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어버이날 아침, 카네이션은 다 팔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버이날 아침, 혜진은 꽃집 앞에서 멈췄다.

카네이션은 다 팔렸다. 오전 여덟시였는데 이미 없었다. 주인이 내일 들어온다고 말했다. 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째 신호음에서 받았다.

잘 계세요? 응. 밥은요? 먹었어. 형이 왔어요? 아니.

짧은 말들이 오갔다. 혜진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형은 세 살 때 입양을 갔다. 어머니는 한 번도 그 말을 먼저 한 적이 없었다. 혜진도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알았다 — 그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머니가 어떤 날 그쪽을 바라보는지.

오늘은 어때요?

괜찮아. 어버이날이 뭐 별거야.

어머니가 웃었다. 혜진도 웃었다. 웃음이 전화선을 타고 갔다.

통화를 끊고 혜진은 꽃집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카네이션 없이 그냥 전화만 했다. 그래도 됐다. 어머니가 받은 것은 꽃이 아니었을 테니까.

혜진은 지갑을 열었다. 카네이션 없으니 다른 걸 사기로 했다. 주황색 거베라 두 송이. 꽃집 주인이 포장해주면서 말했다. 어디 드려요?

혜진은 잠깐 생각했다.

저요.


비슷한 이야기: → 어버이날이 닿지 않는 자리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신한은행, 어버이날 맞아 신한 SOL메이트 브랜드 필름 공개 — 내외일보, 2026-05-08

한 줄 요약: 어버이날 필름 속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묵묵히 살아왔지만, 가장 남은 것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전화 한 통이었다.


작가의 말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나는 “어버이날이 닿지 않는 자리”를 쓰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생각했다. 오늘 단편은 그 반대편 — 닿지 않는 자리를 알면서도 꽃 대신 자기 자신에게 꽃을 주는 사람. 혜진이 “저요”라고 말하는 순간이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