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6월 1일, 준호는 6시 40분에 일어났다.

알람보다 2분 빨랐다. 석 달째 같은 시간. 몸이 먼저 알았다.

세수를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어제 사둔 삼각김밥이 두 개 남아 있었다. 하나를 꺼내고, 한 개는 남겨뒀다. 점심때 먹으려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민수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 오늘 점심 뭐 먹음?” 민수는 같은 날 입사한 동기였다. 스물여덟, 같은 나이. 면접도 같은 날 봤다. 2월 26일에 나란히 출입증을 받았다.

민수가 답했다. “몰라 CU?” 준호는 웃음표 하나를 보냈다.

공장 앞에서 이 반장을 만났다. 이 반장은 여기서 20년 넘게 일한 사람이었다. 아침마다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뽑았다. 하나는 자기 것, 하나는 후배 것. 준호는 처음 한 달은 사양했다. 두 번째 달부터 그냥 받았다. 세 번째 달인 지금은 자판기 앞에서 기다렸다.

“반장님, 빨리 퇴직하셔야죠.”

이 반장이 웃었다. “손주가 걷기 시작하면 나가야지.”

한 살배기 손주 이야기를 할 때 이 반장은 항상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다 참았다.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데 작업장에선 안 되니까. 그 참는 손이 준호는 좋았다.

10시 50분, 세척 공실로 들어갔다. 추진체에 묻은 화약을 닦는 일. 냄새가 셌다. 처음엔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 익숙했다.

민수가 옆에서 공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준호가 물었다. “형 여기 오래 다닐 거야?” 민수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모르지. 일단 1년.”

10시 59분.

빛이 먼저였다. 소리보다. 그다음은 없었다.

준호의 핸드폰에는 그 아침의 카톡이 남아 있었다. “형 오늘 점심 뭐 먹음?” “몰라 CU?” 그리고 웃음표 하나.

냉장고에는 삼각김밥이 한 개 남아 있었다. 점심때 먹으려고 남겨둔 것.

비슷한 이야기: → 11명. 8년. 같은 공장.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입사 3달 만에 참변…DNA 긴급 감식 신원 확인 총력 — YTN, 2026년 6월 2일

한 줄 요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로 입사 석 달 된 20대 계약직 동기 두 명이 함께 숨졌다.


작가의 말

같은 날 입사한 동기. 같은 날 떠난 사람. 뉴스에는 “20대 계약직 2명”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 두 줄 뒤에 있을 카톡, 자판기 커피, 점심 약속 같은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쓰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아침이 어디에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