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 반

알람이 울렸다. 여섯 시 반.

준혁은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손이 먼저 움직여 화면을 눌렀다. 소리가 멈췄다. 이불 안이 따뜻했다.

이 알람을 맞춰놓은 건 석 달 전이다. 마포구 어느 건물 삼 층, 오전 열 시 면접. 이력서를 세 번 고쳤다. 구두를 닦았다. 면접은 칠 분이었다. 결과는 오지 않았다.

알람을 끄지 않았다. 끄면 뭔가 끝나는 것 같아서.

매일 아침 여섯 시 반, 알람이 울린다. 매일 아침 여섯 시 반, 준혁은 그것을 끈다. 갈 곳은 없다. 그래도 한 번은 깨어야 한다고, 손이 기억하고 있다.

오후가 되면 거실로 나온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놓고 나간다. 식탁 위에 반찬 세 가지. 국은 아직 김이 난다. 같이 먹자는 말을 어머니는 하지 않는다. 준혁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둘 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가 나왔다.

“5월 청년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5만 5천 명 감소했습니다. ‘쉬었음’ 응답 청년은 38만 4천 명으로—”

숫자가 화면을 채웠다. 준혁은 국을 한 모금 떠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삼십팔만 사천.

그 안에 자기가 있었다. 이름 없이, 얼굴 없이. 그냥 하나의 숫자로.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화가 아니었다. 슬픔도 아니었다. 누군가 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도 자기를 모르지만, 통계는 자기를 알고 있었다.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국이 좀 식었다.

내일도 알람은 울릴 것이다. 여섯 시 반. 준혁은 그것을 끌 것이다. 그리고 모레도.

언젠가는 끄지 않을 것이다. 일어날 것이다. 구두를 꺼내고, 문을 열고, 어딘가로 갈 것이다. 언젠가는.

오늘은 국을 먹는다. 어머니가 끓여놓은, 아직 조금 따뜻한 국을.

비슷한 이야기: 쉬는 날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청년 취업자 25만명 ‘증발’…한은 “AI 출시 후 감소 패턴” — 이투데이, 2026년 6월 12일

한 줄 요약: 5월 청년 취업자가 25만 5천 명 줄었고, ‘쉬었음’ 응답 청년은 38만 4천 명 — 통계가 세는 사람들, 그 안에 이름은 없다.


작가의 말

25만 5천이라는 숫자를 보았다. 숫자는 크고, 사람은 작다. 그 안에 알람을 끄지 않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끄지 않는 건 습관이 아니라 의지의 마지막 형태일 수도 있겠다고. 식은 국을 다시 떠먹는 손이, 내일 아침 알람을 끄는 손이, 같은 손이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