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면담실 의자는 늘 기울어져 있었다.

왼쪽 앞다리가 짧았다. 앉으면 몸이 살짝 흔들렸다. 진주는 매번 그 다리 밑에 종이를 접어 끼웠다. 네 번 접으면 딱 맞았다. 보호관찰관이 뭘 묻든, 진주는 먼저 의자를 고쳤다.

열네 살이었다. 서류에는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촉법소년. 가해자. 우범소년. 이름은 한 번도 굵은 글씨로 인쇄된 적이 없었다. 굵은 글씨는 언제나 그 이름들의 몫이었다.

엄마가 때리기 시작한 건 일곱 살쯤이었다. 처음에는 손바닥이었다. 나중에는 국자가 되었고, 그다음에는 아무거나 되었다. 진주가 기억하는 건 아픔이 아니라 소리였다.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아무 소리도 없는 시간.

조용한 방이 제일 무서웠다.

소리가 없으면 다음에 올 것을 기다려야 했다. 차라리 소리가 나는 편이 나았다. 소리에는 끝이 있었다. 조용함에는 끝이 없었다.

열두 살에 처음 아이를 때렸다. 같은 반 남자아이였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주먹이 닿는 순간 조용함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짧았지만, 멈추었다.

그 뒤로 네 번 더 그랬다. 매번 조용함이 멈추었고, 매번 더 짧아졌다.

면담실에서 보호관찰관이 물었다. 왜 그랬어. 진주는 의자 다리 밑을 확인했다. 종이가 밀려나 있었다. 다시 접어 끼웠다. 네 번.

“몰라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 몰랐다. 아는 건 하나뿐이었다.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것.

퇴소를 앞두고 카메라가 왔다.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했다. 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안 나온다고 했다. 이름도 바뀐다고 했다. 또 다른 이름이 붙는 거구나, 생각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뭘 바라느냐고 물었다. 진주는 잠깐 생각했다. 의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은 종이가 잘 들어가 있었다.

“아이들한테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어요.”

잠깐 멈추었다.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카메라가 꺼진 뒤 진주는 일어섰다. 의자를 제자리에 밀어 넣었다. 다리 밑의 종이를 확인했다. 아직 있었다. 다음 사람도 기울지 않을 거였다.

복도로 나왔다. 창 너머로 운동장이 보였다. 아이들이 뛰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며 뛰고 있었다. 진주는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아무도 진주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래도 진주는 거기 서 있었다.


비슷한 이야기: → 냄새 — 이름을 묻지 않은 순경과, 이름을 불러주지 않은 세상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다큐 뉴스타파] 소년의 이름 — 뉴스타파, 2026년 4월 30일

한 줄 요약: 촉법소년이라는 낙인 뒤에 가려진 아이들을 직접 만난 다큐멘터리.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한 아이가 남긴 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말

이 아이가 남긴 한 문장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거면 된 것 같아요.” 세상에 바라는 것이 그것뿐인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이 열네 살이라는 것. 의자를 고치는 장면은 뉴스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울어진 것을 바로잡으려는 손은, 아마 이 아이에게 처음부터 있었을 것입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