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흐름 — 2026년 7월 24일 |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한 날, 왜 -8%가 됐는가
달의 뉴스레터
오늘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 92.1조 원, 역대 최고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8.34% 빠졌다. 삼성전자도 7.59%가 증발했다. 코스피는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5.72% 급락한 채 마감했다. 숫자만 보면 이상하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빠진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다. 오늘의 하락은 SK하이닉스 문제가 아니었다. 알파벳(구글)이 당겼고, 시장 구조가 받았다.
역대 최고 실적이 팔린 이유 — AI 지출이 이익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어제(7/23) 새벽, 알파벳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198억 달러로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구글 클라우드는 82% 성장했다. 수치만 보면 서프라이즈였다. 그런데 시장은 팔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연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추가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약 150억 달러를 더 쏟겠다고 한 것이다.
같은 날 밤, 테슬라도 발표됐다. 매출은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지만 잉여현금흐름(FCF, 기업이 실제로 손에 남기는 현금)은 마이너스 11억 달러로 전환됐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를 “역대 최대 CAPEX 투자의 해”라고 불렀다. 테슬라 주가는 14% 빠졌다. 알파벳도 7% 이상 하락했다. 나스닥은 2.15% 내렸다.
이것이 한국으로 전이됐다. AI 인프라에 가장 많은 돈이 흘러들어가는 곳이 메모리 반도체다. 그 중심에 SK하이닉스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있다. 그런데 빅테크가 지출 속도를 높이면서도 이익 전환이 지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신호가 나오자, 시장은 역방향으로 읽었다. 지금의 주문이 아니라 다음 사이클의 주문 지속 가능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AI 지출이 수익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결국 빅테크 CFO들이 지출 규율을 도입하고, 그때 HBM 발주 볼륨이 줄어들 수 있다. 이 우려가 오늘 하루 한국 반도체를 -8%대로 끌어내렸다.
더불어 레이먼드제임스 등 일부 투자은행이 D램 가격 정점 통과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국 증시 선물에서 SK하이닉스 ADR이 이미 8~9% 내려앉았다. 코스피 장이 열리기 전부터 판은 기울어져 있었다.
흐름의 지표: 나스닥 컴포지트 -2.15% / 삼성전자 -7.59%, SK하이닉스 -8.34% / 코스피 -5.72% (사이드카 발동)
리스크: 7/29 FOMC와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이 열리기 전까지, 오늘의 방향이 과잉 반응인지 시작인지 판단할 수 없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07-24
원화가 강했다 — 코리아 셀오프가 아닌 HBM 프리미엄 청산
오늘 코스피가 5.72% 빠지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내렸다. 1,464원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원화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보통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팔면 원화도 함께 약해진다. 팔아서 달러를 받아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반대였다.
이것이 오늘의 핵심 단서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에서 1조 7,568억 원, 삼성전자에서 8,730억 원을 팔았다. 그러나 그 돈이 한국을 떠나지 않았거나, 아직 환전되지 않은 것이다. 달러 인덱스 자체도 -0.09%로 보합이었다. 오늘의 매도는 “한국을 판다”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판다”에 가깝다. 셀 코리아가 아니라 셀 HBM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 판단이 틀릴 여지가 있다. 주식 매도대금은 결제에 이틀이 걸린다(T+2). 지금은 환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틀 후 실제로 외국인이 달러를 빼나가면 원화는 반전될 수 있다. 어제 자본의 흐름에서 짚었던 “외국인 ADR 헤지 청산”이 오늘 원화 강세를 만든 것이라면, 이것은 새로운 자금 유입이 아니라 기존 포지션 정리의 부산물이다.
흐름의 지표: 원달러 -0.76% (원화 강세) / 달러 인덱스 -0.09% (보합)
리스크: T+2 결제 시차가 해소되면서 원화가 약세 반전할 가능성
출처: 뉴스핌 | 2026-07-24
이란과 유가 — 금이 세 번째로 반응하지 않았다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을 검토 중이며 결정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어제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유조선 2척을 공격했고,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이란 교전은 오늘로 12일 연속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금은 오늘 +0.09%,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WTI 원유는 -2.00%로 오히려 내렸다. 전쟁이 커지는데 전통적 안전자산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8일 만에 세 번째다. 7월 16일, 22일, 23일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지정학 위기보다 7월 29일 FOMC가 더 가까이 와 있다. 금 시장은 금리 방향 하나에 더 집중하고 있다.
WTI가 빠진 것은 어제 +6.17% 급등에 대한 차익실현으로 읽힌다. 브렌트-WTI 가격 격차가 벌어진 것은 중동·홍해 항로에 직접 노출된 유럽향 원유(브렌트)에 지정학 프리미엄이 더 많이 쌓인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 생산으로 어느 정도 완충이 된다.
흐름의 지표: 금 $4,050.10 (+0.09%) / WTI $90.35 (-2.00%) / 브렌트 $100 돌파
리스크: 호르무즈·홍해 이중 봉쇄가 동시에 현실화되면, 금리 우위 서사가 하루 만에 뒤집힐 수 있다
출처: CNN | 2026-07-23
달의 결론
오늘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역대 최고 잠정실적(영업이익 92.1조)을 발표한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8.34%가 된 것은, 반도체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알파벳 CAPEX 상향($195~205B) 하나가 얇은 유동성 위에 쌓인 HBM 프리미엄 전체를 청산한 것이다.
지난 이틀간 자본은 “검증된 이익에만 선별적으로 유입”하는 흐름을 보였다. 어제 달이 그 흐름을 짚으며 “HBM 섬”이라고 불렀다. 오늘 그 섬이 무너졌다. 그 섬이 허약했던 이유를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어제 SK하이닉스가 +4.86% 오를 때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만 오르고 거래량은 빠지는 랠리는 방향이 아니라 얇음을 보여준다. 촉매 하나에 취약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펀더멘털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7월 29일이 다시 판을 바꿀 수 있다.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에서 HBM 가격결정력이 확인되면, 오늘의 -8%는 소급적으로 과잉 반응이 된다. 같은 날 FOMC가 예상보다 비둘기적이면, 실질금리가 내려가며 AI 밸류에이션 할인이 풀린다.
반면 두 변수가 모두 실망으로 끝나면 — FOMC 매파 유지 + SK하이닉스 가이던스 신중 — 오늘의 하락은 시작이 된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세 곳이다. 원화 강세가 결제 시차가 아니라 실제 무역수지 개선이라면, 오늘의 구조를 “셀 HBM”이 아니라 “관세 확정 이후 무역 체질 개선”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 또한 이란-트럼프 교전이 FOMC 전에 전면전으로 격화되면, 금리 서사보다 지정학 서사가 먼저 금을 올리며 오늘의 디커플링 구조 전체가 뒤집힌다. 마지막으로, BTC +0.60%의 주식 디커플링이 안정적 채널 기반이 아니라 얇은 숏커버라면, 다음 리스크오프 국면에서 다시 위험자산과 동반 매도될 수 있다.
오늘은 판이 크게 흔들린 날이었다. 그러나 7월 29일이 오기 전까지, 무너진 것인지 청산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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