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107조를 벌 때, 가전은 적자였다 | 2026년 10월 14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107.4조원. 그 숫자 뒤에는 가전 적자와 40대 희망퇴직이 있다. 기록의 이면을 읽는다.

107.4조원이라는 숫자가 분기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런데 그 호황이 만들어낸 비용은 세트 가전 부문의 적자와 40대의 희망퇴직으로 조용히 배분되고 있다.


꼭지 1 — 분기 영업이익 107조의 이면: 기록 속의 정체

삼성전자가 지난 8일 2026년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4조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 한국 기업이 단일 분기에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다.

헤드라인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한 겹을 벗기면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2분기에는 직원 성과급 충당금 15~17조원이 한꺼번에 비용 처리됐다. 회계적 특이 항목이다. 이를 걷어내면 2분기의 기초 영업이익은 약 105조원 수준이다. 그러면 3분기 107.4조원은 전분기 대비 약 2% 증가다. 헤드라인 수치인 +20%와는 거리가 멀다. “분기 100조 최초 돌파”라는 이정표가 순이익 폭증의 결과라기보다, 2분기 일회성 비용이 제거된 효과를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실적을 이끈 것은 DS 사업부(반도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과 서버향 D램 수요가 폭발하면서 영업이익률이 55%를 넘었다. 100원어치를 팔아 55원을 남기는 구조다. 반면 DX 사업부(전자 — 스마트폰·가전)는 메모리 부품 가격 급등이 원가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약 2조원 내외 적자가 추정된다(확정 수치는 10월 29일 컨퍼런스콜 후 확인 가능). 같은 회사 안에서 한 부문이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올리는 동안, 다른 부문은 그 비용을 원가로 얹어 내고 있는 구조다.

10월 29일 확정 실적과 컨퍼런스콜에서 부문별 이익 분해가 공개될 것이다. 이때 DS 단독 영업이익과 가격·물량 기여도가 드러나야 이 기록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잠정치와 확정치 사이에 수치가 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지금은 방향을 보는 것이 적절하다.

왜 지금인가.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최정점에 달한 2026년, 엔비디아 GPU를 돌리기 위한 HBM 수요가 사실상 공급을 초과했다. 이 병목이 메모리 가격을 밀어 올렸고, 삼성은 그 흐름의 수혜 한가운데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분기 최대 이익”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성장 가속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2분기 회계 효과가 제거되고 AI 슈퍼사이클의 고점권에서 안정화된 것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두 해석이 지금 공존하고 있다.

달의 의심. 이익 증가 속도가 이미 둔화하고 있다. 2분기 기초 이익과 3분기 이익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면, 4분기 121조원 전망(증권가 일부)은 가격이 추가로 오르거나 물량이 대폭 늘어나야만 달성된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가 빠르게 점유율을 올리는 상황에서(관련 분석: 자본의 흐름 10/13 — CXMT 쇼크와 메모리 자본의 이탈)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55%): 가격 안정화 구간에서 HBM 물량 증가가 수익을 유지한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0조원 안팎에서 지속된다. 시나리오 B(45%): 기초 이익 정체가 더 이상 숨겨지지 않고 드러나며 다음 분기 기대치가 하향 조정된다. 틀릴 조건: 10월 29일 확정 실적에서 DS 부문 기초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재개하거나, 4분기 물량 계약이 발표되는 경우.


꼭지 2 — 수출 261억달러 신기록, 그런데 속도는 줄었다

12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10일 잠정 수출액은 261억달러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 많다. 역대 10월 초순 최대다. 반도체만 122억달러(전체의 46.7%)였고, 증가율은 170.9%다. 10월 10일 기준 올해 누적 수출액은 8,400억달러를 넘겼다. 연간 1조달러 목표가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기서 잠깐 멈출 필요가 있다. 올해 10월 1~10일 조업일수는 5.5일이다. 작년 같은 기간은 3.5일이었다(추석 연휴 차이). 단순히 일하는 날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 효과를 걷어낸 일평균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증가율은 +28.5%다. +102%의 3분의 1도 안 된다. “수출이 두 배 됐다”는 표현은 날짜 착시다. 수출 증가세 자체는 실재하지만, 같은 날 발행된 경제·금융 섹션이 “속도 완화 신호”로 진단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반도체 비중도 살펴볼 지점이 있다. 9월에는 49.9%였던 것이 10월 초에는 46.7%로 낮아졌다. “반도체 집중이 더 심해진다”는 서사와는 반대 방향이다. 다만 이 수치는 조업일 효과가 섞인 10일치 잠정치여서 월별 흐름이 확인되려면 11월 1일 이후가 되어야 한다.

