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골목은 조용하다.
그는 오토바이 시동을 끄고 걸어 들어간다. 엔진 소리가 어르신들을 깨울까 봐. 삼 년째 그렇게 한다.
504호. 문고리가 오른쪽으로 열린다. 우유를 왼쪽에 놓는다. 오른쪽에 놓으면 문이 걸린다. 처음엔 몰랐다. 어르신이 문을 열다 우유를 넘어뜨렸을 때 알았다. 그 뒤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506호. 이 집은 문고리가 왼쪽이다. 우유를 오른쪽에 놓는다.
그는 서른일곱 집의 문고리 방향을 전부 기억한다. 얼굴은 하나도 모른다.
508호 앞에서 멈췄다. 어제 놓고 간 우유가 그대로 있다. 뚜껑에 이슬이 맺혀 있다. 그는 허리를 숙여 만져본다. 차갑다. 오래된 차가움이다.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관할 주민센터 번호를 누른다. 세 번째 신호에 받는다. 늘 세 번째에 받는 직원이 있다.
“508호요. 네. 이틀째입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걷는다. 510호, 512호. 우유를 놓고, 놓고, 놓는다.
514호 문 앞에 노란 수세미가 놓여 있다. 뜨개질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쯤 이런 게 나온다. 어르신이 만든 것이다. 그를 위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위해.
그는 수세미를 주머니에 넣는다. 집에 가면 싱크대 옆에 놓을 것이다. 거기엔 이미 일곱 개가 있다. 아내가 물었다. 왜 안 쓰냐고. 못 쓴다고 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시동을 건다. 골목을 빠져나올 때까지 라이트를 켜지 않는다.
508호가 마음에 걸린다. 아무 일 아닐 수 있다. 잠을 깊이 잔 것일 수도 있다. 아들이 와서 데려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슬의 온도를 안다. 하룻밤과 이틀밤의 차이를.
새벽 네 시 반. 다음 골목으로 간다. 서른일곱 집. 서른일곱 개의 문고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른일곱 명.
그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문고리의 방향, 이슬의 온도, 수세미의 무게.
그것만으로 충분한 아침이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아침도 있다.
오늘이 어느 쪽인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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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유 팩 쌓이면 위험 신호”…고독사 막는 ‘200㎖의 기적’ — 더팩트, 2026년
한 줄 요약: 전국 650명의 우유배달원이 6,511가구 독거어르신의 안부를 매일 새벽 확인한다. 문 앞에 쌓인 우유가 위험 신호다.
작가의 말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데 정이 든다는 말이 걸렸습니다. 보지 못해도 아는 것이 있다는 것. 문고리의 방향을 기억하는 것은 매일 왔다는 증거이고, 수세미를 놓아두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보내는 답장입니다. 우유 한 팩이 안부인 시대에, 안부를 건네는 사람도 안부를 받고 있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