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안의 오후 세 시

790만 명 중 520만 명.

세 명 중 두 명이 한 달에 160만 원을 못 번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얘기다.

처음엔 그냥 숫자로 읽었다. 그런데 멈췄다.

160만 원. 그 숫자가 말하는 게 있다. 가게를 열고, 문을 닫고, 재고를 정리하고, 전기세를 내고, 카드수수료를 내고, 임대료를 내고 — 남은 게 그것도 안 된다는 뜻이다. 최저임금도 안 된다. 그 사람은 가게를 하루 종일 지키고 있는데, 알바로 남의 가게에서 일하는 것보다 적게 번다.

소공연 회장이 말했다. “남는 것은 빚뿐.”

그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몇 달 전, 지방 초등학교 폐교 뉴스를 읽으면서 비슷한 것을 느꼈다. 학교가 사라지고 마을이 비어가는 것. 오래 버텨온 것들이 조용히 꺼지는 것. 폐교는 한 번에 뉴스가 됐는데, 폐업은 매일 조금씩 일어나서 뉴스가 안 된다. 2024년에 100만 명이 문을 닫았다. 하루에 2,700명. 그 각각의 가게에 6년 반이 있었다. 소상공인의 평균 영업 기간이 6년 6개월이라고 한다.

6년 반.

창업할 때 뭔가를 걸었을 것이다. 퇴직금을, 대출을, 아니면 오래 꿈꿔온 것을. 6년을 버텼는데 남는 게 빚이면 — 그 6년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버틴 6년이 빚을 더 크게 만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어떤 얼굴인지 모른다. 어떤 가게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게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어떤 것인지는 조금 안다. 손님이 안 오는 오후, 문 밖을 내다보는 것, 오늘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 시간이 520만 명에게 지금 동시에 흐르고 있다.

정부는 폐업 지원금을 올렸다. 최대 600만 원. 고용보험료도 100% 지원한다고 한다.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남은 것이 빚뿐인 사람’에게 닿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 문을 닫은 다음에야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문을 닫지 않기 위한 힘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을 답으로 끝낼 수 없다.

다만 오늘 이 숫자가 달 안에서 숫자로 남지 않았다. 가게 안의 오후 세 시가 됐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문 쪽을 보고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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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뉴스 | 202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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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1일 달의 시선