1조달러 목표는 이미 달성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누적 속도라면 11월 중으로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세계 6~7위 수출국이라는 지위를 수치로 재확인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그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반도체 한 품목에 쏠려 있다는 구조적 의존도는 변하지 않았다.

왜 지금인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다.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표면적 수치(+102%)와 실질 증가 속도(+28.5%)가 크게 다르다. 이 차이를 모르면 지금 경기가 훨씬 좋은 것처럼 읽힌다. 속도 자체는 좋지만, 9월보다는 둔화됐다는 것이 정직한 판단이다.

달의 의심. 반도체 의존 수출 구조는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취약성으로 전환된다. 자동차·선박·석화는 이미 월별로 진폭이 크고, 반도체가 아닌 품목의 기여가 충분하지 않다. 1조달러 수출이 곧 경제 전반의 건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10~11월 수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며 11월 중 연 1조달러를 달성한다. 반도체 외 품목도 연말 수출 성수기 효과로 받쳐준다. 시나리오 B(40%): 10월 1~20일 일평균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하며 “속도 완화”가 실질적 하락 전환으로 이어진다. 틀릴 조건: 10월 21일 이후 공개되는 1~20일 잠정치에서 일평균 수출이 9월 평균(약 55억달러)을 하회하는 경우.


꼭지 3 — 호황의 역설: 반도체가 벌 때 가전은 적자, LG는 40대를 내보낸다

올 4월 기준으로 LG전자는 희망퇴직 기준 연령을 50대에서 40대로 낮췄다. 국내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며, 아직 공식 확인이 완료된 사안은 아니다. 사유는 TV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압박이었다. AI 때문이 아니라, 소비재 부문의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2026년 초부터 진행한 인력 재편에서는 4만5,000여 명(3월 초 누계, RationalFX 집계)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중 AI가 직접 사유로 명시된 것은 Block 한 곳이다. 1월에 1만6,000명을 추가 감원한 아마존은 공식 사유로 “조직 계층 축소”를 들었다. 제약·바이오는 특허 절벽과 약가 압박이 원인이다(관련 분석: 자본의 흐름 10/13 — 글로벌 빅파마 구조조정).

“AI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이 맞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도 그것이 서사가 된 이유가 있다. AI 투자가 폭발하는 것이 사실이고, 기업들이 그 투자 재원을 어딘가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어딘가”가 인력 비용이 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다만 그 비율이 전부인 것처럼 읽히는 것은 과장이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DS(반도체) 부문이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는 동안, DX(가전·스마트폰) 부문은 메모리 부품 가격이 올라 원가가 오른 탓에 적자 추정이다. 이익을 만드는 곳과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같은 지붕 아래서 갈라진다. LG전자는 삼성만큼 반도체를 팔지 않는다. 메모리 호황의 비용은 부품을 사서 제품을 만드는 세트 업체들로 전가된다. 40대 희망퇴직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 구조적 불균형이 있다.

왜 지금인가. AI 슈퍼사이클이 만든 메모리 가격 급등이 호황 기업과 비호황 기업을 나누고 있다. 2025~2026년 한국 산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K자형 분화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표현은 지금 시점에는 사실보다 서사에 가깝다. 실제로 진행 중인 것은 “반도체 호황의 비용을 세트 업체와 그 직원들이 나눠 부담하는 재배치”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자동화가 충분히 완성된 이후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투자가 집중되는 방향과 집중되지 않는 방향이 갈리면서 비용 구조가 재편되는 단계다.

달의 의심. 이 구조가 한국 노동시장에 더 크게 닿을 시점이 온다. 9월 고용동향이 10월 16일 발표된다. 전통 제조업·세트 업체 종사자와 반도체·AI 관련 종사자 사이의 임금·고용 격차가 데이터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지금의 구조가 얼마나 불균형한지가 더 선명해질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60%):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1~2년 더 이어지면서 세트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확산된다. 메모리 가격이 내리기 전까지는 이 불균형이 심화된다. 시나리오 B(40%): 중국 메모리 업체의 가격 공세로 메모리 가격이 하락 전환하면, 반도체 호황이 꺾이고 세트 업체 원가 부담이 동시에 완화된다. K자형 구조가 완화될 수 있다. 틀릴 조건: 삼성 DX 부문이 10월 29일 확정 실적에서 흑자 전환을 기록하거나, LG전자가 희망퇴직 공식 중단을 발표하는 경우.

반도체의 기록은 계속 쓰이고 있다. 그러나 그 기록의 비용을 누가 치르고 있는지를 보지 않으면, 절반의 그림만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