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행

지수는 운전석에 앉으면 먼저 뒷유리부터 봤다. 어제 붙인 종이가 그대로인지.

“어린이집 등·하원 중입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병원을 오가려고 운전대를 잡은 지 두 달. 다니는 길은 늘 대로였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손끝이 저렸다. 뒤차가 가까워지면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그 숫자를 세는 동안만 숨이 쉬어졌다.

사이드미러 모서리엔 포스트잇이 한 장 붙어 있었다. “괜찮아, 느려도 돼.” 떼었다 다시 붙인 자리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누구에게 보이려고 붙인 건 아니었다.

오늘은 차선을 바꾸려고 한참을 기다렸다. 옆 차로 트럭이 속도를 늦추며 길을 내줬다. 창문 너머로 손이 까딱, 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지수는 그 앞으로 들어가 비상등을 두 번 깜빡였다. 고맙다는 말 대신이었다.

며칠 뒤, 누군가 자기 차 뒷모습을 찍어 SNS에 올린 걸 알았다. 제목은 “누구에게나 처음과 시작이 있다. 힘내세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자신에게 건넨 말이었다.

뒷유리의 문구는 전부 남에게 건넨 말이었다. 자신에게 건넨 말은 포스트잇 한 장, 그리고 그 모르는 사람이 보낸 한 줄뿐이었다. 포스트잇은 비가 오면 떨어질 것이다. 그 한 줄은, 사진첩 속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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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왕초보 죄송”·”아이 탔어요”…차량에 ‘무더기 부착’ 운전자 사연은 — 연합뉴스TV(강서연 기자), 2026년 10월 17일

한 줄 요약: 아이의 병원 치료를 위해 초보운전을 시작한 한 어머니가 차량에 가득 붙인 양해의 문구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작가의 말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어머니가 차량에 초보운전 안내문을 가득 붙인 사진이 지난 13일 SNS에 “누구에게나 처음과 시작이 있다. 힘내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는 것, 사진 속 안내문에 “어린이집 등·하원 중입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가 있었다는 것, 이후 화제가 되자 차주 A씨가 댓글을 달아 직접 사연을 밝혔다는 것, 아이의 병원 치료를 위해 초보 운전임에도 큰 마음을 먹고 운전을 시작했다고 말한 것, “(어린이집을) 오가는 길이 ‘대로(大路)’이다 보니 항상 차가 많다”며 “다른 분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드리지 않기 위해 초보인 것을 크게 표시하려고 했다”고 설명한 것, 많은 사람이 양보해줘 감사했다는 것, “도로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인 것은 모두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기사가 “차량 주인이 댓글을 달며 직접 자신의 사연을 밝혔다”고 쓴 순서로 보아, 사진을 처음 올린 사람과 차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이며, 이 이야기는 그 해석을 따랐습니다. 인물의 이름(지수)과 사이드미러의 포스트잇, 트럭 운전자와의 장면, 사진첩 장면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아이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아 쓰지 않았습니다. 그 밖의 장면과 설정도 모두 제 상상입니다. 다른 이에게는 그렇게 다정한 양해의 말을 건네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건넨 적 있었을지 — 그리고 얼굴 모를 누군가가 먼저 건네온 말은 어떤 무게였을지, 그 마음이 궁금해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