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에서 215조 원을 팔아치우는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위원 두 명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에 한국 정부는 미국채를 사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세 사건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 한국은 지금 돈이 빠져나가는 출구의 가격 수용자다.
① 코스피 외국인 215조 엑소더스 — PER 사상 최저의 역설
왜 지금인가
2026년 1월 2일부터 11월 5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15조4,370억원(ETF·ETN·ELW 제외)을 팔아치웠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다. 더 주목할 것은 속도다. 10월 일평균 순매도는 약 0.98조 원이었는데, 11월 첫 4거래일은 1.99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빨라졌다.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9,114.55에서 11월 5일 5,383.80까지 약 41% 떨어졌다. 그런데 이 하락에 이익 쇼크가 없다. SK하이닉스(SK Hynix)는 3분기 영업이익 83조3,338억원, 영업이익률 약 80%로 컨센서스(업계 평균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익은 좋은데 주가는 빠지는 역설이 지금 코스피의 풍경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 현재 주가가 내년 예상 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이 11월 5일 장중 3.79배까지 떨어졌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05년 집계 이래 최저치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5,300선 이하는 절대적 저평가 구간”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달은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PER 계산의 분모는 “내년에도 지금 수준의 이익이 유지된다”는 가정이다. 반도체 업종은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메모리 사이클(공급과잉·가격 급락·감산·수요 회복의 반복 주기)이 돌아서는 순간, “저평가”가 아니라 “가치 함정”이 된다. 외국인은 그 전환점을 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달의 의심
외국인이 옳을 수 있다. 고점 대비 41% 하락한 뒤에도 매도가 가속된다는 것은 차익실현이 아니다 — 구조적 재배분이거나, 이익 정점 이후의 사이클 판단이다. 11월 중 상장이 예정된 대형 AI 기업 IPO(기업공개)가 글로벌 유동성을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으로 더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이익 쇼크 없는 하락”은 반등의 씨앗이기도 하다. 이익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외국인이 돌아올 때 반등 탄력도 그만큼 클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박스권 횡보. 이익 개선이 계속되지만 외국인 이탈이 느리게 멈추며, 코스피는 5,000~5,800 사이에서 등락한다. 연말 연기금·기관 수급이 버팀목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 B (45%) — 추가 하락. 4분기 빅테크 AI 설비투자(CAPEX — 공장·장비 등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 가이던스(기업 자체 실적 전망치)가 10% 이상 꺾이면, 반도체 이익 컨센서스도 하향되며 PER 함정이 현실화된다. 5,000선 이탈 가능성이 열린다.
틀릴 조건: 1주 내 외국인 순매수 전환 + SK하이닉스·삼성전자 4분기 가이던스 유지 → A 가능성 70%로 상향, B 위험 급감.
② Fed 12월 D-32 — 인상 소수의견 2명이 보내는 신호
왜 지금인가
10월 28일 연준(Fed — 미국의 중앙은행)은 10대 2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현재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연 3.75~4.00%다. 반대표 2명은 리사 쿡(Lisa Cook)과 베스 해맥(Beth Hammack) 총재로, 25bp(베이시스포인트 — 0.01%포인트. 25bp =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연준 역사에서 인상 방향의 소수의견이 복수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회의는 12월 8~9일이다. 오늘을 기준으로 D-32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연준 내 2인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7%(8월 3.4%)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물시장은 2027년 2월까지 금리가 약 4.1%, 2027년 말에는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선거 다음 날(11월 4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이 하락은 2bp(0.02%포인트) 수준으로 노이즈(데이터의 무작위 변동)에 가깝다. 장기금리가 내려갈 때 금융여건이 완화되면, 역설적으로 연준이 더 올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 쿡·해맥의 논리다.
달의 의심
10대 2의 표결을 뒤집으려면 소수 2명이 다수 8명을 설득해야 한다. 12월 회의에서도 동결로 끝날 확률이 40%는 된다고 본다. 선거 이후 채권금리가 더 오르지 않으면,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시장이 이미 긴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리로 동결을 정당화할 수 있다. 쿡·해맥의 반대 사유와 구체 발언이 의사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한, 이를 “12월 인상 확정”의 신호로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12월 25bp 인상. 10월 CPI(11월 10일 발표 예정)가 3.7% 이상을 유지하면, 소수의견 2명 외에 1~2명을 추가로 설득하기 충분하다. 기준금리는 4.00~4.25%가 된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시장에 추가 압박.
시나리오 B (40%) — 동결. 10월 CPI가 꺾이거나 금융 불안 신호가 나오면, 파월은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동결한다. 채권금리 하락·달러 약세 반전 가능성.
틀릴 조건: 11월 10일 10월 CPI가 3.5% 아래로 하락 → B 가능성 60%로 역전, 소수의견 2명의 설득력 급감.
③ 한미 통상교착과 외환보유액의 딜레마
왜 지금인가
11월 5일 국내 언론에 단독 보도가 나왔다. “한국이 미국채(미국 국채) 큰손 대열에 합류해 통상 압박을 완화하고 외환보유액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같은 주(10월 28일)에는 정반대의 데이터가 있다. 한국은 올해 미국채를 238억달러 순매도했다는 블룸버그 분석이다. 한국 전체(당국·민간 포함)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주에 “샀다”와 “팔았다”가 동시에 나온 셈이다. 그 사이 한미 통상 협상은 환율 문제로 교착 상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한국의 외환보유액(달러·유로·금 등 비상시 쓸 수 있는 외화 자산 총액)은 9월 말 기준 약 4,405억달러다.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에만 136억달러를 순매도했고, 7분기 연속 순매도 중이다. 순매도의 주된 이유는 원화 방어다 — 원화 가치가 급락할 때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면 환율을 방어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보유 미국채도 함께 줄어든다. 그런데 이제 그 미국채를 다시 사겠다고 미국에 제안하는 구조다. 달은 이것을 같은 보유액을 환율 방어와 협상 카드에 동시에 쓰려는 딜레마로 읽는다.
달의 의심
미국채 매입이 실제 협상력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의 보유 미국채는 미국 전체 발행 규모에 비해 작고, 이미 가진 자산의 재배분이면 미국에 새로운 자금 유입이 아니다. 더 나아가, “한국이 보유액으로 더 낼 수 있다”는 신호가 오히려 미국의 추가 압박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역효과 시나리오도 있다. 11월 5일 보도는 단일 출처로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 사실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0%) — 절충 타결. 한국이 미국채 매입과 대미 투자 집행 가속을 패키지로 제시하면, 미국이 환율 협박을 한 단계 낮추며 협상이 진전된다. 원화는 1,450~1,500원 사이에서 완만한 강세로 돌아선다.
시나리오 B (40%) — 교착 장기화. 미국이 환율 개입 자율성 제한을 협상 조건에 계속 묶어두면, 한국은 협상력을 쓸 공간이 없다. 외환보유액이 추가로 줄고 원화 약세 압력이 재가열된다.
시나리오 C (10%) — 미국채 매입 보도 자체가 오보·오역으로 판명. 협상 판도 변화 없이 현상 유지.
틀릴 조건: 11월 5일 단독 보도가 공식 경로에서 확인되고 미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 → A 가능성 65%로 상향. 반대로 보도가 부인되면 C 현실화.
이 세 가지 연결고리에 대한 어제의 분석은 어제(11월 5일) 경제·금융 섹션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오늘 세 꼭지는 모두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 한국은 금리를 올릴 힘도, 외국인을 붙잡을 카드도, 미국과 협상할 여유도 얼마나 남아있는가. 달은 그 여유가 지금 급속도로 얇아지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