는 신호가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공시 의무는 공개 강제이지 제재가 아니다. 처벌 조항이 없으면 “공개했으나 바뀐 것은 없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영국은 2017년 유사한 제도 도입 후 성별 임금격차가 약 2%p 감소했다 — 0이 아닌 양(+)의 효과이지만, 시장 압력과 사회적 감시라는 비공식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였다. 한국에서 같은 압력이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달의 의심: 500인 이상이라는 적용 범위는 대기업·공공기관 한정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대다수 여성 노동자는 이 제도 밖이다. 그리고 공시제의 진짜 관건인 과징금·입증책임 역전 조항이 야당 반발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 13건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9월 상임위 목표도 과거에 반복됐던 “상정 후 계류” 패턴이 될 수 있다. 전담부서가 9개 부처에서 24개 부처로 늘어나는 것도 실질 권한 확대인지, 조직도만 커지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연내 통과되나 과징금 등 핵심 제재 조항이 후퇴해 2027년 3월 시행 후에도 “이빨 없는” 선언적 제도로 출발. 시나리오 B(30%): 500인 기준을 유지한 채 제재 조항까지 포함한 원안 통과 — 대기업 중심 실질 압력은 생기나 중소기업 배제로 29% 전체 격차 개선은 제한적. 시나리오 C(15%): 여야 대치로 9월 목표 무산, 연내 통과 실패. 아버지 육아휴직 사용률 5.6%라는 돌봄 병목을 공시제가 건드리지 못한다는 한계는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동일하다.

서울 산부인과 10곳 중 9곳은 분만을 하지 않는다

서울에는 산부인과 병·의원이 437곳 있다. 이 중 실제로 분만을 하는 곳은 41곳, 9.4%뿐이다(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나머지 90% 이상은 간판을 걸고 있지만 분만실은 없다.

이 숫자가 나온 배경에는 두 개의 힘이 교차하고 있다. 공급 측에서는 전국 분만 가능 의료기관이 2015년 620곳에서 2025년 436곳으로 10년 새 29.7% 감소했다. 저수가(건강보험이 지정한 낮은 분만 수가), 의료 소송 위험, 전문 인력 부족이 누적된 결과다. 수요 측에서는 정반대가 벌어졌다. 7월 8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서울의 35세 이상 산모(고령 임신) 비율은 44.31%(2024년 기준)로 전국 평균 37.3%(2025년)를 웃돌고 있다(서울경제, 동행미디어, 2026년 7월 8일). 전국적으로도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2015년 23.9%에서 2025년 37.3%로 10년간 13.4%포인트 올랐다.

고령 임신은 35세 이상 임신을 일컫는 의학적 분류로, 다태임신·임신성 당뇨·고혈압성 질환 발생률이 높고 응급 처치 가능성도 커진다. 위험 수준이 높은 산모가 서울에 가장 많이 몰려 있는데, 정작 받아줄 분만 시설은 서울이 가임여성 10만명당 1.8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밀도다. 포럼에서 황인철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주임과장은 “응급 분만을 총괄하고 서울 전역 자원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0년까지 1조 8796억 원 규모의 ‘서울아이 동행 업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왜 지금인가: 지금까지 저출생 담론은 “왜 안 낳는가”에 집중했다. 오늘의 숫자는 처음으로 “낳으려 해도 낳을 곳이 없다”는 공급 측 붕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고령 임신 비율이 44%를 넘는 시점과 분만 가능 기관이 436곳으로 줄어든 시점이 겹쳤기 때문에 이 포럼이 지금 열렸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서울 분만기관 감소는 고령 임신 급증이 만든 위기가 아니다 — 순서가 다르다. 분만 인프라는 저수가 구조 때문에 이미 수십 년에 걸쳐 붕괴 중이었고, 그 위에 고령 임신 급증이 얹혔다. 컨트롤타워를 세운다고 이미 문을 닫은 병원이 다시 열리지 않는다. 정책 제안이 거버넌스 재편에 그치고 저수가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감소세를 늦추지도 못한다.

달의 의심: 오세훈 시장이 제시한 1조 8796억 원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보면 돌봄·보육 인프라 중심이다. 분만실·신생아집중치료실 등 고위험 임신·응급 분만 의료 인프라 확충이 포함됐는지는 검색 결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름을 걸고 규모를 제시했지만, 정작 붕괴의 원인인 의료 현장 지원이 빠진 채라면 숫자만 큰 선언이 될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저수가 구조 개선 없이 컨트롤타워와 거버넌스 재편만 도입 — 폐업 속도 둔화조차 못 하고 서울 분만 기관이 30곳대까지 추가 감소. 시나리오 B(25%):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근본 대책과 결합 — 감소세는 멈추나 회복에 수년 이상 소요. 시나리오 C(15%): 정책 논의만 반복되다 응급 이송 중 산모·신생아 사망 등 촉발 사건이 발생해야 정책이 급전환. “보이지 않는 인프라”는 사라지는 동안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 — 없어진 다음에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