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는 새벽 다섯 시 반이면 백사장에 나왔다.
밤새 파도가 밀어놓은 것들을 걷어냈다. 슬리퍼 한 짝, 찌그러진 튜브, 타다 만 폭죽 껍데기. 발밑 모래는 아직 축축했다. 대부분은 그냥 쓰레기봉투로 들어갔다.
그날 아침, 3번 파라솔 아래 모래에 반쯤 묻힌 것이 있었다. 아이패드였다. 화면 보호필름 귀퉁이에 노란 오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상호는 그것을 들고 잠시 서 있었다. 파출소까지는 걸어서 이십 분. 아홉 시면 피서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남은 튜브 포장 비닐을 가져왔다. 아이패드를 넣고 테이프로 꼼꼼히 붙였다. 3번 파라솔 기둥에 묶었다. 누구든 지나가다 알아볼 수 있게.
딸 나은이도 저런 스티커를 좋아했다. 오리든 병아리든, 동그란 것들. 지금은 스물넷이고 취업 준비생이 됐다. 전화는 명절에만 왔다.
상호는 하루 종일 3번 파라솔 쪽을 흘끗거렸다. 손님에게 튜브값을 받으면서도, 그늘막 기둥을 세우면서도.
저녁 여섯 시, 한 여자가 아이 손을 잡고 뛰어왔다. 비닐 뭉치를 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자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상호는 손사래를 쳤다.
“고맙긴요. 원래 자리에 있던 거예요.”
그날 밤 상호는 나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울리다 끊겼다. 상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백사장을 바라봤다. 파도가 3번 파라솔 자리를 천천히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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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인들 참”…해수욕장에 두고 온 아이패드, 하루 뒤 갔더니 그 자리에 — 파이낸셜뉴스, 2026년 7월 23일
한 줄 요약: 해수욕장에 두고 온 아이패드가 하루 넘게 지난 뒤에도 누군가 비닐로 곱게 감싸 제자리에 그대로 둔 사실이 알려지며, 이름 모를 선의가 화제가 됐다.
작가의 말
이 기사의 진짜 주인공은 아이패드를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비닐로 감싸 제자리에 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는 그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담지 않았습니다. 왜 파출소가 아니라 그 자리였을까 — 그 마음을 상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누군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을 그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