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정학 — 2026년 5월 29일
달의 뉴스레터
전쟁 90일째, 협상은 합의와 부인 사이를 오간다. 서울은 이란 미사일 잔해를 손에 쥐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가 마땅치 않고, 우크라이나는 6개월 창문 앞에 서 있지만 미국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다.
MOU가 있다, 없다 — 미·이란 협상의 정보전
2026년 5월 28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Axios는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60일 휴전 연장과 핵 협상 재개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무제한 통항 보장, 이란의 30일 내 기뢰 제거, 핵무기 불추구 약속 등 14개 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이란 국영방송이 MOU 초안 전문을 공개했고 — 백악관은 “완전히 날조된 문서”라며 즉각 부인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관련 내용을 돌연 삭제했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Operation Epic Fury”)으로 시작된 전쟁은 오늘로 90일째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개전 초기에 사망하고, 4월 7일 2주 임시 휴전이 선언됐으나 협상은 수차례 임박→교착을 반복해왔다.
왜 지금인가. 전쟁 90일 분기점이다. 미국 국내에서 이란전 지속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IEA 사무총장은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트럼프에게도 종전이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핵 문제에서 실질적 양보 없이 서명한다면 오히려 레거시에 흠집이 난다. 협상 타이밍의 압력이 양쪽에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합의→부인→삭제’라는 이날의 사이클 자체가 협상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란은 MOU 초안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거나 국내 강경파에게 보여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이 즉각 부인한 것은 ‘우리가 양보한 것이 아니라 이란이 요청한 것’이라는 국내 서사를 지키기 위해서다. 양측 모두 내부 청중을 향한 신호를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이 게임에서 MOU 초안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서명할 의사가 있는가, 그리고 누가 합의의 공을 가져가는가이다.
달의 의심. 이란 측이 MOU를 공개한 직후 삭제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란 내부에서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 핵 협상 틀로 진입하면 국제 사찰과 감시가 재개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에게 이는 존립의 위협이다. 설사 트럼프가 서명하더라도, 이란 내부의 이행 의지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방해해왔다. 미국이 MOU를 승인하더라도 이스라엘이 독자 행동을 취할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단기적으로 60일 휴전 연장 MOU는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양쪽 모두 ‘완전한 종전’은 아닌 ‘숨 고르기’에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 12년 핵 모라토리엄과 제재 해제라는 핵심 쟁점에서 진짜 협상이 시작된다. 달이 무게를 두는 방향: 협상은 타결되겠지만, 그 합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진짜 질문이다. 이란의 다음 지도부가 과거 JCPOA 탈퇴처럼 언제든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모든 협상의 근본적 불안정성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5-29 · TIME | 2026-05-07 · 파이낸셜뉴스 | 2026-05-28
이란산 잔해를 손에 쥔 한국 — 나무호 이후 외교의 딜레마
5월 27일, 한국 정부 합동조사단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HMM 나무호의 잔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냈다. 하늘색 도장, 이란 제조사 각인 추정 글자, 구형 누르 미사일 형상과 일치하는 탄두가 근거다. 그러나 초치된 주한이란대사는 “이란 정부 개입은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고, 한국 정부의 조사를 신뢰하지 않겠다며 공동조사를 역으로 요구했다.
5월 4일 발생한 나무호 피격은 미·이란 전쟁 개전 이후 해당 해역에서 33번째 상선 공격이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한 선원 24명이 탑승했으며,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격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5척이 있었다.
왜 지금인가. 나무호 사건은 중동 지역전쟁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에 직접 충돌한 첫 사례다. 해운업계 관점에서 호르무즈 봉쇄는 한국 에너지 수입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길목이 막힌다는 의미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미·이란 MOU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국이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면 협상 분위기를 해칠 수 있고, 침묵하면 피해를 눈감는 것이 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란의 ‘오리발’은 외교적 계산이다. 이란이 고의적 공격을 인정하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법적·외교적 조치들이 가동된다. 고의성을 부인하면서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전략은 시간을 버는 동시에 한국의 단독 결론을 국제사회에서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의 비교가 유효하다. 당시 한국은 미국·영국·호주·스웨덴을 포함한 국제 조사단을 구성했고, 이 때문에 북한이 단순 부인하기 어려웠다. 이번 나무호는 국내 조사만으로 진행해 이란에게 ‘일방적 결론’이라는 빌미를 줬다.
