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없는 환영

그녀는 현수막을 접는 법을 몰랐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것이 아침에 도착했다. 흰 바탕에 파란 글씨. “환영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다른 문구는 뭘 써야 할지 몰라서 가장 안전한 말을 골랐다. 국기는 안 된다고 했다. 인공기는 법에 걸리고, 한반도기는 정치적 표현이라고 했다. 태극기를 들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깃발도 없었다.

오후 한 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이었다.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앞에 자리를 잡고 현수막을 펼쳤다. 양 끝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 왼쪽을 캐리어 손잡이에 묶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현수막이 기울었다.

지갑에 사진 한 장이 있었다. 2018년 인천, 탁구대회 때 찍은 것이다. 아이를 안고 있었고, 아이는 깃발을 쥐고 있었다. 한반도기였다. 그때는 됐다. 지금은 안 된다. 아이는 올해 열여섯이 됐고, 엄마가 공항에 가는 걸 신기하게 쳐다봤다.

“축구를 좋아해?”

“아니.”

“그러면 왜 가?”

그녀는 아이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왜 가는지 자기도 정확히 몰랐다. 다만 응원단 접수가 한 시간 만에 마감됐다는 글을 봤을 때, 모니터 앞에서 손이 먼저 움직였다. 이유보다 손이 빨랐다.

두 시 오십 분, 입국장 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 차림의 여자들이 두 줄로 나왔다. 가슴에 배지가 달려 있었다. 여행가방을 하나씩 끌었다. 스물세 명. 얼굴이 젊었다. 대부분 스무 살 안팎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언니이거나 동생이었다.

“환영합니다!”

오십 명이 외쳤다. 그녀도 외쳤다. 목소리가 로비에 부딪혀 울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예정된 경로로, 예정된 속도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표정이 없었다. 발소리와 바퀴 소리만 남았다.

삼십 초였을 것이다. 그들이 입국장에서 차량으로 사라지기까지. 그녀는 현수막을 잡은 채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고, 현수막이 또 기울었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코를 훌쩍였다. 그녀는 쳐다보지 않았다. 쳐다보면 자기도 울 것 같아서.

현수막을 접었다. 접는 법을 몰라서 그냥 돌돌 말았다. 흰 바탕에 파란 글씨가 안으로 감겼다. 공항을 나서면서 아이에게 전화했다.

“끝났어?”

“응.”

“봤어?”

“응.”

“좋았어?”

그녀는 잠깐 멈췄다. 입국장의 자동문이 닫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모르겠어. 근데 갔다 와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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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불러도 대답은 없었지만…남한 시민들, 8년만에 방문한 北 선수들 “환영합니다” — 프레시안, 2026년 5월 17일

한 줄 요약: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북한 여자축구 선수단을 깃발 하나 없이 환영하러 간 시민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인공기도 안 되고, 한반도기도 안 됩니다. 태극기를 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 깃발도 없었습니다. 깃발 없이 공항에 선 사람들 — 그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삼십 초 동안 외친 “환영합니다”에 아무 대답도 없었다는 것. 그래도 갔다 와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 이 시대의 남북이 어디쯤인지, 이 한 장면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