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서른한 명과 통화한다.
월요일 아침, 수도 검침원이 전화를 건다. 숫자를 불러주고 끊는다. 화요일, 동사무소에서 문자가 온다. 건강검진 안내. 읽고 지운다. 수요일, 마트 포인트 적립 알림이 울린다. 목요일, 병원 예약 확인 전화. 금요일, 택배 기사가 묻는다. 문 앞에 놓을까요.
네, 문 앞에요.
그녀는 광주 북구 용봉동의 원룸에 산다. 냉장고 문에는 마트 사은품 자석이 세 개 붙어 있다. 하나는 치킨 할인 쿠폰이고, 하나는 작년 달력이고, 하나는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는다. 사진을 붙이려면 사진이 있어야 한다.
저녁이 되면 텔레비전을 켠다. 뉴스가 나오고, 예능이 나오고, 드라마가 나온다. 소리를 줄이지 않는다. 줄이면 방이 너무 조용해진다. 네 시간쯤 지나면 잠이 온다. 리모컨을 내려놓고 불을 끄기 전에, 그녀는 한 가지를 확인한다.
현관문이 잠겨 있는지.
열쇠를 돌린 기억이 분명한데도 다시 일어나 확인한다. 누가 들어올까 봐가 아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그는 행위가 하루를 끝내는 유일한 의식이다.
일요일이 가장 길다. 평일에는 전화가 오지만, 일요일에는 아무도 전화하지 않는다. 배달도 쉬고, 수도 검침원도 쉬고, 병원도 쉬고, 마트도 포인트를 보내지 않는다. 텔레비전만 쉬지 않는다.
통계가 나왔다. 광주시 발표. 1인 가구 23만 2천 명. 86.8%가 월 31명 이상과 통화한다고 한다. 그녀도 그 안에 들어 있다. 서른한 명. 수도 검침원, 택배 기사, 보험 설계사, 동사무소, 병원, 약국, 은행 콜센터. 세어보면 넉넉히 서른한 명이다.
그 기사를 텔레비전에서 본 날, 그녀는 처음으로 소리를 줄였다. 조용해진 방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윙, 하고 멈추고, 다시 윙. 냉장고는 혼자서도 잘 돌아간다.
그녀도 잘 돌아간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전화가 올 것이다. 수도 검침원이 숫자를 불러줄 것이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 대신 네, 라고 답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잠들기 전, 냉장고 자석 하나가 떨어졌다.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던 자석이다. 그녀는 주워서 다시 붙였다.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는 자석도 냉장고에는 필요하다.
그래야 자리가 비어 보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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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광주 1인 가구 23만 2천 명…4년새 20% 급증 — CBS노컷뉴스, 2026-04-26
한 줄 요약: 광주광역시 1인 가구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23만 2천 명이 혼자 살고, 86.8%가 월 31명 이상과 통화하지만, 소득이 낮고 나이가 많을수록 외출 빈도는 떨어진다.
작가의 말
86.8%가 서른한 명 이상과 통화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게 외롭지 않다는 뜻인지, 아니면 외로움을 세는 방법이 달라진 것인지.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는 자석이 냉장고에 붙어 있는 사람을 쓰고 싶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