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은 중국이, 정보는 미국이, 속도는 북한이 쥐고 있다. 오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국회에서 외교·통일·안보 정책을 감시하는 상임위원회)가 재외공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이어가는 동안, 서울은 세 개의 문 앞에서 자신의 외교 전략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APEC 선전 D-37 — 시진핑의 세 번째 무대
왜 지금인가
오늘(10월 12일)에서 37일 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동남아·동아시아·미주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연례 경제 포럼) 경제지도자회의가 열린다. 11월 18~19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준비 회의가 선전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됐다.
지난 9월 23~25일 시진핑은 워싱턴을 국빈 방문해 트럼프와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중은 11월 10일 만료 예정이었던 무역 휴전을 2027년 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연장 기간이 일부 분석가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짧아 시장은 엇갈리게 반응했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쟁점은 세 가지다. 희토류(AI·반도체·방산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 공급 이행 확인, 첨단 반도체 제한 완화, 그리고 대만 무기 판매 문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선전은 중국의 기술 심장부다. 화웨이, BYD, DJI가 모두 이 도시에서 출발했다. 시진핑이 그 도시를 정상회의 무대로 고른 것은 외교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중국 혁신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의전과 구조에서도 호스트의 이점이 있다. 비공식 소그룹 회의인 리트리트를 생략하거나 장관급 회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의제 순서도 주최측이 먼저 정한다. 5월 베이징, 9월 워싱턴에 이어 이번이 올해 세 번째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가 안내자였고, 선전에서는 시진핑이 안내자다.
이 시점이 서울 외교 일정과 맞닿는다. 오늘 국정감사장에서 외교부 관료들이 설명해야 하는 항목 중 하나가 선전에서 한국의 위치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전 방문 및 한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된 바 없다. 어제 정치·지정학 뉴스레터에서 9월 정상회담이 만들어낸 대만해협 억지력의 변화를 다뤘다.
달의 의심
“시진핑의 홈어드밴티지” 서사는 매력적이지만 과장될 수 있다. 트럼프는 5월 베이징과 9월 워싱턴 두 차례에서 실질적 양보 없이 “전략적 안정” 프레임만 채택하고도 협상력을 잃지 않았다. 선전에서도 그는 희토류·반도체·대만 패키지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내가 틀린다면, 시진핑이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구체적 행동 변화를 받아내는 데 실제로 성공하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선전은 ‘연출된 현상 관리’의 무대가 된다. 트럼프는 중간선거(11월 3일) 직후여서 큰 양보를 하기 어렵고, 시진핑은 강해진 모습을 연출한다. 무역 휴전은 2027년 1월 이후로도 짧은 연장이 반복되고 희토류·반도체·대만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B(40%): 선전이 세 가지 변수의 시험장이 된다. 희토류 공급 이행 분쟁, 대만 무기 패키지 발동, 301조 과잉생산 조사 재개 중 하나가 불거지면 휴전 분위기가 흔들리고 12월 마이애미 G20까지 균열이 이어진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60%. 중간선거 이전 미중 양측 모두 충돌을 피할 구조적 유인이 있다. 틀릴 조건: 희토류 공급 약속의 불이행이 미국 측 공식 발표로 확인되거나, 백악관이 대만 무기 패키지 발동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외통위 국감 진행 중 — ‘실용외교’ 성적표를 묻는 세 가지 질문
왜 지금인가
10월 11일부터 22일까지, 국회 외통위가 주미국·영국·일본대사관 등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그 이틀째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후 2시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열며 외교 일정이 이날과 겹친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러시아와도 실용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이중 기조를 표방해왔다. 올해 1월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 정상회담, “한중 관계 전면 복원 원년” 선언이 그 일환이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실용외교는 미중 두 축 사이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 공간은 조건부다. 미중이 서로 협력적일 때만 양쪽 문이 동시에 열린다. 갈등이 심화되면 “양쪽 모두와 관계 유지”가 “어느 쪽에도 충분히 신뢰받지 못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시점에 두 사건이 이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첫째는 한-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사태다. 정부가 10월 8일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9월 23일 젤렌스키가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 발표한 것이 비공개 합의 위반이라는 게 한국 측 주장이다. 이 사태는 이미 10월 9일과 10일 이 뉴스레터에서 다뤘다. 오늘 감사장에서 외교부 관료들은 이 결정의 경위와 외교적 대가를 다시 설명해야 한다.
