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정치·지정학 — 2026년 5월 24일
달의 뉴스레터
호르무즈 해협이 98일째 닫혀 있는 동안, 세계는 미국의 협상 조건이 무엇인지 겨우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유럽은 트럼프의 최후통첩이 오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
97척의 배가 돌아가고 있다 — 미국-이란 전쟁 98일의 현재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향해 거의 900회의 공습을 12시간 안에 쏟아부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석유 해상 무역의 약 20%를 담당하는 이 34킬로미터 폭의 물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휴전이 선언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그 휴전을 “생명 유지 장치”에 걸려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97척의 상선이 지금도 우회 항해 중이다.
5월 23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인도 뉴델리에서 미국의 협상 조건을 다시 꺼내놓았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차단,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없는 개방, 농축 우라늄 처리. 루비오는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과장하지는 않았다. 파키스탄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가 테헤란을 방문 중이고,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이 “거래를 하려고 안달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주요 이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왜 지금인가. 협상이 이 시점에서 주목받는 건 이란이 새로운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를 즉각 거부했고, 루비오는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플랜 B가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의 내용보다 협상의 전제 조건 자체가 여전히 싸움 중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으로는 평화 협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군사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해협의 통제권 전쟁이다. 이란이 호르무즈에 통행료를 매기는 순간, 이는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영구적 주권 주장이 된다. 미국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선이다. 동시에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초기 협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명분의 핵심인데, 이란은 그것을 협상 테이블 밖에 두고 싶어 한다.
달의 의심. 트럼프가 “거래가 largely negotiated됐다”고 말한 것은 국내 정치용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97척의 배가 돌아가는 현실, 이란의 핵 협상 거부, 통행료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부분 타결됐다”는 말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내가 틀린다면 — 파키스탄의 무니르 테헤란 방문이 예상보다 더 큰 돌파구를 만든 경우, 이란 내부에서 정치적 압력이 협상 수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현 구조에서 완전한 합의는 쉽지 않다. 이란은 보상금 2,700억 달러 수준의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가장 현실적인 결과는 ‘부분 개방’ — 핵 문제는 뒤로 미루고, 해협만 일단 여는 잠정 합의다. 그것도 통행료 없이. 그 합의가 6월 안에 나온다면 글로벌 원유 시장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나오지 않는다면, 3개월째 닫힌 해협이 세계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계속 가할 것이다.
출처: CBS News | 2026-05-23 · Fox News | 2026-05-22 · Wikipedia — 2026 Iran war ceasefire (배경 보도) · UK House of Commons Library | 2026-05 (배경 보도)
5%의 약속, 그 다음이 없다 — NATO 앙카라 서밋을 앞두고
2025년 6월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NATO 32개 회원국은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 스페인을 제외한 전원이 2035년까지 GDP의 5%를 방위비로 쓰겠다고 서명했다. 3.5%는 군사 장비와 병력에, 1.5%는 인프라·사이버·민간 복원력에. 트럼프는 이를 “역사적 성취”라고 불렀고, 루테 NATO 사무총장은 “변혁적 도약”이라고 환영했다. 이제 앙카라 서밋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합의 이후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현실은 이렇다. 헤이그 합의에서 미국의 2025~2026년 방위비는 GDP의 3.2%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거기 있다”고 주장했지만 숫자가 맞지 않는다. 각국 국가 로드맵은 2026년 중반까지 제출이 기한이었다. 이행 검토는 2029년이다. 앙카라 서밋에서 유럽은 처음으로 “5% 약속이 실제로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점검받게 될 것이다. 아직 아무도 준비가 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 지금인가. 지정학적 압력이 동시에 세 방향에서 들어오고 있어서다. 동쪽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남쪽에선 이란 전쟁이 유럽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고 있으며, 서쪽에선 트럼프가 유럽에 ‘안보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군비 증강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의 안보 우산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적 위협 아래 있다. 동시에 복지와 경제 성장을 지키려는 유권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5% 합의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조건부 안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접근과 경제 이익을 명시적으로 연계했다. 7월 EU-미국 무역합의 — 유럽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그 합의 — 는 “안보 보장을 유지하기 위한 양보”로 해석된다. 이것은 동맹이 아니라 거래다. 그리고 그 거래의 가격이 앙카라에서 또 올라갈 수 있다.
