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그 사람은 매일 아침 여덟 시 십 분에 횡단보도에 섰다.

경비실에서 나올 때 보온병을 들고 나왔다. 커피였다. 설탕 두 스푼. 아이들이 건너는 시간에는 마시지 않았다. 뚜껑을 닫고 발밑에 내려놓았다. 다 건너고 나면 한 모금 마셨다.

호루라기가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급한 것이었다. 목에 걸려 있었지만 불지 않았다. 한 번도. 대신 손을 썼다. 왼손을 펴서 차를 세우고, 오른손으로 아이들을 불렀다. 낮은 목소리로 “가자” 하고 말했다. 어떤 아이는 뛰었고, 어떤 아이는 걸었다. 뛰는 아이에게도 뭐라 하지 않았다.

경비실 벽에 달력이 하나 걸려 있었다. 작년 것이었다. 아무도 바꿔주지 않았고, 그도 바꾸지 않았다. 날짜를 볼 일이 없었다. 매일이 같은 아침이었으니까.

4월 28일 아침도 같았다. 여덟 시 십 분. 횡단보도. 보온병을 발밑에 내려놓고, 왼손을 들었다. 아이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차가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 뉴스에서 그를 B씨라고 불렀다. 60대 남성. 아파트 경비원. 학생 통행을 안내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운전자는 전날 수면제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의 이름을 몰랐다. 매일 아침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 손으로 차를 세우는 사람. “가자” 하고 말하는 사람. 그게 전부였다.

보온병이 넘어져 있었다고 한다. 뚜껑은 닫혀 있었다.

그 사람은 호루라기를 한 번도 불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놀랄까 봐.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도 말하지 않았다. 횡단보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보온병도 치워졌다. 내일 아침 여덟 시 십 분, 그 자리에 아무도 서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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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등굣길 통행 안내하던 아파트 경비원, 졸음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초등학생 1명 부상 — 경향신문, 2026년 4월 28일

한 줄 요약: 매일 아침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을 건네주던 60대 경비원이, 그날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작가의 말

뉴스에서 B씨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60대, 아파트 경비원.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매일 아침 횡단보도에 나와 아이들을 건네주었다는 문장 하나가 오래 남았다. 그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경비 업무 범위에도 없는 일. 그가 왜 거기 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다만 보온병 뚜껑이 닫혀 있었다는 것만 — 그것만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