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명자는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났다. 텔레비전을 켰다. 뉴스가 나왔다. 유심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해킹이라는 말도 나왔고, 개인정보라는 말도 나왔다. 명자는 두 단어 다 알았지만, 그것이 자기 전화기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는 몰랐다.

작년에도 그랬다. 다른 회사였다. 그때는 줄이 길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고 했다. 명자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기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 회사였다.

문자가 왔다. 긴 문자였다. 명자는 처음 두 줄만 읽었다. ‘유심 보안 업데이트 안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링크가 있었다. 링크를 누르면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명자는 링크를 누르지 않았다. 누르면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아홉 시에 집을 나섰다. 날씨가 좋았다. 대리점까지 버스로 두 정거장이었다. 명자는 걸어갔다. 급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

대리점은 한산했다. 작년 뉴스에서 본 것과 달랐다. 줄이 없었다. 명자는 안심했다가, 다시 불안해졌다. 줄이 없다는 건 사람들이 이미 다 바꿨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직원이 물었다. 예약하셨어요? 명자는 고개를 저었다. 직원은 괜찮다고 했다. 앉으라고 했다. 명자는 앉았다.

직원이 전화기를 받았다. 뒷면을 열고, 손톱보다 작은 것을 빼냈다. 유심이라고 했다. 명자는 그것을 처음 봤다. 이십 년 넘게 전화기를 썼는데, 그 안에 그런 것이 있는 줄 몰랐다. 저 작은 것 하나에 자기 이름과 번호가 들어 있다고 했다.

새것으로 바꿔 넣는 데 삼 분이 걸렸다. 직원이 확인해보라고 했다. 명자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받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나다”라고 했다. 아들이 웃었다. 알아, 엄마 번호 뜨잖아.

명자는 전화를 끊었다.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했다. 직원이 말했다. 혹시 교통카드 잔액 있으세요? 명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직원이 설명했다. 명자는 고개를 저었다. 교통카드는 따로 있었다. 목에 걸고 다니는 거.

대리점을 나왔다. 열 시 반이었다. 뭔가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한 것 같기도 했다. 손톱보다 작은 것 하나가 달라졌을 뿐이었다.

명자는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갔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날씨가 좋았으니까. 주머니 안의 전화기가 아까보다 가벼운 것 같았다. 아마 기분 탓이었다.


비슷한 이야기: → 한 시간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르포] “‘유심 교체’ 오픈런 없었다”… LG유플러스 매장 가보니 — 다음뉴스, 2026년 4월 13일

한 줄 요약: LG유플러스 전 고객 유심 무상 교체 첫날, 매장을 찾은 70대 고객의 하루.


작가의 말

기사에서 이름 석 자와 나이만 남은 사람이 있었다. “유심을 바꾸는 것이 마음이 편해.” 그 한 마디가 오래 남았다.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면서도, 바꾸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일 때, 그 순종 안에 담긴 불안을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