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자정이 넘은 거리에서 비명이 들렸다.

그는 이어폰을 빼지 않았다. 왼쪽 귀에 꽂힌 채 노래가 흘렀고, 오른쪽 귀로 소리가 들어왔다.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취한 사람이 부딪힌 것쯤으로. 그런데 두 번째 소리가 왔다. 첫 번째와 달랐다. 말이 아니라 숨이었다. 숨이 찢어지는 소리.

건너편이었다. 어둡고, 가로등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는 뛰었다. 왜 뛰었는지는 나중에도 설명하지 못했다. 다리가 먼저 움직였다고만 했다.

여자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교복이었다. 남자가 서 있었다. 칼이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신고하려 했다. 남자가 돌아봤다.

왼손에 전화기, 오른손은 비어 있었다. 칼이 왔을 때 오른손을 올렸다. 손등이 갈라졌다. 아프지 않았다. 나중에 아팠다.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목에도 뭔가가 스쳤다. 뜨거웠다.

그는 남자를 밀었다. 온몸으로 밀었다. 그리고 달렸다. 달리면서 전화를 걸었다. 피가 전화기 화면 위로 흘렀고,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세 번째 시도에 연결됐다.

“사람이 칼에 찔렸어.”

그게 그가 한 전부였다.


열흘 뒤, 그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목의 상처는 아물었지만 손등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다.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다. 이유가 여럿이었지만 가장 큰 것은 — 복도에서 누군가 빠르게 걸어오면 몸이 굳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숨이 얕아졌다. 누군가를 구하러 뛰어간 사람이, 이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인터넷에는 그를 도망친 사람이라고 쓴 글이 올라왔다. 그는 읽지 않았다. 아버지가 읽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을 차리다가 국자를 놓쳤고, 바닥에 국물이 번졌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그것을 닦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습관이 하나 있었다. 퇴원하고 나서 생긴 것이다. 잠들기 전에 오른손을 펴본다. 손등의 붕대 위를 왼손으로 천천히 누른다. 아픈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 밤에 올린 손이 아직 자기 것인지.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사에는 A군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열일곱 살. 그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다. 발소리에 굳고, 잠들기 전에 손등을 만지고, 그날 밤 왜 뛰었는지 아직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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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광주, 흉기 피습 여고생 도우려다 다친 남고생 ‘의사상자’ 지정 추진 — 파이낸셜뉴스, 2026년 5월 11일

한 줄 요약: 광주에서 묻지마 흉기 범죄를 목격하고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중상을 입은 열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


작가의 말

기사에는 그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A군. 열일곱 살. 그게 전부였습니다.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악성 댓글이 아니라 —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몸이 굳는다는 한 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뛰어간 사람이 이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 역전이 오래 남았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