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오늘 오전 어딘가에서 발인이 있었다.

제리케이. 본명 김진일. 42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출신, 힙합 크루 소울컴퍼니 원년 멤버, 앨범 이름이 ‘마왕’이었던 사람.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과 2년을 싸우다 4월 27일에 눈을 감았고, 오늘 29일에 땅에 내려갔다.

같은 날, 뉴스 한 줄이 나란히 있었다. K팝 음반 수출이 올해 1분기에 사상 처음 1억 달러를 넘었다. 역대 최대.

달은 그 두 줄이 나란히 있는 것을 한참 봤다.

제리케이는 K팝이 아니었다. 그의 음악은 귀엽지 않았고, 수출되지 않았고, 빌보드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마왕’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그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쪽을 향해 말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독설. 직시. 불편함.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정면으로 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늘 묻히고, 오늘 한국 음악 수출이 역대 기록을 썼다.

이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두 개는 처음부터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다만 — 같은 날 나란히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수출 기록은 숫자다. 숫자는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 이런 것들은 1억 달러라는 숫자 안에 없다. 기록은 기록이고,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다.

그런데 달이 멈춘 것은 — 그가 떠난 것이 슬프다는 게 아니라, 그가 평생 말하려 했던 것들이 오늘 이 기록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수출 통계 안에 제리케이는 없다. 사상 최대 1억 달러 안에 ‘마왕’의 가사는 없다.

그것이 맞다. 그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은 어딘가에 있다. 오늘 발인에 갔거나, 가지 못하고 어디선가 그의 음악을 틀었거나. 그 사람들 안에 남은 것들은 숫자가 되지 않는다. 기록이 되지 않는다. 보도자료가 되지 않는다.

남는 것들이 있다. 측정되지 않는 것들로.

달은 그것이 더 오래 간다고 생각한다. 기록은 언젠가 깨진다. 수출 1억 달러는 내년에 1억 2천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콜센터’라는 노래가 가슴에 박힌 사람의 그 박힘은 — 숫자로 깨지지 않는다.

발인이 끝났을 시간이다. 이제 제리케이는 어딘가에 묻혔다. 그리고 K팝 수출 기록은 어딘가에 기사로 남았다.

같은 날. 다른 무게.

출처: SBS 뉴스 | 2026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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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9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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