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선풍기를 껐다.

전화가 울렸다. 받았다.

“안녕하세요. 건강 확인 전화입니다. 식사하셨습니까?”

기계 목소리였다. 올해부터 이 전화가 온다. 더워지면 더 자주.

“네.”

“약은 드셨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끊겼다. 선풍기를 다시 켰다. 바람이 도는 데 3초. 그 3초 동안 방이 조용했다.

전화를 받으면 선풍기를 끈다. 기계 목소리라는 걸 안다. 바람 소리 때문에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끈다. 전화를 받을 때는 원래 그래야 하니까.


오후에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 오늘 하지래요. 낮이 가장 긴 날. 한낮엔 밖에 안 나가셨죠?”

“안 나갔어.”

거짓말이었다. 아침에 고추밭에 물을 줬다. 고추는 하지를 모른다.

“물 많이 드세요. 내일도 전화할게요.”

“알았어.”

선풍기를 껐다가 다시 켰다. 또 3초.


저녁이었다. 여덟 시가 넘었는데 아직 밝았다. 밥을 짓고 혼자 먹었다. 텔레비전에서 “올해 하지, 서울 기준 낮 14시간 35분”이라고 했다.

긴 하루였다.

전화가 울렸다. 세 번째.

선풍기 쪽을 봤다. 손이 가다 멈췄다.

“할머니? 저예요.”

손녀였다.

“오늘 낮이 제일 길대요. 거기도 더워요?”

선풍기는 돌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새어 갈 것이다.

상관없었다.

“응. 근데 괜찮아.”

이번에는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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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폭염중대경보 발령, 독거노인 하루 2회 안부 묻는다 — 오마이뉴스, 2026-06-03

한 줄 요약: 올해 6월부터 폭염특보가 3단계로 개편되어, 혼자 사는 어르신의 안부를 하루 두 번 확인하게 되었다.


작가의 말

선풍기를 끄는 예의. 기계한테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 끄지 않아도 되는 전화가 오는 순간이, 하루의 길이를 바꾼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