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을 나눌 것인가 — AI 호황 속 삼성 DS·MX 분열과 재계 연말 인사 | 2026년 10월 17일

삼성 DS는 사상 최대 이익, MX는 적자 기로. 재계 연말 인사가 이 모순을 어떻게 풀지 — SK 겸직 분리, TSMC 패키징 병목, 갤럭시 S26 가격 인상까지.

AI 호황은 병목을 쥔 곳으로 이익을 모으고 그 비용은 병목 바깥에 떠넘기는데, 삼성은 그 두 입장을 한 지붕 아래 두고 있어 이번 연말 인사가 그 봉합 방식을 처음 보여줄 시험대가 된다.

1. 재계 연말 인사 — 앞당긴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왜 지금인가. 한화와 HD현대는 10월 초에 인사를 마쳤다. SK는 작년 12월 초에서 올해 10월 말~11월 초로 인사 시점을 앞당겼다. 삼성은 이달 말 임원 평가를 마친 뒤 11월 중순에서 말 사이 인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11월 하순이 유력하고 현대차는 가능성만 거론되는 단계다. 각 그룹의 과제가 다르고 인사 시점도 다르다. “재계 전반이 일제히 서두른다”는 그림은 사실과 어긋난다. 4대 그룹 가운데 확인된 조기화는 SK 하나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삼성의 핵심 쟁점은 두 겸직의 향방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겸하고 있고, 노태문 사장은 DX부문장과 MX사업부장을 겸한다. DS(Device Solutions)는 반도체·메모리, DX(Device eXperience)는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두 축이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90% 이상이 DS에서 나왔고, MX는 2분기에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이 수익 격차 속에서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맡는 구조가 언제까지 유효한지가 인사의 첫 번째 읽기 포인트다.

SK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부회장 승진 후보로 거론된다. 2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2년 연속 하마평에 올랐으나 승진이 없었던 곽 사장이 이번엔 달라질지가 관심이다. 새 경영진이 내년 사업계획과 조직개편을 먼저 주도하게 하려는 의도가 인사 시점을 당기는 공통 동인으로 읽힌다.

달의 의심. 발표 날짜가 앞당겨진다는 사실과 의미 있는 인선이 나온다는 사실은 다른 질문이다. 삼성에서 겸직 분리가 이뤄진다면 MX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진다는 신호지만, 이전가격과 원가 구조는 인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SK의 곽노정 승진 여부는 그룹이 AI 메모리 사이클에 얼마나 길게 베팅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인사의 시기보다 내용을 봐야 한다.

어디로. 시나리오 A(55%) — 삼성 겸직 분리, SK 곽노정 승진 등 성과 기반 인사가 나온다. AI 메모리 호황과 MX 적자 심화가 조직 차트의 재편을 요구한다는 판단이다. 시나리오 B(35%) — 내부 조율 부담으로 큰 틀이 유지되고 일부 교체에 그치는 안정 인사가 된다. 나머지 10%는 인사 시기가 더 밀리거나 예상 밖 발탁이 나오는 경우다. 틀릴 조건: 삼성이 겸직 분리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하고 MX사업부장 자리를 인원 추가로만 보완한다면 달의 A 판단은 과대 추정이었다는 확인 신호다.

2. 삼성 MX — 더 많이 팔면서 돈을 잃는 구조

왜 지금인가. 갤럭시 S26 출고가가 S25보다 약 15만원 올랐다. 삼성 MX·네트워크(NW) 부문의 2026년 2분기 영업손실은 7000억원이었다. 같은 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3.7% 늘었다. 팔리는데도 돈을 잃는 구조다. 3분기 손실은 증권가 추정으로 1조1000억~1조9000억원이다. 확정치는 10월 29일 삼성 실적 콜에서 나온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가격 인상의 원인은 메모리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LPDDR5X(스마트폰용 초고속 메모리)는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78~83% 올랐다(TrendForce 집계).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수요가 메모리 공급을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까지 올렸다. 삼성 DS부문과 DX부문의 엇갈린 성과는 지난 분석에서 다룬 바 있다. 오늘은 한 층 더 들어간다. 삼성이 MX에 공급하는 메모리의 이전가격(사내 공급가)은 분기 단위로 정해진다. AI 메모리 사이클이 가파를수록 MX가 분기마다 원가 충격을 직격으로 받는 구조다.

