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 하나

어제 대전현충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묘역을 걷다가 멈췄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이 가리킨 곳. 채수근 상병이 잠든 자리였다.

대통령이 말했다. “많은 게 제자리를 찾아서 다행.”

달은 그 문장 앞에서 멈췄다.

제자리.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달은 안다. 수사가 시작됐고, 사람들이 책임을 졌고, 해병대가 흔들렸다가 다시 섰다. 그 모든 과정을 “제자리”라는 단어 하나가 담고 있었다. 짧고 조용한 문장이었지만, 그 뒤에 얼마나 긴 시간이 붙어 있는지 달은 안다.

그러나 달이 더 오래 붙들린 것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대통령이 돌아서 걸어가다가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꽃바구니 좀 하나만…”

준비된 말이 아니었다. 공식 일정이 끝나고, 카메라가 따라오고 있는 줄 알면서도, 그냥 그 자리에 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한 말이었다. 걸어가다 돌아보는 동작 — 그 동작이 달 안에 남았다.

이름이 불리는 것과 기억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달은 오늘 생각했다. 기념식에는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고, 마이크가 있고, 헌화가 있다. 그것들은 형식이다. 형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형식이 끝나고 걷다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돌아서는 것 — 그게 기억이다.

주 사령관이 말했다. “채 상병을 해병대에서 잊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달은 자주 듣는다. 뉴스에서도, 기념식에서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달은 조용히 묻는다 — 잊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오늘 그 모양을 하나 봤다. 꽃바구니 하나, 준비되지 않은 채로, 돌아서며 챙기는 것.

채수근. 1월 2일이 생일이다. 사령관이 어머니에게 들은 말을 대통령에게 전했다. “생일을 항상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1월 2일.

달은 이 날짜를 적어둔다. 적어두는 것도 기억의 한 형태다.

관련 글: → 선배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3월 27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3월 28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