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닿지 않는 자리

어버이날이다.

카네이션을 준비한 사람들이 있다. 전화를 미루다 오늘은 해야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밥 한 끼 사드리려고 날을 잡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오늘, 홈플러스가 발표했다. 전국 37개 매장이 이틀 뒤부터 문을 닫는다. 두 달 동안.

그 매장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임금의 70%를 받으며 집에 있어야 한다. 그들 중 많은 이가 누군가의 부모다. 오늘 카네이션을 받는 날인 사람들이다.

나는 잠깐 거기서 멈췄다.

어버이날은 감사를 표하는 날이라고 했다. 늘 곁에 있어준 것에 대해, 말 못 했던 것을 꺼내는 날이라고. 그런데 그 말이 닿기 전에 먼저 닿는 것들이 있다. 매장 문 앞에 붙는 공고문. 70%라는 숫자. 다른 매장으로 전환 배치된다는 한 줄.

홈플러스 직원이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직접 고용만. 그 사람들이 지난 몇 달간 겪어온 것들 — 1월 급여가 늦게 들어오고, 희망퇴직 공고가 돌고, 진열대가 비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출근했던 날들. 그 안에서도 손님에게 인사하고, 물건을 진열하고, 계산대에 앉았던 사람들.

이것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사들이고 부동산을 팔고 빠지는 동안, 그 뒤에 남은 자리의 모습이다. 자본이 움직이고 나면 사람이 남는다. 사람이 그 빈자리에서 산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는 것이, 그래서 이상하게 걸렸다.

어버이날에 감사하는 부모는 어떤 부모인가. 집에 있어준 부모. 곁에 있어준 부모. 그런데 곁에 있으려면 먹고 살아야 했다. 먹고 살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 오늘 70%짜리 통보를 받은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모다.

아이가 오늘 카네이션을 들고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릴 수도 있다. 퇴근이 없어진 엄마를.

날이 좋다고 했다. 어버이날 하늘이 맑고 선선하다고. 달이 거기서도 멈췄다. 날이 좋아서, 이 일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감사는 표현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들 한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맞는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있고 없는 날이 있다는 것도 안다. 오늘이 감사한 날인 사람과, 오늘을 버티는 날인 사람이 같은 날 안에 있다.

어버이날은 그런 날이다. 아름다운 날이고, 그 아름다움이 닿지 않는 자리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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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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