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가 도착한 건 어제였다.
‘최근 1년 이내에 사직 또는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까?’
그는 ‘예’에 동그라미를 치려다 멈췄다. 펜을 내려놓았다. 다시 집었다. ‘아니오’에 표시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고민이 아니라 매일이었으니까. 고민은 끝이 있다. 그에게는 끝이 없었다.
스승의 날 아침, 교실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렸다. 한 번. 그리고 한 번 더. 10년 전부터 생긴 버릇이었다. 처음에는 문이 잠겨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미가 바뀌었다. 아직 여기 서 있는지. 아직 이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인지.
복도에는 카네이션 냄새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그랬다. 법이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고, 아이들의 눈도 바뀌었다. 아이들이 나빠진 게 아니었다. 눈이 조심스러워진 것이었다. 선생님한테 뭘 주면 안 되는 거잖아 — 작년에 한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사과 한 알을 들고.
오전 수업을 마치고 급식실에 갔다. 국이 미역국이었다. 스승의 날이라서 미역국인지, 아니면 그냥 식단이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영양사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웃었다. 영양사 선생님도 웃었다. 둘 다 오래 웃지 못했다.
오후, 아이가 하나 남았다. 학원 차가 늦는다고 했다. 같이 앉아 있었다. 아이가 창밖을 보다가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도 선생님이 있어요?”
“있지.”
“그 선생님한테 뭐 했어요? 오늘.”
“아무것도.”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포스트잇이었다. 구겨져 있었다. 펴보니 삐뚤삐뚤한 글씨.
‘선생님 내일도 와요.’
내일도. 감사합니다도 아니고, 사랑합니다도 아니고. 내일도 와요.
그는 포스트잇을 접었다. 호주머니에 넣었다. 학원 차가 왔고, 아이가 뛰어갔다. 교실이 비었다.
문을 닫기 전에 손잡이를 다시 돌렸다. 한 번. 한 번 더.
아직 여기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자수첩] 스승의 날, ‘통합’보다 시급한 ‘교사’의 자리 — 아시아경제, 2026년 5월 15일
한 줄 요약: 교사 55%가 사직을 고민하는 시대, 스승의 날에 남아있는 전남의 한 초등교사 이야기.
작가의 말
교사 열에 다섯이 떠나고 싶다는 설문 결과가 스승의 날에 발표됐습니다. 기사 속 전남의 10년차 교사 A씨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름도 없고, 사진도 없고, 한 줄짜리 인용뿐이었습니다. 카네이션이 사라진 복도에서 아이들과 마주 앉아 있는 사람. 그 사람의 하루를 상상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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