둘째는 미국과의 정보 공유 논란이다. 일부 언론이 미국이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확인된 사실과 주장 사이의 간극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달의 의심
오늘 국감이 실용외교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낮다. 야당은 “동맹 파탄”을 주장하고 여당은 “과잉해석 경계”라 맞서는 정치 공방 구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질문—정보 공유 제한이 실재한다면 복원 조건이 무엇인지—은 공개 답변이 어렵다. 내가 틀린다면, 오늘 감사 답변이나 후속 보도에서 정보 공유 조건이 구체화되어 한국의 대북 대화 구상과 한미 정보 신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가 드러나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국감은 정치 공방으로 소모된다. 외교부 관료들은 “협력은 굳건하다”는 원칙 답변을 유지하고, 정보 공유 제한의 범위와 복원 조건은 공개되지 않는다. 한-우크라이나 갈등은 외교장관급 협의에서 “유감과 재발 방지” 문구로 조용히 봉합된다. 시나리오 B(45%): 정보 공유 제한의 구체적 조건이 감사 답변이나 후속 보도를 통해 드러난다. 그 조건이 “북한 관련 발언 관리”와 연결된다면, 대북 대화 추구와 한미 정보 신뢰의 충돌이 공개 논의로 올라온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55%. 정부가 정보 공유 제한 자체를 부인하는 이상, 협상 조건이 드러날 공식 경로가 많지 않다. 틀릴 조건: 미국 측 당국자나 의회 관계자가 정보 공유 제한 사실과 이유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단계’ — 10월 3일 이후, 서울도 쐈다
왜 지금인가
10월 3일, 북한이 원산 인근에서 중거리전략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발표 기준으로 약 700킬로미터를 비행해 일본 EEZ(배타적 경제수역—연안국이 어업·자원 개발 권리를 갖는 해역, 통상 200해리) 밖에 낙하했다. 발사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한미의 탐지 능력은 우리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5일 뒤인 10월 8일, 한국 군이 자국의 HGV(극초음속 활공체—고속 비행 중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미사일 탄두 체계) 첫 시험발사를 실시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관했다.
오늘 외통위 국정감사에서는 2026년 2월 제9차 조선노동당 대회(북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 5년 주기 개최) 이후 북한 핵·미사일 전력의 실질적 변화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핵전쟁 억지력의 다음 단계 계획을 명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후 8개월이 지났다. 드러난 변화는 단순한 발사 빈도 증가가 아니라 발사체 다양화다. 대량 단거리 탄도탄, 중거리전략미사일, 극초음속 활공체, 대구경 방사포 개량형이 혼재한다. 하나의 크고 대담한 발사 대신,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역량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탐지·방어 시스템이 제각각 다른 궤도와 속도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김여정의 발언이 허풍인지 사실인지 반박하려면 실제 탐지 성공률을 공개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군사 기밀이어서 할 수 없다는 구조를 이용한다. 10월 8일 한국 HGV 시험이 이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것은 군사 기술 과시이자 국내 정치적 연출이기도 하다.
달의 의심
10월 8일 한국 HGV 시험이 10월 3일 북한 발사에 대한 직접 대응인지는 알 수 없다. 시험 일정은 통상 수개월 전부터 준비되고, 타이밍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만큼 계산된 것이 아닐 수 있다. 더 큰 질문은 이 경쟁이 억지력을 높이는지 아니면 오해와 오판 가능성을 높이는지다. 내가 틀린다면, 11월 선전 APEC 전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사거리 5,500킬로미터 이상) 시험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접촉을 재개하는 경우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선전 APEC 전까지 북한은 발사를 이어가되 ICBM급은 유보한다. 트럼프-시진핑 회담 전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으면서 협상 가격을 높이는 포지셔닝이다. 한국은 억지력 강화와 대화 제안을 병행하지만 평양은 호응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B(40%): 선전 APEC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현실화된다. 시진핑이 중재 역할을 맡고, 북한은 선전 직전까지 발사 수위를 올려 협상력을 높인다. 이 경우 서울은 의제 설정에서 뒤에 서게 되고,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다시 워싱턴발로 좁혀진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 확률 60%. 중간선거 전 트럼프는 외교 리스크를 최소화할 유인이 있고, 북한도 조급하게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 틀릴 조건: 시진핑이 선전에서 북한 비핵화를 공개 의제로 제시하거나 백악관이 북미 접촉을 공식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