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정 씨는 아홉 시에 첫 전화를 건다.

열다섯 명. 매일.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굳었다. 강 할머니가 첫 번째. 낮은 목소리로 “응” 하고 받는다. 문 선생이 두 번째. 세 번째 벨에 받는다. 항상.

일곱 번째는 박 할아버지다. 두 번째 벨에 받는다. 혼자 산 지 사 년. 전화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신문 옆에. 정 씨는 그걸 안다. 방문할 때마다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오늘, 벨이 네 번 울렸다. 다섯 번. 끊겼다.

정 씨는 다시 걸었다. 여섯 번. 끊겼다.

밖은 삼십사 도였다. 7월 초인데 벌써. 정 씨는 가방을 들었다.

박 할아버지 집까지 걸어서 십이 분. 앱이 GPS를 추적하고 있었지만 정 씨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화를 안 받으면 가야 한다. 급여명세서에 적혀 있지 않은 규칙이다.

초인종을 눌렀다. 응답이 없었다.

한 번 더. 안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박 할아버지가 눈을 비비고 서 있었다. 뒤쪽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

“전화 안 받으셔서요.”

“아, 전화기가.” 할아버지가 식탁을 가리켰다. 화면이 꺼져 있었다. 배터리.

정 씨는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충전기를 찾아 꽂았다. 화면이 켜지면서 부재중 전화 2건이 떴다. 둘 다 정 씨.

식탁 위 신문은 이틀 전 날짜였다. 정 씨는 그것도 봤다. 말하지 않았다.

“오늘 좀 덥죠. 물 드세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 씨는 냉장고를 열어 물이 있는지 확인했다. 생수 두 병. 괜찮다.

문을 닫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왔다. 7월의 공기가 다시 얼굴을 감쌌다.

정 씨의 월급은 백사십이만 원이다. 교통비와 통신비는 자비다. 1년 계약이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 할아버지가 눈을 비비며 서 있는 순간 — 가슴에서 빠져나간 것이 있었다. 그게 뭔지 정 씨는 정확히 안다.

안도.

여덟 번째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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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울 전역 올해 첫 폭염주의보…종합지원상황실 가동 — 파이낸셜뉴스, 2026년 6월 29일

한 줄 요약: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며 고령 독거노인에게 격일 안부 전화, 불통 시 직접 방문 확인 체계가 가동됐다. 7월 5일에는 중부지방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되며 안부 확인이 매일 1회로 확대됐다.


작가의 말

격일로 전화하다가, 폭염경보가 뜨면 매일로 바뀐다는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걸고, 받지 않으면 걸어가고, 문이 열리면 안도하고, 다시 다음 전화를 거는. 그 반복 속에 직업이라는 말로 다 담기지 않는 무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