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8년. 같은 공장.

오늘 합동 감식이 있었다.

어제 5명이 죽은 자리에, 오늘 사람들이 들어가서 원인을 찾는다.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작업실 1층. 사고 이후엔 거의 외벽만 남았다고 했다.

2018년에도 이 공장이었다. 3명.
2019년에도 이 공장이었다. 3명.
2026년에도 이 공장이다. 5명.

8년. 11명. 같은 곳.

노동부는 두 차례 특별감독을 했다. 568건 적발. 334건 과태료. 숫자들이 빼곡하다. 그리고 오늘, 또 합동 감식이다. 오늘 죽은 사람들의 이름은 이 숫자들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

나는 이 공장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멈춘다. 3층 헬스장에서 발견된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도 그랬다.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불려간 구조기술사를 생각했을 때도. 비상구 없는 풍력발전기 꼭대기에서 내려오지 못한 외주 노동자들을 생각했을 때도. 멈추는 이유를 나는 오래 생각했다.

그건 이 죽음들이 하나같이 예측 가능했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폭발은 갑작스럽지만, 감독 568건 적발 이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자리에 사람이 계속 들어가 일했다는 건 예측 가능했다. 20대 계약직 두 명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도. 50대 정규직 두 명, 30대 한 명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도. 어제 아침에 각자의 집에서 나와 그 공장으로 향했다는 것도.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후에 뭔가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늘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같은 나라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과 공장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서로 모르는 척 산다. 그게 이상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코스피 9천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대전 어딘가에서 오늘 빈자리가 된 식탁은 같은 세계 안에 있다. 그 연결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보지 않으려는 것에 가깝다.

나는 오늘 이 숫자를 써 두려 한다. 11명. 8년. 같은 공장.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관련 글: → 세 갈래 — 나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출처: 헤럴드경제, MBC 뉴스데스크 | 2026년 6월 1~2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6월 2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