달의 의심. 5% 목표는 2035년까지고, 검토는 2029년이다. 이 구조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당장 책임을 묻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 —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 이 실제로 5%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정치적·재정적 여건상 매우 불투명하다. 스페인은 이미 빠졌다. 내가 틀린다면 — 러시아의 추가 도발이나 이란 전쟁의 확산이 유럽 여론을 급격히 재무장 지지 쪽으로 돌려놓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앙카라 서밋에서 두 가지 중 하나가 결정될 것이다. 5% 이행 로드맵이 구체화되거나, 아니면 “잘 되고 있다”는 외교적 수사로 덮히거나.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그사이 유럽의 진짜 전략적 선택 — 미국에 의존하는 NATO를 유지할 것인가, 유럽 자체 방위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 은 계속 유예될 것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봉쇄, 러시아 전쟁, 트럼프의 거래 외교가 동시에 압박하는 2026년의 유럽에게 유예는 점점 더 비싼 선택이 되고 있다.
출처: Atlantic Council | 2026-05 (배경 보도) · NATO 공식 사이트 (배경 보도) · Air & Space Forces Magazine | 2025-06
두 번 죽은 관세, 먼저 무릎 꿇은 유럽 — 트럼프 무역전쟁의 역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법원에서 두 번 연속으로 위법 판결을 받았다. 첫 번째는 연방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6대 3 판결을 내린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 글로벌 관세 역시 “무효이며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는다”고 2대 1로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는 IEEPA가 막히자 무역법 122조로 갔고, 그것도 막혔다. 이제 남은 카드는 무역법 301조, 이른바 ‘슈퍼 301조’다.
그런데 이 법적 패배의 직접적 결과로 유럽이 먼저 움직였다. 트럼프가 EU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7월 4일까지 지난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그 기한이 오기도 전에, EU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 대표들은 미국산 공산품 관세 철폐와 해산물·농산물 시장 개방에 합의했다. 자동차 25% 관세 위협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손을 든 것이다. 비상 제동 조항(2029년 12월 31일까지 유효)이 걸려 있어 완전한 항복은 아니지만, 협상력의 무게추는 분명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왜 지금인가. 법원 판결이 역설적으로 EU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법적 근거가 흔들릴수록, 트럼프는 남은 법적 도구들을 더 공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무역법 301조는 특정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맞춤형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법원 판결로 약해진 협상력을 다른 무기로 보충하려는 셈이다. EU 입장에서는 지금 양보하는 것이, 나중에 더 나쁜 조건으로 양보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법적으로는 지고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이기고 있다. 법원이 IEEPA 관세를 위법이라고 해도, EU와 한국과 일본은 이미 3,500억 달러, 5,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법적 정당성이 없어도 실제 양보를 끌어낸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 무역 외교의 방식이다. 규칙보다 압박, 법보다 협상력. 그리고 그 압박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달의 의심. 판결 효력이 소송에 참여한 두 기업과 워싱턴주로만 제한됐다. “보편적 명령”이 거부된 것이다. 즉, 다른 기업들은 여전히 관세를 내야 한다. 법적으로 이겼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 EU의 ‘선제 항복’도 비상 제동 조항 덕분에 완전한 굴복은 아니다. 내가 틀린다면 — 트럼프의 다음 카드인 301조 조사가 법원에서 또 막히거나, EU 회원국 내 정치적 반발이 합의 비준을 좌초시키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한국에게 이 구도는 직접적 시사점이 있다. 한국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법원이 관세를 위법이라고 해도, 그 약속이 취소되진 않는다. 트럼프는 다음 협상에서 301조라는 새 카드를 꺼낼 것이고, 협상 대상국들은 또 계산을 해야 한다. 무역 전쟁은 법정 싸움이 아니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그리고 EU는 먼저 지쳤다.
출처: 서울신문 | 2026-05-08 · Pravda 한국 | 2026-05-20 · MBC 뉴스 | 2026-05 · 한국일보 | 2026-05-08
달의 결론
오늘 세 꼭지를 관통하는 한 가지 흐름이 있다. 힘의 논리가 규칙의 논리를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국제법보다 군사력이 먼저였다. NATO 5% 합의에서 동맹의 가치보다 방위비 청구서가 먼저다. 트럼프 관세에서 WTO 규칙보다 협박이 먼저 통했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는 2026년에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세 가지 흐름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가장 시급한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6월 안에 미국-이란 잠정 합의가 나오느냐가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닫힌 해협이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경제·금융 섹션에서 다룬 30년물 5.2%와 연결되고, 기업·산업 섹션에서 다룬 공급망 재편과 연결된다. 오늘 정치의 결론은 경제의 다음 전제 조건이다.
내가 틀린다면 — 파키스탄 중재 하에 예상보다 빠른 미국-이란 잠정 합의가 이루어지고, 호르무즈가 부분 개방되는 경우다. 그때는 에너지 가격의 급락이 역방향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만들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30%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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