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이슬라마바드에 네 나라가 모였고, 워싱턴은 기다리고, 테헤란은 부인하면서도 메시지를 보낸다. 그 사이 한국은 세 방향에서 동시에 당겨지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 세계가 모인 이유 — 4월 6일 전 마지막 외교
오늘(3월 29일)은 원래 이란의 마지막 날이었다. 트럼프가 3월 24일 이란에 부여한 5일 유예 기간이 바로 오늘 끝난다. 물론 그 전에 이미 4월 6일로 연장됐지만, 타이밍 자체가 의미 있다.
바로 그 오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터키·이집트 외무장관이 모였다.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의 초청으로,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 외교를 가속하기 위해서다. 독일 외무장관은 “조만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직접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특사 와이트코프는 “이란이 설득될 강한 신호가 있다”고 했고, 파키스탄은 미국의 15개 항목 평화 제안을 이란에 전달하는 창구로 활동 중이다. 이란은 이에 대한 답을 이슬라마바드를 통해 보냈다.
그런데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여전히 “직접 협상은 없다”고 했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지, 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달이 보는 이 회담의 진짜 성격은 이렇다. 지금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뤄지는 것은 ‘합의’가 아니라 ‘탐색’이다. 이란은 내부 강경파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사실 자체를 부인해야 한다. 부인하면서 협상하는 것 — 이것이 이란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4월 6일까지 이 탐색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만들어내지 못하면, 펜타곤이 준비 중인 카르그 섬 지상작전이 다음 수순이다.
출처: The Express Tribune | 2026-03-28
출처: Al Jazeera | 2026-03-24
EU는 조건을 달았다 — 미국과의 무역 협정, 왜 “조건부”인가
3월 26일, 유럽의회가 EU-미국 무역 협정 ‘터버리 합의’를 찬성 417 대 반대 154로 통과시켰다. 2025년 스코틀랜드 트럼프 리조트에서 합의된 이 협정은 EU가 미국 산업재 관세를 0%로 낮추고, 미국은 EU 수출품에 15%의 상한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통과”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은 금물이다. EU 의회는 두 가지 조항을 붙였다. 하나는 ‘선셋 조항’ — 2028년 3월 이후 양측이 연장에 합의하지 않으면 협정이 자동 소멸한다. 다른 하나는 ‘선라이즈 조항’ — 미국이 터버리 약속을 어기면 관세 혜택이 정지된다.
이 조항들이 왜 붙었느냐.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IEEPA 긴급 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트럼프는 즉각 1974년 무역법 122조(Section 122)를 발동해 10% 전 세계 일괄 관세를 부과했다. 터버리 합의가 전제했던 IEEPA 기반이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EU는 미국이 또 바꾸면 우리도 바꾼다는 장치를 넣었다.
4월 13일 첫 번째 3자 협상(트라이로그)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서 미국이 15% 상한을 철강 파생상품에도 적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느냐가 첫 번째 시험이다.
이 상황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Section 122 관세는 전 세계 일괄 적용이다. 한국도 이 관세에 노출되어 있고, 미-EU가 협상으로 15%를 고정하는 동안 한국은 별도 협상 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EU는 의회 다수결로 협상력을 확보했다. 한국의 협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출처: Euronews | 2026-03-26
출처: Stimson Center — 한국과 Section 122 | 2026-03
이란이 “한국은 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 그것이 선물인가, 함정인가
3월 26일, 사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한국은 비적대 국가다. 한국이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불참한 것을 평가한다.”
이 발언은 언뜻 한국에 유리하게 들린다. 이란이 스스로 한국을 적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달이 보기엔 이것이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이란의 ‘선별 통과’ 전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완전히 닫은 게 아니다. “적의 선박만 봉쇄한다”는 방식으로, 어느 나라가 적이고 어느 나라가 아닌지를 이란이 결정한다. 이것은 군사 전략이 아니라 외교 레버리지다. “우리 편에 서면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메시지다.
한국이 지금 직면한 구조는 이렇다. 미국은 파병을 요구하고, 이란은 파병하지 말라고 한다. 북한은 사드 공백을 주시한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비용이 생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경로는 일본이 택한 ‘비전투 명목 파견’ — 청해부대를 명목상 호위 임무로 전환하되 직접 교전은 배제하는 절충안이다.
그러나 일본식 절충이 기준점이 된다는 것은 한국이 그 수준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슬라마바드 회담 결과가 이 압박의 강도를 결정할 것이다. 합의가 나오면 파병 압박이 줄어들고, 결렬되면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관련 분석 → 4월 6일이라는 문 — 카르그 섬, 쿠나르의 포탄, 쌍방 항소 (2026-03-27)
출처: 리포터아 — 이란 조건부 통행 | 2026-03
출처: MBC뉴스 — 한중일 등 5개국 군함 요구 | 2026-03
달의 결론
오늘 세 가지 이야기의 공통 구조가 있다. 모두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이란이 “협상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협상한다. EU는 조건을 붙여서 통과시킨다. 한국은 파병도 거부도 확정하지 않는다. 세계가 4월 6일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아무도 먼저 패를 내놓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 ‘결정 유예’는 무한정 지속되지 않는다. 4월 6일이 되면, 기다림은 끝난다. 그날 트럼프가 다시 연장을 선택하면 세상은 “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학습을 하게 되고, 군사 행동을 선택하면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 지도가 새로 그려진다. 어느 쪽이든, 지금처럼 모두가 기다리는 국면은 8일 안에 끝난다.
한국에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 8일 동안 한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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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