달의 의심. 한국 정부의 이번 대응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외교부와 국방부의 ‘고의성’ 판단 불일치다. 외교부는 “확정 어렵다”, 국방부는 “의도적 공격 정황”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이것은 조사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으로 어디까지 공격적으로 나갈 것인지를 두고 부처 간 입장 차이가 있음을 드러낸다. 이란 핵 협상을 지켜보는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구조적 한계가 이 불일치 속에 숨어있다. 또한, 호르무즈에 아직 25척의 한국 선박이 있다. 강하게 나갔다가 이란이 추가 공격을 가한다면? 그 압박이 외교부를 조용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달이 보는 방향: 한국 정부는 미·이란 MOU 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 MOU가 타결되면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공식 인정보다 재발 방지와 호르무즈 통항 안전 보장이기 때문이다. 국제 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로 보인다. 단, 이란이 공동조사에 응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나무호 사건의 진짜 교훈은 한국 선박이 분쟁 해역에 머물러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이것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출처: 경향신문 | 2026-05-27 · MBC뉴스 | 2026-05-28 · 파이낸셜뉴스 | 2026-05-28
우크라이나의 6개월 창문 — 미국이 시선을 돌린 사이
우크라이나 여단 여단장 빌레츠키 준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게 6개월의 창문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하루 전진 속도가 2026년 들어 급격히 줄었고,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올해 약 600제곱킬로미터를 되찾았다. 그러나 같은 주에 우크라이나 전선 사령부는 스톰새도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3개 도시(보로네시, 타간로그, 세바스토폴)를 타격했고, 모스크바는 600개 드론과 90발의 미사일로 키이우를 집중 공습했다. 5월 28일 소우판 센터 보고서는 “우크라이나가 이 창문을 활용하려면 미국의 추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외교적 에너지는 이란 협상에 집중되어 있다.
왜 지금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4주년을 맞았고, UN 총회는 즉각적·무조건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107대 12로 통과시켰다. 미국은 기권했다. 최근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 — 사이버, 드론, 허위정보 — 이 나토 회원국까지 번지고 있다는 경고가 NATO 최고사령관으로부터 나왔다. 이 모든 것이 ‘전쟁이 끝나가는 것 같다’는 안도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트럼프는 3일 휴전을 선언하며 “전쟁의 끝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고, 푸틴은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며 3국에서의 젤렌스키 회담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두 발언은 서로 다른 종전을 상상하고 있다. 트럼프의 종전은 양쪽이 현재 전선에서 멈추는 것이고, 푸틴의 종전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전체를 포기한 뒤의 협정이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수사는 협상용 신호에 불과하다.
달의 의심. ‘6개월 창문’론의 전제가 맞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2026년 들어 전진 속도를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과인지, 아니면 러시아가 에너지·인력을 재편하는 중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러시아는 한국·북한·이란으로부터 무기와 탄약 공급을 계속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창문이 열려 있다면 러시아의 창문도 동시에 열려 있다. 단, 달이 더 경계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지쳐가는 유럽의 피로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협상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이 흔들림이 우크라이나의 실제 창문을 좁히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미국의 이란 집중은 우크라이나에게 구조적 불리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쟁은 유럽 문제’라는 기조를 이미 굳혔다. 유럽이 Patriot 인터셉터를 포함한 방공 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단기 분기점이다. 달이 무게를 두는 방향: 2026년 하반기,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발판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양쪽이 동시에 원하는 종전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이 전쟁은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창문은 있지만, 열쇠는 워싱턴에 있다.
출처: The Soufan Center | 2026-05-28 · NATO News / Pravda | 2026-05-28 · UN Press | 2026-05-28
달의 결론
오늘 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전쟁터에서 온다. 그러나 공통 키워드가 있다: 합의의 불안정성. 미·이란 MOU는 합의와 부인 사이를 하루에 두 번 오갔다. 나무호 사건은 물리적 증거를 쥐고도 외교적으로 고립된 한국의 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우위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것을 협상력으로 전환할 정치적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
세 가지 공통된 구조: ①강대국이 합의를 원하는 척하면서 조건을 최대화하는 게임 ②작은 행위자(한국, 우크라이나)가 강대국 게임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는 구조 ③정보와 부인이 무기로 사용되는 ‘정보전’의 일상화.
달이 틀린다면: 미·이란 MOU가 트럼프 서명으로 즉시 타결되고, 이란이 실제로 이행 의지를 보인다면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수 있다. 그 경우 나무호 외교 딜레마도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우크라이나도 미국의 이란전 종결이 다시 유럽에 외교 에너지를 돌려준다면 지원 재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90일이 보여준 것은 ‘임박’이 반복될 뿐 실제 타결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도 전쟁터는 세 곳이다. 호르무즈, 도네츠크, 그리고 협상 테이블 위. 그리고 그 세 곳 모두 어제보다 조금씩 더 불확실해졌다.
더 깊은 맥락이 필요하다면: [달의 뉴스레터] 경제·금융 — 신현송의 첫 무대, 5%의 벽, 이란이라는 변수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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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