갤럭시 S27 울트라에서 자체 AP(Application Processor —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인 엑시노스 2700을 포기하고 퀄컴 스냅드래곤만 탑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머니투데이, 2026-10-16). 물량 확보 실패가 이유로 거론되지만 회사 공식 확인은 없다. MX가 AI 전환(AX)으로 FTE(Full-Time Equivalent, 전일제환산인력 — 업무량을 풀타임 근무자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 실제 감원과는 다름) 20%를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출처는 업계 관계자이고 회사 확인은 없다.

달의 의심. 메모리 가격이 4분기 들어 안정된다면 3분기가 이 적자 사이클의 저점이 된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S26 출하량이 유지된다면 소비자가 비용을 감내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두 경로 모두 단정하기 이르다. S26 실판매 추이와 10/29 실적 콜이 판단의 기준점이다. “창사 첫 적자”라는 표현은 2009년 3분기 비교와 연간 적자 범위 등이 매체마다 달라 확인된 수준에서 쓸 수 없다. 확인된 것은 MX·NW 2분기 분기 적자, 3분기 추정치 증권가 범위뿐이다.

어디로. 시나리오 A(55%) — 3분기 손실이 2분기(7000억원)보다 커지고 10/29 콜이 MX 구조 재편의 기점이 된다. 시나리오 B(40%) —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4분기 들어 진정되고 3분기가 저점으로 확인된다. TrendForce는 3분기 DRAM 평균판매가 추가 상승 폭이 2분기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한다. 나머지 5%는 중국 CXMT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풀려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다. 틀릴 조건: 10/29 콜에서 MX 3분기 손실이 1조원 미만이고 삼성이 하반기 손익분기점 복귀를 언급하면 달의 A 판단이 틀렸다는 신호다.

3. TSMC 패키징 — 병목을 쥔 자가 이익을 정한다

왜 지금인가. TSMC(대만 최대 반도체 위탁 제조사)는 10월 15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US$46.72B(달러 기준 전년 대비 +41.2%), 순이익 NT$763.06B(+68.7%), HPC(고성능 컴퓨팅·AI 칩) 매출 비중 68%였다. 실적 수치 분석은 어제 기업·산업 섹션에서 다뤘다. 오늘은 CEO 발언이 드러낸 힘의 구조만 본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웨이 저자(C.C. Wei) CEO는 실적 콜에서 AI 칩 수요가 “우리의 현재 공급 능력을 훨씬 초과한다(far above our capability today to supply)”고 했다. CoWoS는 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 —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로, GPU 옆에 적층해 초고속 데이터를 주고받는다)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첨단 패키징 공정이다. TSMC가 이 공정을 쥐고 있고 엔비디아 GPU는 이 단계를 거쳐야 출하된다. 웨이는 후공정에 “약간의 부족”이 있어 GlobalFoundries와 인터포저 협력에 나섰다고도 했다. TSMC 스스로 병목을 인정한 발언이다.

2025년 연간 기준 TSMC 최대 고객 한 곳이 매출의 19%를 차지한다(고객 실명은 TSMC가 공개하지 않음).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TSMC 최대 고객이 됐다고 밝혔다. 이 맥락이 맞는다면, 엔비디아 GPU의 CoWoS 패키징 일정이 AI 인프라 출하 전체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CAPEX(설비투자 지출, 캐펙스)는 올해 600억~640억달러이고 이후 3년간은 “과거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만큼을 쏟아부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달의 의심. 병목을 쥔다는 것과 그 지위가 오래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GlobalFoundries 협력 자체가 TSMC 혼자 병목을 풀 수 없다는 신호다. 최대 고객 매출 비중 19%는 힘이면서 동시에 의존이기도 하다. 그 고객이 대안을 찾는 유인도 커진다. 총이익률 66.4%는 전 분기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2nm 공정 램프업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지배력”과 “증설 속도에 쫓기는 처지”가 동시에 성립한다.

어디로. 시나리오 A(60%) — 2028년까지 CoWoS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TSMC 병목 지위가 유지된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꺾이지 않는 한 이 구도는 지속된다. 시나리오 B(35%) — 2027~2028년 삼성 2nm 또는 대안 패키징이 상용화되면 TSMC 가격 결정권이 약해진다. 나머지 5%는 지정학 충격으로 공급망 구도 자체가 재편되는 경우다. 틀릴 조건: 4분기 가이던스($52.3~54.3B) 상단을 달성하지 못하고 마진이 추가 하락하면 B 시나리오의 조기 도래 신호다.

병목은 벌고 병목 바깥은 치른다. 삼성은 그 두 자리를 한 회사 안에 두고 있다. 올가을 인사가 그 모순을 어떻게 풀지, 아니면 풀지 않을지를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