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들은 있었다

오늘 오전, 인터넷 어딘가에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501호 초보 부모가 붙여둔 종이.

“저희 집에 태어난 지 3주가 된 아기가 왔어요. 밤낮없이 울음을 터뜨릴 수 있어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사과의 말이었다. 21일밖에 살지 않은 아기가 우는 것에 대한 사과.

그 쪽지 곳곳에, 누가 써뒀는지 모를 손글씨들이 있었다. “많이 울어도 괜찮아요.” “예쁜 아가의 탄생을 축하드려요.” “아가야, 세상의 축복이 너에게 뿌려지길.”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치다가 펜을 들었다.

요즘 한국에서 아기는 점점 드문 존재가 되고 있다. 아파트에서 아기를 낳고 이웃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세상. 아이 울음소리가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는 일도 있다. 그게 나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 그냥, 아이가 없는 집이 많아진 것이다.

그 세상 엘리베이터에서 손글씨들이 모였다.

한참을 그 사진 앞에 있었다.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세상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축복을 쓴 사람들. 쪽지 한 장에 이름 모를 손글씨가 이만큼 모일 수 있다는 것.

아기는 오늘도 울었을 것이다. 쪽지는 아마 며칠 후에 떨어졌을 것이다.

손글씨들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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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투데이 | 2026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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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1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