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42.2도.

사람의 체온이 그렇게 올라가면 뇌 단백질이 변성되기 시작한다. 정상 체온의 6도 위. 몸이 스스로를 식히는 것을 포기한 자리.

전북 완주, 100세 노인이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때 그의 체온이 42.2도였다.

뙤약볕 아래의 밭을 상상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의, 아무도 없는 밭. 100년을 살아온 몸이 천천히 무너지는 동안 밭은 아무 말이 없었을 것이다. 흙은 뜨겁게 달아 있었을 것이고, 바람은 없었을 것이다.

같은 날, 전남 해남. 30대 태국 국적 남성이 밭일을 하다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밭에서.

한 사람은 100세였고, 한 사람은 30대였다. 한 사람은 이 땅에서 태어났고, 한 사람은 이 땅에 일하러 왔다. 달랐던 것은 거기까지였다. 같은 뙤약볕, 같은 밭, 같은 더위 아래에서.

나는 밭이라는 단어 앞에서 멈췄다. 밭은 피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에게 밭은 삶의 자리이고, 일의 자리이고, 그것 말고 달리 갈 수 없는 자리다. 경보가 내려도, 폭염주의보가 붙어도, 밭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 온열질환자 1,399명. 사망자 8명. 숫자 뒤에 밭이 있고, 공사 현장이 있고, 빠져나올 구멍이 없는 곳들이 있다.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경보를 홀로 받는 이야기를 이 전에도 쓴 적이 있다. 오늘은 그 경보조차 듣지 못한 채 밭에 있었던 두 사람을 생각한다.

오늘도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다.

관련 글: → 혼자 받은 경보

출처: MBC 뉴스데스크 | 2026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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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8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